이그노벨상은 하버드 대학의 과학 유머잡지 AIR(The 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의 발행인인 마크 에이브러햄스에 의해 지난 1991년 제정된 것으로 "재연될 수도 없고 재연돼서도 안되는" 연구에 시상된다.
수상작은 모두 전문 학술지에 실린 것들로 처음에는 웃음을 자아내지만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논문 심사와 시상은 진짜 노벨상 수상자들이 맡는다.
올해 가장 눈길을 끈 수상작은 초식 동물의 배설물을 이용해 바닐라 에센스 주재료인 '바닐린' 합성에 성공한 한 일본 과학자의 연구결과.
일본 국제의료센터의 야마모토 마유는 소와 염소, 말, 팬더 등 초식동물의 배설물을 이용, '바닐린' 합성에 성공했지만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기업들이 기피하면서 제품화로 이어지는데는 실패했다.
시상식을 주최한 에이브러햄스는 "자연산 바닐린과 동일한데도 불구하고 상업화에 실패해 발명가가 실망한 듯 하다"며 "이는 인간이 더러움에 대해 잘못된 개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러한 연구 결과야말로 이그노벨상의 의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치켜세웠다.
이그노벨 의학상은 칼 삼키기 묘기를 보이는 사람들이 '인후염(sore throat)'과 유사한 증상의 '검도염(sword throat)' 등 부작용에 시달린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브라이언 위트콤 영국 글로스터셔 국립의료원(NHS Trust) 방사선학자와 미국 '국제칼삼키기묘기자연합(SSAI)'의 댄 메이어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영국 의학전문지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석달동안 2천회 이상 칼 삼키기 묘기를 선보인 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명이 인후염과 유사한 증세를 앓고 있었다면서 특히 처음 칼 삼키기를 배우거나, 너무 자주 묘기를 선보이고, 특이한 모양이나 여러 개를 한번에 삼키면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한편 침대 시트가 어떻게 구겨지는지를 관찰해 지도로 제작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락시미 나라야난 마하데반과 엔리케 세르다는 이그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항공상이 수여됐는데 햄스터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비아그라가 시차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연구 논문을 발표한 디에고 골롬벡과 퍼트리샤 아고스티노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미 공군 라이트 연구소도 최음제로 적군 병사들의 동성애를 유발해 규율과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게이 폭탄' 개발 계획을 추진한 성과로 평화상을 받았으나 이날 열린 시상식에는 불참했다.
이 밖에도 그릇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경우 평소보다 73% 많은 음식물을 섭취하게 된다는 비만 관련 연구 이론을 발표한 코넬대학의 브라이언 완싱크 교수가 영양학상을, 우리와 침실을 공유하는 쥐와 벌레, 거미, 게벌레, 갑각류, 양치류, 세균, 곰팡이 등을 대상으로 개체 수 조사를 실시한 요하나 반 브론스빅 아이트호벤 공대 교수가 생물학상 등을 받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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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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