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판매업체들이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보통 예년에는 7월 말이면 생산라인을 중단하고 내년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아열대성 기후공습이란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늦더위가 이어지며 주문이 끝없이 몰려들자 이달 말까지 생산을 계속하기로 했다. TV, 세탁기, 냉장고 등의 다른 가전이 사계절 내내 팔리는 제품인데 비해 에어컨은 여름 성수기에만 집중적으로 판매되는 계절상품이라는 점에서 최근의 판매실적은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국내 에어컨 시장 선두인 LG전자는 이달 첫 주 에어컨 1만3천대를 팔아 역대 같은 기간 최다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가장 높은 판매고를 보였던 2005년 동기 대비 3배. 에어컨은 통상 7월 중순과 8월 중순 최고 판매량을 기록, 9월 초께 판매가 완료됐으나 올해는 상황이 다른 양상이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27일 하루 에어컨 판매 대수가 2만대를 돌파했다. 이전까지는 하루평균 판매대수는 1만3천대 수준.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하루 판매량인 2천∼4천대의 4배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라고 말했다. 집계된 판매 대수는 소비자의 주문을 받고 공장 물류 센터에서 배송된 물량이며 현재 매장에 재고가 거의 없어 출하량 대부분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특히 최근 폭염경보가 발령된 남부지방 일부 매장에서는 에어컨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에어컨 생산공장에서는 직원들이 여름 휴가를 미루고 생산라인을 100% 가동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50만대 수준이던 국내 에어컨 판매 물량은 이미 250만대를 넘어섰다. 올해 에어컨 판매량은 시스템형(50만대)과 일반형(200만대)을 합쳐서 사상 최대 수준인 250만대를 이미 달성한 것으로 각 업체들은 추산했다. 이전까진 지난 2005년에 달성한 200만대 판매가 사상 최대 기록이었다. 에어컨 분야 세계 1위업체인 LG전자는 올해 에어컨 판매규모만 사상 최대인 1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사상 최대 판매율을 보이면서 7월 말부터 이미 에어컨 재고물량이 소진됐다”면서 “예년에는 에어컨 라인을 중단했을 시기지만 주문폭증으로 휴가철임에도 에어컨 라인을 계속 가동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에어컨은 일반적으로 7월 중순과 8월 중순에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고 9월 초 정도에 판매가 완료되지만 현재 추세라면 지난해 대비 1∼2주 빨라진 8월 말 이전에 재고가 바닥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국내 가정용 에어컨 판매량 급증은 TV 판매대수까지 위협하고 있다. 에어컨도 TV처럼 집집마다 한 대씩 갖춰놓는 생활 필수가전으로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시장의 가정용 에어컨 판매량 규모인 230만~250만대 수준은 올 한 해 일반 가정용 TV 판매 예상치인 250만대와 거의 맞먹는 규모다. 계절가전이었던 에어컨이 TV나 냉장고, 세탁기처럼 가정 내 생활 필수품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에어컨 시장은 지난 2005년 폭염 특수 때 판매를 정점으로 지난해 150만대로 판매량이 감소했으나 최근 1∼2주 사이 연일 이어진 폭염과 열대야로 에어컨 판매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제품 재고가 거의 소진된 상태다.
- 김문균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7-08-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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