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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서현교 객원기자
2007-07-30

“일본, 경제 선진국에서 이제는 문화 선진국으로” 후지와라 사쿠야 히타치연구소장, 인간개발경연자연구회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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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40년간 금융전문 기자로서 일본은행의 정책에 대하여 비판을 해왔던 후지와라 사쿠야 히타치연구소 소장. 그는 공격 입장에서 수비 입장으로 전향해 일본은행 부총재로서 독립성과 투명성이 높은 정책운영을 목표로 일본은행 개혁을 추진해 왔다.


후지와라 소장은 지난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 강연에 나서 ‘주기론으로 본 21세기 일본 사회시스템의 과제와 전망’이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본지는 후지와라 소장의 강연을 요약해 게재한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일본은 사회제도나 시스템이 크게 40년 주기로 바뀐다. 일본의 거품경제가 붕괴된 후 일본 정부는 나라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기 위해 각종 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때 금융제도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1868년 메이지 유신 때부터 일본의 역사를 훑어보면서 왜 거품경제를 맞이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일본은 제도개혁이 필요한 주기는 40년이며, 이 주기에 맞춰 새로운 시스템을 주체적으로 창출하지 못해 거품경제를 맞았다는 것을 착안해냈다.


군사팽창전략이 2차 대전 패망으로

1868년 메이지 유신 후 일본은 군사팽창을 중심으로 부국강병책을 추진했다. 당시 모든 분야는 서양을 모방하고 쫓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으며 가장 힘쓴 부분은 군사부문이었다. 그러다 40년 주기가 될 즈음인 1905년 일본은 러일전쟁을 치르게 됐다.


이 당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었는데 러시아가 소비에트 혁명에 따른 내부 자멸로 일본이 어부지리로 승리하면서 군사대국 시스템을 계속 이어갔다. 이것이 일본의 자만을 부른 불행의 씨앗이었다. 이후 일본은 분수 모르는 군사팽창 전략을 이어가다 결국 1945년 2차 대전 패망을 맞았다.


패전 이후 미국 점령부가 일본에 경제성장 위주의 시스템을 지시해서 이제는 나라를 재건하는 수단으로 고도 경제성장 전략을 40년간 구가해 나갔다. 1964년 일본이 동경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세계 사교계 데뷔를 했고, 그해 일본은 OECD에 가입하고 IMF로부터 금융거래 선진국 지위를 부여받았다. 일본은 계속 ‘경제 제일주의’ 방향으로 페달만 밟은 것이다.


경제팽창전략이 거품경제 붕괴로

그러다 1985년 ‘플라자 합의’가 일본 버블경제의 씨앗이 됐다. 미국 뉴욕의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선진국 재무장관 회담을 플라자 합의라 하는데, 이 회담에서 재무장관들은 겉으로는 선진국 경제정책 협조를 추구했지만 뒤로는 국제 환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밀담을 나눴다.


이 합의 결과 당시 1달러에 240엔 하던 환율이 1달러에 120엔으로 반도막 나고, 일본의 재정지출은 방대해졌다. 거품경제가 서서히 막이 오른 것이다. 이로 인해 일본의 경제 균형이 급격히 변화되고 급격한 호황을 맞게 되면서 자기도취에 이르렀다. 이것이 또한 불행의 씨앗이었다.


결국은 메이지 유신 후 군사팽창에 따른 2차 세계대전 패전을 맞은 것만큼 거품경제 붕괴는 또다시 일본에 치명타를 안겼다. 거품경제는 제2의 패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석을 해보면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잃어버린 15년’ 또는 ‘잃어버린 20년’이다. 자기도취에 취하지 않고 지난 40년간 한 번 되돌아보면서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반성이 없었던 것도 문제다.


과학/문화 등이 균형 잡힌 문화생활 선진국으로

일본 정부가 장기적인 비전 없이 세계정세에 맞춰 그때그때 꿰맞추는 정책을 펼친 것도 버블경제를 일으킨 원인이었다. 더욱이 재계를 보호해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에만 주목한 나머지 소비자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고, 금융, 증권, 보험 등에 대한 관리도 1940년대 체제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시켰다. 정치-행정-기업의 밀착구조도 여전했으며, 정부가 모든 것을 하달하는 국가중심의 구조를 고수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제 일본은 GDP 중심의 경제팽창전략에서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다. 물론 기존에 중요시 하던 경제와 군사도 중요하다. 다만 앞으로는 일본이 외압에서 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청사진을 그려나가는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일본이 버블경제를 넘어서 진정한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21세기의 일본이 과학기술, 환경, 복지, 문화 등 모든 분양에서 균형잡힌 발전을 목표로 해야 한다. 특히 일본이 복지와 문화를 중심으로 한 문화/생활 선진국을 이루어야 한다.


일본은 이제 개인을 존중하는 시대에 와 있다. 여기서 개인은 이기주의가 아닌 권리/의무가 수반된 시민의식을 가진 개인을 의미한다. 이런 개인의 의지가 반영된 국가 만들기를 통해 정권의 계획이 하부에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구조가 아닌 납세자로서의 의견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는 아래로부터의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서현교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7-07-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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