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연은 극단 '사다리'의 주최로 서울 목동브로드홀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과학연극 '아인슈타인의 이상한 나라'에 앞서, 정재승 고려대학교 교수가 '영화배우 아인슈타인'이라는 주제로 한 일회적인 강연입니다. 과학연극은 1월 18일까지 계속됩니다. [편집자주]
과학자는 모두 괴짜?
영화 <더 플라이>에서 순간이동동장치를 개발한 물리학자와 <쥬라기공원>의 수학자의 모습은 실제로 아인슈타인을 본떴다고 해요. 항상 같은 옷만을 입는 아인슈타인에게 왜 옷을 갈아입지 않느냐고 누군가 물었어요. 그러자 아인슈타인이 매일 아침 고민하기가 귀찮다며 같은 옷들이 쫙 걸려있는 옷장을 열어 보여주는 장면은 일반인들이 괴상하게 생각하죠.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 나오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천재 학자 론 레쉬도 과학자의 사이코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플러버>의 화학자이자 물리학자로 나오는 로빈윌리암스는 씻기 싫어하고 지저분한 이미지인 데다가 자신의 결혼식도 깜박 잊고 실험에 몰두하는 괴짜죠.
영화 속의 과학자는 때때로 정신 이상자처럼 비추어 지기도 해요. 세상이 자신의 업적을 알아주지 않아 나쁜 방법으로 세상을 정복하고자 하는 과학자의 모습도 볼 수 있고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과학자의 이미지죠. 실제로는 거리의 수많은 사람 중에 물리학자, 수학자들도 일반인과 다름없이 섞여 있을 뿐이에요. 영화 속에서 과학자를 왜곡되게 그려서 과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여러분 같은 어린이들에게 과학자란 희한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미래로~, 과거로~, 시간 여행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론적으로 미래로의 시간 여행은 가능해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우주선이 빠른 속도로 가면 그 안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죠. 시간은 똑같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천천히 흐르고,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는 빨리 흐른다고 할 수 있죠. 그러니까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선을 타고 여행하면 우주선 안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 잘 늙지 않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쌍둥이 형제 중 동생은 지구에 남아있고 형은 우주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한다면 나중에 형이 돌아왔을 때 형이 동생보다 더 어리게 되는 것이에요.
여러분은 냉동인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것도 일종의 시간여행이라고 할 수 있어요. 부동액을 넣어 사람을 천천히 얼리면 생체시계가 멈춰있어서 미래에 해동하면 다시 깨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 원리는 그럴 듯하지만 깨어날 수 있다는 장담은 아직 할 수 없어요.
실제로 지금도 세계의 부자들은 엄청난 돈을 지불하면서 냉동되어 있지만 아직 해동법은 모르지요. 나중에 과학이 발전해서 알게 될 수도 있지만 현재의 과학으로는 아직 미지수예요.
시간여행이 매력적인 이유는 미래로 가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욕구 때문일 텐데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비행선을 만들려면 지금의 과학으론 어림도 없어요.
한편,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어요.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려면 이미 일어난 사건을 따라잡을 속도가 필요한데 어떠한 물체도 빛보다 빨리 달리거나 빛과 똑같은 속도로 달리게 되면 질량이 사라져 버리거든요. 현실에선 볼 수 없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겠지요.
빛보다 빠른 물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인슈타인 상대성 원리의 가장 핵심 이론이에요. 그래서 빛보다 빠른 우주선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아인슈타인은 E=mc² 이라는 방정식을 만들어 풀면서 세상에 다양한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그것들이 빠져 나오는 화이트홀, 그리고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웜홀이라는 것을 생각해 내게 되었어요. 웜홀이란 종이를 접는 것과 같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도 우주를 접어서 만나게 할 수 있다는 논리지요. 하지만 웜홀처럼 공간을 완전히 휘려면 태양계에 있는 에너지를 다 써도 부족할 뿐더러 가능하다고 해도 너무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웜홀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것도 불가능해요.
그러니 여러분,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불가능하니까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하겠죠?
아인슈타인은 1879년 3월 14일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4살 까지 말을 잘 못했고 9살이 되어서야 글을 알게 될 정도로 발육이 느린 아이였어요. 활발하지도 않았죠. 그의 보모는 그를‘게으른 신부님’이라 놀리기도 했어요.
그의 아버지인 헤르만 아인슈타인은 순돌이 아빠처럼 전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어머니인 홀린 아인슈타인 역시 평범한 독일의 여인일 뿐이었지요. 아인슈타인의 부모는 자식 교육을 위해 특별히 열성적이지는 않았으나 그의 아버지 직업 덕분에 그가 전기 제품을 가지고 노는 것만큼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죠. 여동생 마야 역시 특출한 학생은 아니었어요.
그저 아인슈타인은 중학교 때부터 물리학자가 되고 싶어 했지요.
여러분 중에 아인슈타인의 뇌를 본 사람이 있나요?
아인슈타인이 1959년에 죽자, 병리학자인 토마스 하비에게 기증된 그의 뇌는 40년 동안이나 연구 되었지만 별 다른 점을 찾지는 못 했어요. 최근에 첨단장비를 이용하여 밝혀낸 결과 보통 성인남자의 뇌는 1400g이지만 아인슈타인의 뇌는 1230g으로 작고 가벼웠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그렇다고 뇌세포가 특별히 많은 것도 아니었고 보통사람의 범주 안에 속했어요.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실비우스 주름이 남보다 조금 더 컸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그가 천재라는 점을 증명하는데 설득력이 없는 것이었죠.
결국 아인슈타인의 뇌가 우리와 다르게 월등할 것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편견일 뿐 아인슈타인의 뇌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아인슈타인은“상식이라는 것은 18살 때까지 얻은 편견의 집합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답니다. 상식은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편견일 수도 있는 생각일 뿐이라는 것이지요.
여러분, 항상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결국 뛰어난 과학자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학원에서 공부하는 시간을 줄이고 혼자 책 읽고 공상하며 보내는 시간을 늘려 보세요. 저 역시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답니다. 여러분도 책을 많이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 역사에 남는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어요.
<정리=이송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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