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콜라 등 소위 물장사에서 건설기계, 플랜트 등 중공업으로 주력사업 변신에 성공한 두산그룹. 이 대기업에서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최승철 사장이 두산그룹이 주력업종을 바꾸게 된 배경을 공개했다.
최 사장은 한국공학한림원이 지난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60차 CEO조찬집담회에서 ‘두산인프라코어를 통해 본 한국 기계산업의 현황과 발전 가능성’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두산은 지난 1896년 창업한 한국 최초의 기업”이라고 포문을 연 최 사장은 지난 111년간 두산 그룹의 신사업 진출과 실패, 그리고 재도약을 통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비화를 소개했다.
페놀 사건으로 맥주시장 점유율 급락
그는 “두산이 창업 후 60여 년이 지난 1950년대 맥주사업을 시작한 후 건설, 기계, 전자부문 진출 등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고 1980년대 출판, 광고 등 신사업에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차원에서 음료나 출판, 광고 등은 소위 푼돈벌이에 지나지 않았고, 급기야 1991년 페놀 사건이 터지면서 일이 꼬였다고 한다. 그는 “당시 OB맥주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70%에서 40%로 급락했고, 전국 대리점 시스템으로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2년 만에 다시 시장점유율을 회복했으나 이번에는 또다른 악재를 만났다. 경쟁업체인 하이트맥주가 제일기획이 기획한 천연암반수를 무기로 급속히 시장잠식을 해왔기 때문.
최 사장은 “페놀사건으로 이미지를 실추시켰던 경험 때문에 천연 암반수란 단어는 우리에게 타격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난 1995년 9천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수익이 낮은 회사를 매각하기 시작했다. 코카콜라, 네슬레, 코닥, 3M 등의 합작지분을 매각했고, 부동산도 팔아 덩치를 줄여 1997년 130억원의 흑자로 수지를 맞출 수 있었다.
IMF 불경기로 주력사업 변신 시도
두산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IMF로 맥주산업 등도 경기가 좋지 않아 변신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 결국 1998년 OB를 5천억원의 가격으로 벨기에 모 기업에 팔았고, OB시그램도 매각했다. 그리고 맥킨지와 앤더슨컨설팅을 끌여들여 경영기법을 배우고 성장엔진을 발굴해 나갔다.
그것이 한국중공업, 고려산업개발, 대우종합기계 등의 인수로 이어졌고, 활발한 M&A도 시도됐다. 최 사장은 “우리 그룹이 당시 컨설팅 회사들과 함께 생각해 낸 성장엔진이 바로 ‘도시 건설을 위한 인프라 지원사업’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전 세계 도시인구가 지난 1975년 15억명에 불과했으나 2005년 32억명, 그리고 2015년에는 39억명으로 증가되고, 전 세계 도시 중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도 재작년 887개에서 2015년 1천51개로 증가할 것이다”라면서 “이 같은 도시 급팽창으로 도시인프라 지원사업은 동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두산그룹에서 △건설중장비, 엔진, 방위산업 등을 맡고 있고 두산인프라코어 △담수플랜트, 발전설비를 맡고 있는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두산엔진(선박용 엔진) △두산메카텍(플랜트, 강교) 등이 도시 인프라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 사장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해 3조7천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계열사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최 사장은 “IMF가 두산 그룹을 살린 셈”이라며 “만약 IMF가 찾아오지 않아 소비재 사업과 맥주사업이 잘 됐다면 아마 도시인프라 지원사업으로 주력업종을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기계산업, 2005년 대일무역 흑자 돌아서
한편 두산인프라코어가 역점을 두고 있는 기계산업(조선/자동차 제외)의 경우 우리나라가 2000년 이전 대일 수입에 의존했으나 2005년 기점으로 흑자로 돌아서 지난해 40여 억 달러의 흑자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중국 등 신흥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지난해에는 2000년 대비 2.3배 증가했고, 총 제조업 고용자의 13.4%가 기계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계산업 전망에 대해 그는 “최근 고유가로 산유국들의 설비투자가 강화되고 있다”며 고유가로 인한 기계 수요의 증가를 전했다. 또한 중국, 인도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의 기계설비수요 급증, M&A나 글로벌화를 통한 기술력 확보 등도 최근 추세로 지목했다.
터키 등 신규시장 진출 모색
두산인프라코어 발전전략으로 그는 “현재, 중국, 인도, 벨기에 등에 현지공장 및 A/S센터를 가동 중이고 앞으로 터키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한 현지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시장에서 업계 최대의 A/S망 확보를 통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회사 걱정거리로 고임금,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환율 등을 문제로 꼽은 그는 “벨기에 공장 현지인력보다 인천공장의 직원 임금이 더 높은 수준”이라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력 조정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 서현교 객원기자
- shkshk2@empal.com
- 저작권자 2007-07-15 ⓒ ScienceTimes
관련기사

뉴스레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