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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2007-07-10

여성이 주도하는 감성사회, 창조사회 제6회 '과학기술, 여성을 만나다' 포럼 취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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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예술, 사회, 종교, 고령화 사회를 만난 과학기술이 이번에는 여성을 만난다. 과학기술부(부총리 김우식)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사장 나도선)은 '과학기술, 여성을 만나다' 포럼을 7월 23일 개최할 계획이다.


과학기술과 다른 분야와의 연속 대화 중 6번째로 열리는 이번 포럼은 취지문과 기조강연이 사이언스타임즈에 미리 게재되고, 포럼 관련자들이 댓글로 달리는 독자들의 의견을 참조해 실제 포럼을 진행할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며, 첫 번째로 제6회 '과학기술, 여성을 만나다' 포럼 취지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註]



미래가 어떤 사회인가를 분류하는 설명들은 종종 있다.

농본사회-자본사회-뇌본사회(腦本社會)이다. 농경시대(농부, 18세기)-상업화시대(공장노동자, 19세기)-정보화시대(지식근로자, 20세기)-하이컨셉의 시대다. 생산사회(1900-1940)-소비사회(1940-1980)-쇼비지니스사회(1980-2020)-교육사회(2020-2060)-창조사회(2060-2100) 등이다.


미래사회는 창조사회로서 분명 뇌와 관련이 더해간다. 수렵과 천렵을 하던 시대에서는 발이, 농경사회에서는 다리가, 산업사회에서는 손이, 정보사회에서는 눈, 코, 귀, 입 등 얼굴이, 그리고 창조사회에서는 뇌가 주역을 맞는다. 몸의 아래로부터 점차 위로 올라온 셈이다.



뇌를 통해서 본 여성성


우선 여성의 우월성을 뇌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했던 과거를 비판적으로 관찰하면서 이제 여성이 더 이상 수동적이고 피해자이고 한 그런 시대가 아니기에 얼마든지 우월하다는 사실을 뇌의 구성으로 입증하고자 하는 주장들이 나타난다.


여성의 뇌를 연구한 한 학자는 여성의 성역할은 사회화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성호르몬의 분비로 인해 달라진 뇌에 설치된 프로그램에 따라 행동한다고 한다. 여자의 뇌가 남자의 뇌와 다른 것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부분과 정서적인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한다. 여자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고, 정서적인 반응에 예민하며 감수성이 뛰어난 것은 이러한 뇌구조 때문이다. 또한 여성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남성보다 굵다. 좌뇌의 기능을 우뇌가 쉽게 보완한다. 실제로 남성들은 하루에 7천개의 단어를 사용하는 반면, 여성은 약 2만개의 단어를 사용한다. 생물학적으로 운명이 갈라지는 성은 현실을 바라보는 렌즈에도 서로 다른 색깔을 입히기 마련이다.


“여자의 뇌가 여자의 미래”라고 단언하는 사람이 있다. 여자 뇌의 생물학을 올바로 이해한다면, 즉 인생의 단계마다 일어나는 뇌의 변화를 이해한다면 스스로의 운명을 주체적으로 조율해나가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말한다면 “남녀가 동등하다는 주장은 한편으론 여자의 현실, 즉 고통과 감수성, 질병 치료 등에 있어서의 차이를 무시한 표현이다.”


문제는 여성이 따를 수밖에 없는 사회계약이 여자의 뇌와 생물학적인 현실에 대한 타고난 프로그램에 반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학이 분자생물학과 뇌 과학 등 같은 학문과 융합학문의 길을 가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융합학문에 관해서는 김광웅, “미래의 학문, 대학의 미래”, 2006. 10, “21세기 지식체계”, 2007. 3 등을 참조하기 바란다).



미래 과학기술 사회에서의 여성상


여성의 미래는 아주 밝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폴라톤의 시대는 서구 역사상 남자들이 지적인 추구와 과학적 추구를 할 수 있는 여가와 충분한 자원을 가졌던 때라면 21세기는 여성들에게는 ‘페리클레스의 황금시대’와 같은 것으로 “역사상 여자들이 그와 유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최초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여자들은 과학적 진보의 시대를 맞아 언제, 어떻게 아이를 가질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여자들은 더 이상 경제적으로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첨단기술의 발전은 가사와 육아, 그리고 사회생활의 병행을 더욱 용이하게 해 주고 있기에 여자들은 전문 직업, 재생산, 개인생활을 관리할 수 있는 방식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


“여자의 뇌가 어떻게 기능하고, 어떻게 현실을 인식하며, 어떻게 타인의 정서를 읽어내고, 어떻게 타인에 대한 양육과 배려를 가능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의 이면에 놓여 있는 과학적 진실이 여자의 현실이고 미래인 것이다.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타고난 재능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의 욕구는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이제 여자들은 새로운 사회계약이 자신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고려해주기를 고집하면서 생물학적으로 절박하게 요청하고 있다. 여자들의 미래와 아이들의 미래는 이와 같은 생물학적 요청에 대한 해답에 달려 있다.”


그러면 미래사회에서 여성은 어떤 위상을 누리고 어떤 역할을 할까?


첫째,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남성과 대등한 위치를 점하거나 또는 더 우월한 위치에 이를지 모른다. 다니엘 핑크가 꼽는 미래인재의 6가지 조건 중 여성은 디자인, 조화, 공감 등에서 월등하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여성은 직업분야에서 차별대우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전통적인 남성 직업세계를 파고든다. 남성은 기계, 전자 등 분야에 진출하고 여성은 생명공학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금까지 남성이 주도한 분야에 여성이 진출하여 당당히 겨룰 가능성이 높다.


셋째, 여성이 전체를 아우르고 융합의 기수 역할을 한다. 좌뇌와 우뇌가 고루 발달한 여성은 남성보다 지혜로울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실천적 지혜phronesis 말이다. 그리고 부분보다 전체를 조감하는 능력이 높고 감정이입과 조화를 리드해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부분을 섞어 융합의 길을 모색하기에 여성이 훨씬 마땅하다.


넷째, 여성은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로 진출한다. 과거의 결혼이라는 관습과 제도에 묶여 있었지만 이 틀을 깨고 여성은 출산을 하지 않기도 하고 해도 자식에게 헌신만 하는 존재이기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예견은 성, 결혼, 가족이라는 과거의 패러다임을 수정해가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다섯째, ‘어머니’라는 직업이 없어지지 않는 것만 보아도 앞으로 미래사회에서 여성의 위상이 어떠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다. 2000년 5월 시사주간지 타임이 미래에 없어질 직업 10가지를 들면서 열 번째에 아버지를 꼽았다. 여성인 어머니에 관해서는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직업으로서만이 아니라 여성이 사회를 주도할 가능성을 함축한 것이 아닐까?



여성시대의 미래를 향해


그렇다고 여성이 저절로 미래 과학기술사회의 주역이 된다는 것은 아니다. 남성 못지않게 부단한 교육과 훈련, 그리고 실습 등 학습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여성계의 논문을 보면 미래의 여성정책을 경제활동과 노동 등과 연결해 정책을 리뷰하고 있지만 그런 정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여성이 앞장서서 미래를 조감하며 미래를 짊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앞서 지적한 대로 다른 학문과 융합의 길을 걸어야 하고 동시에 지도력은 필수다. 여성은 지식의 지평을 훨씬 넓혀야 하고, 경험의 세계를 좀 더 파고들어야 하며,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들은 여성계의 과제로 계속해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2007-07-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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