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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서현교 객원기자
2007-05-02

“현대차 초기 엔진개발, 미쯔비시가 막았었다” 이현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사장, 공학한림원 CEO포럼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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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알파엔진 개발을 시작으로 쎄타엔진, 람다엔진 등 한국 자동차 엔진개발 역사를 써온 현대/기아자동차. 이 곳의 총괄 기술책임자가 현대차의 초기 엔진개발에 얽힌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이현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사장은 한국공학한림원이 지난 30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개최한 86차 CEO포럼의 연사로 참석, 일본 미쯔비시 사와의 얽힌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로열티 깎아줄 테니 엔진개발 포기하라

이날 ‘쎄타 월드엔진 개발과 한국 자동차산업’이란 주제로 강연을 한 이 사장은 “1984년 귀국 후 엔진 설계를 할 당시 현대자동차 대주주였던 일본 미쯔비시가 현대자동차의 엔진설계를 주도해 왔던 현대차 마북리 연구소를 폐쇄할 것을 요구하며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쯔비시는 엔진설계 전문가이자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제로 전투기 엔진을 개발했던 구보 회장이 운영하고 있던 일본의 간판 기업이었다.

이 사장은 “구보 회장이 현대차 본사를 2번 방문해 한 번은 엔진개발을 해도 실패할 게 뻔하니 하지 말라고 의욕을 꺾었고, 두 번째 방문에서는 故 정주영 회장을 만나 마북리 엔진연구소를 폐쇄하면 로열티를 절반으로 깎아주겠다고 유혹했다”고 말했다. 당시 현대차는 미쯔비시로부터 로열티를 주고 엔진도면을 가져와 엔진 생산을 하던 단계에서 로열티 할인은 현대차에게 큰 이익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같은 구보 회장의 제안에 정주영 회장은 오히려 엔진 개발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즉 현대차가 엔진개발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미쯔비시 회장이 몸소 한국을 찾은 것이라고 정 회장은 판단한 것.


출장 다녀오니 일하던 책상 없어져

이후 이현순 사장은 엔진 개발에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했으나 또다른 내부의 적(?)이 있었다. 이 사장은 “당시 회사 내부 사람들은 이현순이 엔진개발을 한다고 거짓말을 하며 경영진을 속이고 있다고 비난을 했으며 덕분(?)에 사기꾼이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런 일 이후 출장을 다녀오니 자신이 일하던 책상은 없어지고, 즉각 보직해임을 당하고 6개월간 무보수로 엔진 개발을 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점심 시간에는 사내 식당에서 자신의 반경 2m 내에 아무도 앉지 않는 상황까지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런 고난을 견뎌내고 지난 1991년 이 사장이 마침내 한국 최초의 독자 엔진인 알파 엔진을 개발해냈을 때 구보 회장이 다시 한국을 방문해 자신을 찾아왔다고 한다. 이어 구보 회장이 엔진개발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을 질문해 이 사장은 “엔진의 열변형을 잡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답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엔진 열변형’은 엔진이 온도가 올라가면 엔진을 구성하는 틀에 열이 가해져 변형이 생기는 현상으로 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엔진에서 가장 온도가 높은 부분과 가장 낮은 부분과의 온도차가 80도 이내여야 한다.


온도계 직접 꽂아가며 엔진온도 측정

이 사장은 엔진 열변형을 막기 위해 수백 개의 온도 측정계를 직접 엔진에 꽂고 수없이 실험을 반복해 성공했다. 이 같은 이 사장의 노력을 전해들은 구보 회장은 “당신 같은 엔지니어가 있어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이현순 사장은 “처음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경쟁사가 엔진개발을 한 것인데 무엇이 고맙다는 것인지 이해를 못했다”면서 “후에 미쯔비시는 엔진 개발에서 온도를 재지 않고 엔진 주물을 두껍게 만드는 단순한 방법으로 엔진 열변형을 줄여나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즉 구보 회장이 자기 회사 연구진보다 더 열정과 정성으로 엔진개발을 한 이현순 사장의 땀을 높이 샀다는 뜻에서 고맙다는 말을 한 것이다.

구보 회장은 세상을 뜨기 직전 오카자키에 있는 미쯔비시 엔진 연구소를 방문, 강연하면서 “한국의 현대자동차에 독한 놈이 한 명이 있으니 너희들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10년 후 그 놈한테서 기술을 배울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쎄타엔진, 엔진 수요량으로 올해 세계 1위

이 사장은 “구보 회장의 예언대로 10년 후 미쯔비시가 우리에게 기술을 배우러 왔고, 1천억원의 로열티를 받고 NF소나타 등에 탑재되는 쎄타 엔진 설계도면을 넘겨주었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차는 크라이슬러에도 쎄타 엔진 설계도면을 수출해 올해에만 전 세계 200만대에 쎄타 엔진이 장착될 예정이며, 단일 엔진으로는 세계 1위 수요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미쯔비시로부터 엔진기술을 배운 현대차가 이제는 미쯔비시에 기술을 전수해 주는 회사로 부상한 셈이다.

이 사장은 공학인들에게 “현대/기아차가 세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산업을 받쳐줄 산업과 인재가 필수 요소”라면서 “국내 전자부문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자동차 전자부문은 아직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대학관계자들에게 “화학과 기계, 전자와 기계 등 복합 학문을 전공한 공학 인재들을 배출해줄 것”도 요청했다.

서현교 객원기자
shkshk2@empal.com
저작권자 2007-05-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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