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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최근 서울을 세계적인 고품격 디자인 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부시장급을 본부장으로 하는 '디자인 서울 총괄본부'를 설치키로 하고 본부장에 권영걸 서울대 미술대학장을 을 임용했다.
권 학장은 서울을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이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선진 도시로 진입시키기 위한 서울시 디자인 개선 총책임을 맡았다. 본지는 지난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1498차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에서 권 학장이 주제 강연을 한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편집자주>.
평창동 자택에서 서울대까지 출퇴근하려면 한강의 모 다리를 늘 건너야 한다. 그런데 그 다리를 건널 때마다 오른쪽 아파트가 눈에 들어오는데 그 색채가 과도하고 불쾌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아침마다 기분을 망친다.
거리나 도시에서 잘못 적용된 색채는 불특정 다수에 영향을 주므로 사회 폭력이나 다름없다. 도시는 색의 오케스트라다. 즉 색의 조화를 이뤄 주변 환경과 통해야 하며 그것이 지역 문화와 맞아 특색을 이루어야 한다. 때문에 각 도시는 색을 규제하고 관리하는 규정이나 제도를 갖고 있다.
맥도날드 간판, 도시마다 천차만별
우선 맥도날드 사례를 보면 파리 생제르망의 맥도날드는 붉은색 간판 대신 흑백 간판을 달아 놓았다. 또한 프랑크푸르트에서도 규제에 따라 브라운 색 간판을 쓰고 있다. 각 도시 규제 때문에 고유 색깔인 붉은색을 못쓰는 것이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중국에 들어갔을 때 이야기다. 중국은 흰색을 슬픔, 죽음으로 여긴다. 그래서 흰색 옷을 입지 않는다. 거리에서 흰색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은 외국인이거나 관광객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그런데 맥도날드 햄버거집 앞에 캐릭터 인형인 피에로를 놨다가 자칫 사업을 망칠 뻔했다. 피에로 얼굴이 하얀 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맥도날드는 가게 앞에 피에로 캐릭터를 설치하지 않는다.
샤넬, 골드와 블랙이 대표 이미지
이와 함께 각 나라와 각 기업을 보면 자신을 대표하는 색을 갖고 있다. 프랑스는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검정, 흰색, 빨강색을 국기 색깔로 활용하며 이 색을 즐겨 쓴다. 심지어 프랑스 모 브랜드도 이 3가지 색깔과 함께 프랑스를 상징하는 수탉을 브랜드에 활용해 마치 자기 기업이 프랑스를 대표하는 것처럼 인식시키기도 한다.
일본은 1959년 아키히토 국왕 결혼 당시 일본기념색협회가 7개 주색을 정해 발표했고, 나루히토 황태자 결혼 당시에도 성혼 경축 기념색을 발표했다. 일본인들은 그때그때 발표되는 색들을 즐겨 쓰고 그와 같은 색의 옷을 입으며, 기업도 제품 제작과 마케팅에 지정된 색을 활발하게 접목한다. 스웨덴은 그들의 피부색이나 모발색을 본따 블루나 노랑처럼 산뜻한 색을 많이 쓰고 그들의 국기에도 마찬가지 색을 쓰고 있다.
기업도 특정 색으로 자신의 고유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샤넬은 골드와 블랙,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는 노랑, 슈피겔 지는 주황, 에스프리는 무지개색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월드컵 때 붉은 색으로 거리를 물들였다. 그래서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붉은 색의 국가로 알고 있다. 그래서 '샤넬'은 월드컵 당시 경기장과 거리를 가득 메운 응원 열기에 감동을 받아 ‘붉은 악마’의 열정을 담은 립스틱 ‘루즈드 서울(Rouge de Seoul)’을 제작, 1만 개를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의 경우 백색을 좋아한다. 자동차색 중 흰색 차 비율이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일본이다.
외국 NGO, 도시 디자인/경관 문제에도 관심
그러나 우리나라 거리를 보면 그 도시를 대표하는 색이나 디자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공공정보를 나타내는 거리 표지판도 도시 색깔의 숨은그림찾기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프랑스 등 외국의 거리는 눈에 금방 띈다. 이 같은 색깔의 명확성은 도시 안전과도 직결된다.
따라서 도시디자인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친다면 도시환경적 측면에서 맥락도 일치하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우리나라 NGO는 정치/경제부문에만 관심이 많은데, 외국 NGO는 도시 디자인이나 경관의 부조화에 관심이 많아 잘못된 부분을 운동을 통해 바로잡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 정리 서현교 객원기자 shkshk@empal.com
- 저작권자 2007-04-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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