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유전자가 개들의 몸집 크기를 결정한다는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됐다. 애완견(Canis familiaris)처럼 크기가 제각각인 포유류 동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과학자들은 진화적 관점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개들의 몸 크기가 이처럼 달라진 데 대해 오래 전부터 궁금증을 품어왔다.
연구진은 143 품종 3천마리의 개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작은 개들은 모두 하나의 유전자를 공통으로 갖고 있고, 이 유전자에 의해 몸집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이 유전자는 몸집이 큰 개들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1만년 전부터 시작된 돌연변이
치와와나 몰티즈, 포메라니안, 퍼그, 페키니즈 등 14 품종의 작은 개들은 특이한 DNA 시퀀스를 갖고 있었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호르몬(insulin-like growth factor 1, IGF-1)을 만드는 유전자가 포함돼 있었다.
IGF-1은 사람이나 생쥐 등을 비롯한 포유류의 출생 직후부터 청소년기까지 성장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이번 조사 결과, 작은 개들의 경우 이 유전자 바로 옆에 붙어있는 15번 염색체에 하나 이상의 돌연변이가 일어나 몸이 커지는 것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이끌었던 연구팀 중 한 명인 미 코넬대의 칼로스 버스타맨트(Carlos Bustamante) 박사는 “비록 작은 개들이 가진 유전자의 크기와 종류는 품종에 따라 다를지라도, 이들은 모두 IGF-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유전자를 공통으로 갖고 있다”며 “이번 결과는 몸집의 크기 결정에 있어 IGF-1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한 개의 몸집을 작게 만드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1만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런 돌연변이가 모든 작은 개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볼 때, 개의 조상인 늑대가 처음 길들여질 때 생긴 현상이거나 작은 개들이 작은 늑대로부터 퍼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작은 늑대는 큰 늑대와 경쟁하기보다는 사람 주변에 살면서 먹이를 얻어먹는 것이 편했을 것이고, 사람의 입장에서도 쥐 등 해로운 동물을 사냥하고 가축 몰기나 집지키기 등 많은 일을 하는 작은 개가 매우 쓸모 있는 존재였으리라는 것이다.
이번 사이언스 논문의 주저자인 미 국립인간게놈연구소의 일레인 오스트랜더(Elaine Ostrander) 박사는 “이번 발견은 이야기의 일부분일 뿐이지만, 핵심적인 부분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그녀는 몸집이 큰 개에게서도 작은 몸집의 개에서 발견되는 DNA 시퀀스가 발견되는 예외적인 현상이 있었지만, 이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충분히 설명가능하리라고 예상했다.
연구진은 개의 성장이 억제되는 현상을 이해하면 성장호르몬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이나 암 등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또 개들에게도 고혈압이나 자가면역성질환, 암 등 사람과 같은 병이 200~300가지나 되기 때문에 개들의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발견하면 사람의 병 치료에도 일대 도약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김대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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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7-04-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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