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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2007-04-10

“수학은 결코 점수 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민경찬 과실연 공동대표, 교육방향 재정립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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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켄터키주 하이랜드 하이츠 소재 노던 켄터키대학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21세기를 맞아 직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하면 그 직장은 다른 사람들에게 달아나고 말 것"이라며 "이제는 수학과 과학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도 지난 3월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수학, 과학, 공학 등 이공계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게이츠 회장은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의 국가경쟁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교육혁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지난 2월 6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커버스토리로 ‘뒤처지는 미국의 과학’이란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이대로 가면 미국이 국가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내용이 핵심 주제였다.


타임은 미국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원인을 과학에서 찾았다. 미국 연방정부의 연구개발투자 감소정책, 단기적 이익을 노린 기업의 상품개발 노력, 그리고 수학 및 과학교육의 질적 저하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 같은 주장은 과학기술 최강국인 미국이 얼마나 과학기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는 대목이다.


프랑스 역시 국가발전의 핵심 원동력이 이공계 교육이라고 보고 수학.과학 교육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학.과학 교육의 비중.


대학교입학자격 시험인 바깔로레아 시험과목의 경우 불어가 4학점, 영어가 3학점, 제 2외국어가 2학점, 수학이 7학점, 물리.화학이 6학점, 생명.지구과학이 6학점, 철학이 3학점, 역사.지리가 3학점, 체육이 2학점 등인데 이 중 수학과 과학의 비중이 19학점으로 전체 36학점 중의 절반을 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선진국들과 달리 수학 및 과학 교육이 강화되기보다는 후퇴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86년 국내 고등학교에서 이수해야 할 과학교과는 이과생이 32단위, 문과생은 16단위였다. 당시 이과와 문과 학생의 비율은 7대3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고등학교에서 이수하는 과학 교과는 이과와 문과 모두 6단위씩이다. 학생 수는 이과와 문과가 3대7로 역전현상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과학기술계가 수학.과학교육의 위기를 호소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06년까지 대한수학회 회장을 지낸 바 있는 연세대 민경찬 교수(현 과실연 공동대표, 수학)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수학.과학 과목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찾고 있다. “국가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학문적, 기술적인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학.과학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데 한국적인 상황에서 거꾸로 가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고사상태에 있는 ‘물리’를 모르면 제반 과학기술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수학을 모르면 사회과학 등 다른 인문 과학들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 자명한데도 불구하고 국가적으로 수학.과학에 대한 이해가 극히 부족한 상태에서 지금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공계 교육의 전체적인 질 저하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어릴 때부터 선택형 문제해결방식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창의성을 요구하는 대학 교육현장에 와서 대부분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선택형 교육에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선택형에 편중된 한국의 초.중등 교육 현실이 학생들의 균형감각을 상실하게 하고 학업성취도를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 교수는 “무엇보다 합리적인 관점에서 수학. 과학의 중요성에 대해 공개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을 수행하고 있는 인문계, 이공계 모든 사람들이 모여 국어, 영어 등 다른 과목이 중요한 것처럼 수학, 과학 과목의 중요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지금까지 이 같은 실제적인 논의보다는 일방적인 ‘정책 집행’만 있었다”는 것이 민 교수의 주장이다.


민 교수는 특히 이번에 개정된 7.5차 교육과정에 대해 큰 불만을 표명했다. “행정당국에서는 교육과정의 개선방안의 하나로 ‘과학교육의 강화’를 하나의 주안점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고1 과학시간이 주당 3시간으로 늘어나고 선택과목을 조정한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교육관련 단체들의 결속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학 분야. 대한수학회, 한국여성수리과학회, 한국수학교육학회, 대한수학교육학회, 초등수학교육학회, 한국수학사학회, 대한수리논리학회, 한국수리생물학회, 한국정보보호학회, 한국산업응용수학회 등 수학과 관련된 단체들이 연합해 지난 2월 ‘한국수학관련단체총연합회’를 구성했다.


연합회에 참여하는 단체들의 요구사항은 수학 및 수학교육에 대한 공동의 관심사를 공공의 석상에서 논의해 나가자는 것. 한마디로 추락하고 있는 수학교육의 위상을 다시 찾자는 것으로 벌써부터 과학기술계는 물론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회 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민 교수는 “수학이 결코 점수를 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수학의 중요성을 간과하고는 학문 발전은 물론 국가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며 “국가적으로 수학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일이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강봉 편집위원 aacc409@hanmail.net

저작권자 2007-04-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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