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7일 서울 홍릉 고등과학원 세미나실. “수학은 수학 선생님의 교실이나 연구실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자연 속에 있습니다. 나무가 자라면서 자라나는 가지의 숫자를 보면 피보나치 수열에 따라 늘어가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꽃잎의 수를 유심히 관찰해 보세요. 이 역시 피보나치 숫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고등과학원 수학부의 윤강준 박사는 ‘자연 속에서의 수학’이라는 강연을 통해 따분하고 재미없는 수학이라는 선입견을 날려버렸다. 그는 이 강연을 통해 수학을 자연과 직접 체험하게 하고, 또 어렵게 보이는 문제를 기발하고도 알기 쉬운 방법으로 푸는 방법을 보여줘 참석자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큰뿔양의 뿔의 생김새도 피보나치의 수열을 닮았습니다. 뿔의 첫 부분에서 시작해 마지막 뾰족한 부분을 보세요. 점점 작아지는 정도를 수학적으로 접근해 보면 피보나치 수열을 닮았습니다. 뿔이 자라나는 과정이 피보나치의 수열과 같습니다. 신기하지 않습니까?”
또한 그는 우리 은하계의 나선 은하 모습도 피보나치 수열과 같다고 설명했다. 나선 은하의 소용돌이 모양이 피보나치의 수열과 비슷하다는 것. 나선 은하의 큰 원이 점점 작아지는 모습은 마치 피보나치의 수열을 거꾸로 읽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수학분야 가운데서 해석학을 전공하고 있는 윤 박사는 “나뭇가지가 늘어가는 수를 보거나 꽃잎의 수를 보면 피보나치 수열과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흔히 볼 수 있는 크로버 잎이 3개고, 접시꽃은 꽃잎이 5개, 코스모스는 8개, 시네라리아는 13개로 수학은 자연의 현상과 이치를 설명해 주는 과목”이라고 말했다.
비너스가 아름답게 보이는 수학적 이유
수학을 알기 쉽게 풀이하고 수학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고등학교 영재반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종종 강연에도 나서고 있는 윤 박사는 “비너스 조각상이 위대하면서 완벽한 예술품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그 속에 완벽한 황금분할이라는 수학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천재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은 말할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피보나치 수열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수학자 피보나치(Leonardo Fibonacci)는 이슬람과 아라비아에서 발달한 수학을 섭렵했다. 이를 정리하고 소개해 기독교 여러 나라의 수학을 부흥시키는 데 이바지한 최초의 인물이다.
그는 상무관인 아버지를 따라 이집트와 시리아, 그리스, 시칠리아 등지를 여행하면서 갖가지 계산법을 익혔다. 심지어 이슬람 학교에서 인도의 계산법도 익혔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피보나치의 수열은 부친이 운영하는 토끼 농장에서 번식력이 왕성한 토끼의 번식과정을 지켜보면서 만든 이론으로 알려져 있다. 첫 달에는 새로 태어난 토끼 한 쌍만이 존재하는데, 번식 가능한 토기 한 쌍은 매달 새끼 한 쌍을 낳는다. 이 한 쌍은 또 새로운 한 쌍을 낳는다.
이렇게 토끼들이 계속 새끼를 늘려가면 1년 후 몇 쌍의 토끼가 존재할까. 답은 1, 1, 2, 3, 5, 8, 13, 21, 34…이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피보나치 수열이다. 새롭게 나타나는 뒤의 수는 앞의 두 수의 합이다. 이 수열을 반대로 나열하면 뒤의 두 수 가운데 큰 수에서 적은 수를 빼면 앞의 수가 된다.
아르키메데스는 “신(자연)도 수학을 한다”는 말을 남겼고, 유클리드는 “신은 수학적 계산을 통해 우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신은 위대한 수학자일 뿐이다”라는 말은 수학의 황제 가우스가 남긴 명언이다. 수학은 자연의 언어라는 말도 있다. 자연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수학이라는 의미다.
예리한 통찰력으로 어려운 수학문제를 기발하게 풀어낸 오일러에 관한 얘기 등을 재미있게 소개한 윤 박사는 “수학을 기피하는 현실 속에서 수학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고 학생들이 수학을 막연히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번 강연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등과학원 관계자는 “수학이나 물리학, 우주론 등 어렵게만 인식되고 있는 기초과학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여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기초과학의 대중화 노력에 좀더 무게를 둘 방침”이라며 “앞으로 고등과학원의 문을 활짝 열어 문호를 개방하고 이와 같은 강좌를 자주 개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 박사가 전공하고 있는 해석학은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도구로 인정받고 있는 미분과 적분의 개념을 엄밀하게 규명하고, 이를 이용해 다양한 함수들의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다루는 함수의 종류에 따라서 복소해석학과 함수해석학, 비선형해석학 등으로 구분되며, 여러가지 미분방정식이나 적분방정식을 푸는 데 직접적으로 응용되고 있다.
윤 박사는 현재 컴퓨터를 이용한 곡선이나 곡면의 알고리듬 개발 이론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이론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의사가 컴퓨터를 통해 환자가 있는 장소의 기기로 수술을 할 수 있는 시술 등에 응용될 수 있는 연구다.
“이공계 유치를 위해 투자하는 정열을 훌륭한 과학교육자 양성을 위해 써야 한다. 그러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올 것이다.” 지난해 8월 숙명여대에서 열린 ‘세계화학교육대회’(ICCE)에 참석한 네델란드 우트렉트 대학의 오노 드 용(Ono De Jong) 교수가 이공계 기피현상과 관련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던진 말이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화학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그의 저서가 교과서로 쓰일 정도로 유명한 학자다.
“이공계를 선택하면 여러 가지 이점을 주겠다”는 말이 아니다. 재미있는 과학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윤 박사의 강연과 같은 많은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 과학강국 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노벨상 과학자를 만드는 데만 급급할 게 아니다. 그러한 과학자를 배출할 수 있는 장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다.
- 김형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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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7-03-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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