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 서울과학관 ‘과학기술 명사의 방’에는 학생들이 주로 참가하던 보통 때와는 달리 학부모들이 많았다. 이날 제36회 과학기술 명사로 초청된 이는 성용길 동국대 명예교수. 대통령 교육공로 표창장과 교육관련 훈장을 수상한 이답게 ‘노벨상 이야기와 청소년의 인생설계’란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호기심과 창의력이 중요합니다. 저는 시골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등교하다가 나팔꽃에 개미가 오줌 싸는 걸 봤습니다. 자주색인 나팔꽃잎이 개미가 오줌을 싸자 흰색으로 바뀌었습니다. 왜 그럴까? 라는 호기심이 저를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이 노벨상 수상자를 만들 수 있다면서, 한국 교육 풍토에서 창의성을 키우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이 예전부터 활발히 이뤄졌다면 조기 유학률이 지금처럼 높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은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이뤄진다며 가정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성 교수는 1915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브래그 부자를 소개했다.
로렌스의 아버지 윌리엄 브래그는 X선의 파장을 정확히 측정하는 기구인 X선 분광계를 설계해 브래그 분광계를 만들었다. 이 두 과학자는 브래그 분광계를 이용해 X선이 결정 구조 연구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그들은 결정 구조를 확립하는 기본 법칙인 브래그 방정식을 만들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어서 성 교수는 청소년의 미래설계에 있어 고려할 다섯 가지를 말했다. 그는 가장 먼저 인성교육을 꼽았고, 이어 전문성을 들었다. “적성에 맞는 전공을 찾고,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돼야 한다”면서 “기술이 있어야 현대 사회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셋째로 그는 창의성을 꼽았다. 창의성을 가장 강조할 줄 알았지만 의외였다. 그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어야 역사적 인물이 될 수 있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넷째로 협동심을 언급했다. “어떤 일을 하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협력할 수 있어야 사회적으로 성공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언급된 것은 사회성이었다. 사회성 교육을 통해야만 사회 공헌을 하겠다는 마음이 생기며, 개인의 발전은 물론 사회의 발전도 사회성 함양을 통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이 다섯 가지는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해당한다”며 “올바른 인생 설계는 행복을 찾아 갈 수 있는 가장 큰 길”이라고 인생 설계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강의는 학부모님과의 몇 차례 질의응답이 오간 후에 끝났다. 성 교수는 강의를 마치며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과학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적 사고능력은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닌 미술, 음악, 역사 등과 함께 과학을 이해해야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과학관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하고 과학관도 늘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과학기술 명사의 방에 참여한 학부모 이현아 씨는 “자녀가 과학교실 수업을 듣는 시간 동안에 참석하게 되었다”며 “앞으로는 혼자가 아니라 자녀와 함께 과학명사들과의 만남에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과학기술부와 국립 서울과학관은 미래의 과학 꿈나무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자 ‘과학기술 명사의 방’을 마련했다. 이 행사에 대한 세부 일정과 초청 명사에 대한 정보는 국립 서울과학관 홈페이지(www.ssm.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김진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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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7-02-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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