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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 앞면은 더 예뻐진 것 같다. 세종대왕은 여전하시니 비밀은 배경그림에 있을 터. 바로 알록달록한 일월오봉도가 배경그림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폐 뒷면의 그림은 모두 과학적 소재들로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혼천의이며, 오른쪽에 있는 기구는 국내 최대규모의 보현산 천문대 광학천체망원경이다. 그런데 배경에 희미하게 보이는 별자리그림의 정체는 뭘까?
이 낯선 별자리그림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여러분의 조그마한 초등학생 조카일지도 모른다.
한 뼘보다 작은 교과서 사진 속의 천문도가 이곳에서는 여러분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2m의 거대한 돌천문도의 모습으로 여러분을 내려다 볼 것이다. 그 검은 대리석(흑요석) 몸체에 새겨진 우아한 별자리를 보고 있으면 이 500년도 넘은 돌천문도가 어떤 옛이야기들을 품고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오늘날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까지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처음 만들어진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왜란과 병자호란으로 경복궁이 불타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이후 그러한 천문도가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숙종 13년인 1687년에 이민철이 남아 있던 복사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돌에 다시 새겼다. 이것이 복각천상열차분야지도이다.
태조본 천상열차분야지도는 현재 국보 제22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숙종본 복각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보물 제837호이며, 세종대왕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많은 목판 인쇄본과 필사본들이 존재하며 여러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의 긴 이름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별자리」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天上-列車-分野-地圖 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별그림이니까 하늘 (天上)에 관한 것일 테고, 그러한 천문 분야(分野)에 관련된 지도(地圖)로구나, 그럼 열차(列車)는 대체 무엇일까 하면서 말이다. 실은 天象列次分野之圖이며 ‘천상(天象)’은 하늘의 모습을, ‘열차(列次)’는 황도 부근을 12지역으로 나눈다는 것을, ‘분야(分野)’는 이에 대응하는 지상의 지역을 , ‘도(圖)’는 그림을 의미한다. 덧붙여 ‘지(之)’는 ‘~의’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하늘의 모습을 차라는 단위로 구분하여 펼쳐놓은 그림’이라는 뜻이다.
중심에 북극을 두고 태양이 지나가는 길인 황도를 그렸고, 남·북극 사이로 천구의 적도를 그렸다. 지지 않는 별들의 한계인 주극원, 눈에 띄는 하얀 띠로 표시된 은하수, 동북아시아의 전통적 천문사상을 보여주는 28수의 구역도 표시되어 있다. 하나의 천문도에 이와 같이 많은 지식들이 집약되어 있다. 오랜 세월 축적된 자료와 지식, 기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천문도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가장 오래된 별자리 그림은 청동기시대의 고인돌에서도 볼 수 있다.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도 굉장히 많은 삼국시대의 천문관측 기록들이 남아 있다. 특히 고분벽화에 남겨진 천문유적으로는 고구려가 으뜸이다. 관측천문학이 활발했던 고려시대에는 더욱 많은 천문도가 제작되었으리라고 추정되지만 오늘날에는 석실형 고분에 그려진 벽화 만이 남아있다. 조선에서는 개국과 더불어 천문도가 만들어졌다. 이것이 태조 4년 (1395)네 만들어진 천상열차분야지도이다.
다음은 조선 초의 대유학자 권근이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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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자는 역성혁명으로 새 왕조를 일으킨 이태조가 하늘의 뜻을 받들어 모범적인 정치를 펴 나갈 것임을 백성들에게 알리는 정치적 목적의 산물이고, 옛 중국의 천문도 자료를 취합하여 만든 것에 불과하리라고 주장했다. 루퍼스(Rufus)라는 영국학자는 조선 초에 고구려에서 전래되었다는 천문도는 당나라에서 보낸 천문도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먼저 루퍼스의 주장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역사적으로 고구려와 당은 서로 전쟁 중인 적대국이었다. 게다가 천문도가 전래되었다는 기록은 고구려가 망한 지 24년이나 지난 뒤의 것이다. 따라서 루퍼스의 추측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이로 인해 지구의 자전축, 즉 북극은 2만 6천년을 주기로 별들 사이를 서서히 옮겨가며 하늘에 원을 그린다. 따라서 세차운동을 이용하여 옛 천문도에 그려진 별자리들의 위치를 북극과 적도의 위치와 비교하면 그 천문도가 어느 시대의 밤하늘을 나타내는지 알 수 있다.
이를 이용하여 측정한 결과 천문도의 중앙부인 북극 주변은 조선시대 초 근처로, 그 바깥에 있는 대부분의 별들은 서기 1세기경 고구려 시대 초에 그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권근의 설명이 어긋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관측지점에서 1년 내내 떠 있는 별을 토대로 그 지방의 위도도 측정해낼 수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연구한 결과, 천문도 중앙부의 관측지점은 한양의 위도 38˚로, 바깥쪽 관측 지점은 고구려 강역의 위도인 39~40˚인 것으로 드러났다. 역시 권근의 설명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결과이다.
따라서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권근이 설명하는 대로 고구려의 천문도를 바탕으로 하며 북극성 근처만 당시의 하늘을 관측하여 고쳐 그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루퍼스의 주장이 천문도 자체보다 천문도 설명을 연구하면서 내린 해석이라면 권근과 학자들의 주장을 검토한 과학적인 방법은 천문도 자체에 직접 근거하여 누구나 같은 결론을 얻을 수밖에 없는 객관적인 분석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것은 1995년부터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열정적으로 연구해온 고천문학자 박창범님이 일구어낸 성과이다.
최근 일본에 있던 천상열차분야지도 목각본이 신한은행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된 일이 있었다. 돌아온 목각본은 지난 12월 19일 문화재청에 기증됐다. 지폐 뒷면에 있는 과학유물에 대해 알아보면서 갖게 되는 작은 관심을 신한은행 임직원들과 같은 적극적인 문화재 사랑으로 키워나가길 바란다.
※참고 도서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박창범, 김영사, 2004.7.20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별자리」안상현, 현암사, 2000.3.10
※참고 사이트
*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78&article_id=0000028275§ion_id=117&menu_id=117 국보급 천상열차분야지도 돌아온다.
* http://blog.empas.com/dltnch64/read.html?a=17034249 하늘에 새긴 우리역사, 천상열차분야지도
* http://www.yeskisti.net ‘신 만원권’ 조선의 우주관을 보여주다.
* http://www.yeskisti.net 고구려 벽화에 별자리가 있다?
* 네이버 백과사전
- 꿈꾸는 과학 오혜영
- saintmio7@hanmail.net
- 저작권자 2007-01-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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