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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뉴욕 = 이강봉 편집위원
2006-12-18

옛날 말의 크기는 고양이보다 작아 뉴욕 소재 미국자연사박물관 탐방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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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과의 대화’를 주제로 1869년 설립된 미국자연사박물관은 뉴욕시 센트럴파크 서쪽 77번가에서 81번가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걸쳐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 박물관 안에는 거대한 공룡은 물론 고래, 나비, 원숭이 등에 이르기까지 3천200만 점의 화석, 생물박제, 광물 등이 다양하게 전시돼 자연과학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 중. 사이언스타임즈는 현지 특파원을 통해 박물관의 모습을 소개한다. [편집자 註]

미국자연사박물관이 건립된 해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판된 지 10년 후인 1869년이다. 개인이 운영하던 박물관에 화재가 발생해, 불에 타버리자 뉴욕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박물관을 설립했는데 그 목적은 자연에 대한 시민들의 지식을 높이고 동시에 자연과학을 진흥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19세기 말부터 세계 각지에 탐사대를 파견해 인류학, 각종 생물학, 생태학, 광물학, 천문학 등 자연사 관련 분야에 걸쳐 방대하면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적극적으로 수행한 탐사는 원주민 문명에 관한 북서아메리카와 시베리아 탐사, 티라노사우루스를 발견한 미국서부 탐사, 공룡 화석의 보고인 고비(Gobi) 사막 탐사, 거대한 아프리카대륙의 생태계 탐사 등 매우 광범위했다.


그리고 지금 박물관의 컬렉션은 3천200만 점이 넘는다. 29m의 푸른 고래 모델 등 세계 각지 포유동물의 표본, 563캐럿의 블루사파이어 ‘인도의 별(Star of India)’을 비롯한 온갖 광물, 각종 토템 기둥, 북서아메리카의 하이다(Haida) 인디언의 채색 카누 등 인조물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지구상에서 이미 사라진 동물들의 골격과 화석의 수집에서 독보적인데, 공룡만도 100여 종에 이른다. 그 중에서 어미가 침략자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앞발을 쳐들고 으르렁대는 모습을 진짜 뼈로 재현해 놓은 바로사우루스(Barosaurus)의 모습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시물이 되었다.


한마디로 미국자연사박물관에서는 수십 억년의 지구역사, 특히 변화해 온 생명체의 모습을 한자리에서 무리 없이 보여주고 있다.


가장 많은 관람객들이 찾고 있는 4층 화석홀이 대표적인 사례다. 화석홀에는 거대한 공룡 100여 종을 비롯 600여 종의 멸종된 동물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이 중 85%는 실제로 지구상에서 발굴한 화석들이다. 이들 화석들을 척추동물 계보에 따라 시기별로 일목요연하게 전시하고 있어 관람객들은 공룡시대 이후 동물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진화의 모습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공룡이 멸종된 후인 6천500만년 전 신생대 초기부터 포유류의 번영이 시작되고 있었다. 초기의 포유류는 두개골의 뒤쪽에 구멍이 뚫린 그룹(Synapsid Opening)으로 동물들의 조상 대부분이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그 다음에는 귓속에 3개의 뼈가 있는 그룹(3 Middle Ear Bones), 태반이 있는 그룹(Placenta), 등골이 있는 그룹(Stirrup-Shaped Stapes), 발굽이 있는 그룹(Hoof), 코 부근에 눈이 있는 그룹(Eye Sockets near the Snout) 단계로 진화하는데, 예를 들면 아르마딜로나 나무늘보는 태반이 있는 그룹에서, 돼지와 말, 고래 등은 발굽이 있는 그룹에서 파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말 그룹에 관해서는 약 5천700만년 전의 조상그룹서부터 순서대로 화석이 진열되고 있어 진화과정을 손쉽게 더듬어 볼 수 있다. 지금은 인간보다 말이 크지만 5천700만년 전에는 고양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

전시된 골격 앞에는 비교 대상인 최근의 진화 동물이나 사람의 크기 등이 설치돼 있어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화석홀의 진열 마지막 부분에는 약 1만2천년 전의 빙하기까지 완전 멸종된 매머드와 마스토돈이 실물 화석 크기 그대로 전시돼 있는데 공룡과 더불어 그 거대한 위용을 보고 많은 관람객들이 감탄사를 연발한다.


동물의 역사와 함께 인류의 역사 역시 인종별로 나뉘어 일목요연하게 전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인 마가렛 미드(Margaret Mead, 1901~1978) 여사의 태평양홀이다.


사모아, 뉴기니아, 발리 섬 등 태평양 군도에 거주하는 원주민을 통해 인류의 지리적, 문화적 다양성을 발견하고 나름의 문화인류학을 써 나간 마가렛 미드 여사의 견해에 따라 태평양홀의 모습을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전시하고 있는데 끊임없이 울려나오는 원주민들의 전통음악 소리 속에서 마치 태평양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문화홀은 태평양홀 외에도 아시아홀, 아프리카홀, 북미홀, 중미홀, 남미홀로 이어지고 있는데 북미의 경우 북서 인디언과 동쪽 평원 인디언으로 나누어 자세하게 과거의 삶을 재현하고 있어 짧은 역사를 인디언 역사로 극복하려는 미국의 안타까운 노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쉬운 것은 아시아홀에 고대 중국, 일본인에 대한 전시는 있지만 한국인에 대한 전시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자연사박물관을 찾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과거 한국인에 대한 전시가 속히 이루어져야 하겠다는 느낌을 감추지 못했다.




뉴욕 = 이강봉 편집위원
aacc409@hanmail.net
저작권자 2006-12-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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