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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의 사회진출, 권고 혹은 쿼터? 한국과 영국의 여성과학기술인 지원정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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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부터 양일간 영국 런던에서는 제2차 한·영여성과학자포럼이 개최됐다. 포럼은 한·영여성과학자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후 두 번째이다. 포럼은 여성과학기술인을 육성하고 활용하는 양 국가의 현황을 파악해서, 여성을 미래 성장의 주요 동인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공계에서의 여성(SET: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을 주제로 한 제1세션에서는 그동안 유럽연합과 영국 그리고 한국에서의 여성과학기술인을 육성하고 지원하며 활용하기 위해 취해 왔던 다양한 정부차원의 노력과 현황이 소개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범국가적 차원에서 유럽연합이 여성과학기술인 사회활동 촉진을 위해 시도하였던 정책과 함께 한국의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설립 및 그 활동현황을 중심으로 소개한다.[편집자 註]

유럽연합 ‘헬싱키 그룹’의 성과와 과제


첫 번째 발표자는 영국 카디프 대학의 사회과학부 교수이면서 유럽연합 차원에서 여성의 과학공학기술(SET)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테레사 리 교수였다. 그녀는 ‘여성을 과학기술분야로 유도하기(Attracting Women into Science and Technology Careers)’라는 제목 하에 30개 국가로 결성된 유럽연합이 최근 가장 주목하는 이슈는 바로 과학기술분야에서의 충분한 인력확보 문제이며, 특히 여성을 과학기술분야로 진출하도록 유도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유럽연합국가 차원에서 볼 때 현재 여성이 GDP에 기여하는 비율은 1.7%로 2010년까지 3%를 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3% 목표도 현재의 남동아시아나 미국 등 북아메리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현재 유럽에 있는 대학생들이 모두 과학기술 분야로 진출한다고 해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어서 그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사회 속에서의 여성의 비율과 현황’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계 많은 국가에서 대학 졸업자의 50% 혹은 그 이상이 여성이다. 대학교수 중 여교수의 비율은 15% 혹은 그 이하이다. 경력을 쌓기 전에 대부분의 여성들은 결혼 등의 이유로 학문과 연구세계를 떠난다. 분야에 상관없이 고위층으로 갈수록 여성의 비율은 급격하게 감소하는 반면에 남성의 비율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비율로 증가한다.


그녀는 유럽연합연구회의 ‘여성과 과학(Women and Science Unit : WSU)’ 분과는 바로 이러한 상황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설치되었다면서 그동안 WSU가 유럽 각 국가에서 여성과학기술인과 관련된 각종 데이터를 모으고, 여성과학기술인의 사회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컨퍼런스를 개최하였으며 여러 종류의 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고 소개했다(http://europa.eu.int/comm/research/wir).


그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WSU는 유럽연합 프레임워크에 참가하는 33개 국가의 과학기술 관련 정부 부처들로 구성된 ‘헬싱키 그룹’과 적극적인 상호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면서 “WSU는 촉매가 되어 유럽 각국에서 여성 과학기술인을 위한 정책과 실행계획(initiative)이 널리 확산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했다.


테레사 리 교수에 따르면 ‘헬싱키 그룹’은 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좋은 경험을 다른 국가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면서 무엇을 하고 또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가르쳐주는 상호 벤치마킹의 훌륭한 기회를 제공했고, 그 결과 유럽 각 국가에는 과학기술부와 교육부를 대표하는 공무원과 여성사회 운동가 그리고 양성평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여성과 과학 위원회’가 발족되었다고 말했다.

이와 나란히 헬싱키 그룹의 또 다른 주요 노력으로는 유럽 각 국가가 여성과학기술인 관련 정책과 사회적 생산기반(infrastructure)들을 점검해볼 수 있도록 권고하고, 성공적인 사례를 발굴하여 적극 홍보하면서 국가별 비교를 통해 상호 격려하는 것, 그리고 양성평등을 위한 가이드라인 및 실제적인 조치를 마련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헬싱키 그룹의 활동 덕분에 유럽연합의 과학위원회에 처음으로 여성이 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점차 능력 있는 각종 정책 위원회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이 일종의 쿼터 시스템은 대학 및 연구회 그리고 공공기관으로 확장 적용되어 오늘날에는 보다 많은 여성과학기술인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녀는 현재 유럽의 3개 국가가 공공부문에서 남녀성비를 맞추는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테레사 리 교수는 2002년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자라나는 여학생들을 이공계로 유치하는 노력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저는 여학생들이 남학생과 다르게 과학 분야를 덜 선호한다는 편견은 갖지 말아야 할 것을 강조합니다.” 그녀는 이집트에서는 ‘공학자’ 하면 오히려 여성을 의미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해 청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얻었다.


앞으로 유럽은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에 직면할 것이다. 이에 대해 테레사 리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여성과학자들이 생존하고 또한 적극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며 또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상호 협조적인 문화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저는 인력자원 경영이 투명해지면 투명해질수록 여성의 사회진출도는 더욱 향상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녀는 유럽연합은 이제야 왜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의 여성들만이 과학기술공학(SET)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또한 왜 낮은 비율의 여성만이 SET 분야에 진출하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면서 “연구자들이 다양해질수록 혁신적인 성과는 더욱 많이 나타날 것”이라며 발표를 마쳤다.


한국 쿼터제의 놀라운 성공과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제1세션의 한국 측 발표자로 나선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NIS-WIST)장 전길자 교수는 ‘한국에서의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정책’이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한국에서 여성과학기술인의 활동 촉진을 위해 취해온 여러 가지 정책과 특히 2005년 개소한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의 다채로운 활동 현황을 소개했다. 1987년 한국에서는 양성고용법이 처음으로 제정된 이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분야로 확대되었으며, 2002년에는 처음으로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전 센터장은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근거하여 세워진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2004년)는 한편으로는 여성과학기술인의 전문성 및 사회적응력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정책대안을 발굴하여 진행상황을 주기적으로 분석 평가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교수는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를 통해 최종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과학기술분야에서의 여성의 비율을 30%로 확대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중장기적인 3단계 계획(제2단계는 2008년∼2010년, 제3단계는 2011년∼ 2015년)을 수립하여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성과학기술인의 활용을 위한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문가 그룹을 형성하는 제1단계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로 크게 4가지의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첫째,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다시 과학기술 분야로 재진입하도록 유도하는 e시스템을 운영하며, 둘째 각종 위원회 및 고위직에 일정 비율의 여성이 참여하는 채용 및 승진 목표제를 권고하며, 셋째 재진입 여성과학자들을 재교육시키고 외국과 교류하도록 네트워크를 구축해주며, 넷째 국제공동연구를 위한 기본 스킬과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2006년 현재 한국에는 광주와 부산에 각각 지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가 추가 개소됨으로써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동부지역과 서부지역의 여성과학기술인 활용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2008년까지 2개의 센터가 더 설립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 교수는 한국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으로 쿼터제에 해당하는 ‘채용목표제’와 ‘승진목표제’를 언급하였고, 그동안 이루어낸 놀라운 성과들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원래 한국에서의 ‘채용목표제’는 과학기술분야 정부기관 및 정부지원기관과 정부투자기관에 여성의 비율이 30%가 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계획으로 2006년에는 15%, 2010년에는 20%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2005년도에 우리는 매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이미 정부기관에서는 목표치 30%를 넘어섰고, 우리는 매우 기쁘게도 2010년의 목표를 25%로 상향 재조정하게 되었습니다.”


전 센터장의 발표는 참석한 청중들로부터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참석자들은 장기적으로 10년을 내다보며 정했던 목표치가 조기에 달성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정부의 강력한 실행계획(initiative) 때문이며 그동안 민간차원에서 권고를 중요시하던 영국이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때라며 목소리를 모았다. 그들은 쿼터제라는 용어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의미 때문에 그동안 영국에서는 목표제 도입을 자제해왔는데, 이제는 강력하게 건의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전 교수는 “전국의 모든 이공계 학과에 최소한 1명의 여교수 이상이 채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또한 2007년부터는 생명공학연구원을 비롯하여 여성과학자의 재직비율이 20% 이상인 5개의 주요 출연 연구 기관에 직급별 승진목표제를 도입하여 여성과학기술인의 고위직 비율을 평균 18.2%까지 달성할 것”이라는 향후 계획을 발표하였다. 발표가 끝나자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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