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12일부터 양일간 영국 런던에서는 제2차 한・영여성과학자포럼이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은 한・영여성과학자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3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으며, 여성과학기술인을 육성하고 활용하는 양 국가의 현황을 파악하고 서로의 장점을 배우며 여성을 미래 성장의 주요 동인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한・영여성과학자교류사업은 2004년, 영부인 권양숙 여사가 영국 과학대중화의 역사적 산실인 왕립연구소(Royal Institution, 1779년 설립)를 방문한 자리에서 제안했고 이후 과학기술부와 영국대사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사업화되었다. 영국의 왕립연구소는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1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고 주기율표상의 10개의 원소를 발견한 세계적인 과학연구소이자 동시에 청소년을 이공계로 진출시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온 대표적인 과학문화기관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은 책 제본소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과학책을 읽어 후에 왕립연구소 조수가 되었다가 교수가 되어 전자기유도를 발견하게 되는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영국인들이 기장 존경하는 과학자로 뽑힘)가 시작했다. 그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청소년과 여성을 초청하여 무료로 흥미로운 실험과학쇼와 강연을 수행했는데, 이것이 발전하여 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으로 정착됐다. 한국에서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왕립연구소와의 MOU를 통해 매년 여름에 ‘8월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번에 개최되었던 2차 포럼에는 한국 측에서 김선화 대통령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이 초청 참가하였고,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이혜숙 전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전길자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센터장, 이연희 서울여대 교수, 민병주 원자력연구소 연수원장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영국 측에서는 세인즈베리 과학혁신청 장관을 비롯하여 질 사무엘스(Gill Samuels) 여성과학기술인협회(AWISE) 부회장, 아넷 윌리엄스(Annette Williams)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센터장, 테레사 리(Teresa Rees) 카디프대학 교수, 수 아이베슨(Sue Iversen) 옥스퍼드대학 교수, 레오마 우체부(Ijeoma Uchegbu) 런던대학 교수, 낸시 레인(Nancy J. Lane) 캠브리지대학 교수가 발표자 혹은 토론자로 참가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먼저 기조강연자로 나섰던 세인즈베리 영국 과학혁신청 장관과 김선화 한국의 정보과기보좌관의 기조연설을 요약 소개한다.
세인즈베리 장관, 미래를 디자인하는 힘으로서 여성과학기술인과 국제협력 강조
“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과학에서의 성공이 영국의 번영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vital)하다는 것 그리고 미래의 경제성장을 결정하는(critical) 요소들은 바로 적절한 과학자, 공학자, 기술자들의 공급이라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입니다”라며 세인즈베리 영국 과학혁신청 장관은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영국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1%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생산되는 과학연구의 5%, 전체 과학논문의 9% 그리고 인용횟수가 높은 논문의 1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영국에서는 대학의 연구 성과가 곧바로 산업으로 연결되도록 정부 정책을 펼친 결과 20개에 달하는 벤처 회사들이 급성장하였고 시장규모도 13억 파운드에 달할 정도로 확대되었습니다”라며 영국 과학의 세계적 현황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성공이 앞으로도 계속되어 영국이 의・약학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전반에서 세계적인 선두 위치를 확보해나갈 것이며 이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두 가지의 해결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나는 획기적인 과학기술 예산의 증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증대된 예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과학기술의 품질을 제고하고 우위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의 육성과 활용이다.
그에 따르면 1997, 1998년에 13억 파운드인 정부 R&D 예산은 2007, 2008년에 거의 2.3배나 증가된 33억 파운드가 될 예정이며, ‘과학혁신 프레임 워크 10개년 계획’에 의해 현재 국내총생산의 1.9%에 해당하는 R&D 비율이 2014년에는 2.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과학기술의 품질제고라는 도전적 과제를 어떻게 완수할 수 있는가? 당연히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여성과학기술인의 잠재력이야말로 바로 지금 영국 사회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세인즈베리 장관은 진단했다.
또한 “영국정부는 여성과학기술인들이 평등한 상황에서 각자가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만약 장애물이 존재한다면, 그러한 장애물을 제거하는 일을 최우선적으로 시행할 계획입니다. 영국정부와 일반 시민들은 시대적 대의명분에 충분히 동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의 차원에서는 많은 난제들이 존재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에 UKRC(영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를 설립했습니다” 라며 UKRC의 지난 성과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한 ‘돌아오기 캠페인’에서는 500명의 여성과학자들에게 재취업을 위한 일부 비용과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였다. 현재 이 캠페인을 통해 50명의 여성 과학기술인들이 석사 혹은 박사과정에 다시 입학하였거나 직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였고, 이러한 노력은 향후 보다 확대될 계획이다.
연설 종료에 앞서 세인즈베리 장관은 8년 전에 자신이 장관이 되어 처음 방문한 곳이 한국이었다면서 한국에 특별한 애정을 보였고, 향후 한국과의 보다 적극적인 협력을 원했다. 그는 현재까지 영국이 이루어낸 과학기술에서의 혁신적인 성과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면서, “국제협력이야말로 영국이 과학과 혁신의 최전선에 서서 세계를 리드하기 위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오늘 영국에 절실하게 필요한 두 가지 요소인 ‘여성과학기술인’ 그리고 ‘국제협력’이 결합된 이 포럼이야말로 최상의 의미를 갖습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청중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경험의 공유와 협력 그리고 파트너십이야말로 영국과 한국이 갖고 있는 야망과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말로 연설을 맺었다.
김선화 보좌관, “한국의 과학기술중심사회, 여성과학기술인이 리드한다.”
“현재 한국은 추격형에서 혁신형으로 혁신체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면서 국가 성장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참여정부는 과학기술, 산업, 인력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국가기술혁신체계(NIS)를 구축했으며, 5대 분야의 혁신을 위해 30개의 중점추진과제를 선정하여 현재 여러 부처들이 함께 활발하게 추진 중에 있습니다”.
김선화 정보과기보좌관은 현재 한국 과학기술정책의 커다란 방향을 소개하며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그녀는 그 결과로 한국은 IMD 평가에서 과학경쟁력 분야는 세계 12위, R&D 투자 분야는 9위를 차지하는 등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아직 과학기술분야의 인적자본 규모와 활용도에 있어서는 한국이 낮은 수준입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녀는 이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창의적인 인재 육성” 아래 “한편으로는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을 잘 교육하고 또 이공계로 진출하도록 유도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모든 곳에서 혁신을 리드해 나갈 여성과학기술인을 육성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참여정부가 국정 우선 과제인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위해서 특히 여성과학기술인을 격려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경주해왔으며 매우 가시적이고 고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4년에 수립한 ‘여성과학기술인 지원 및 육성을 위한 5개년 계획’은 중장기적 안목에서 수립된 여성과학기술인을 위한 정책으로 세계적으로도 자랑할 만한 정책입니다. 또한 전국 주요 대학 내에 설치한 WISE 센터의 운영 그리고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학기술인들의 사회 재진입을 위해 2005년에 개소한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T)는 한국의 여학생 및 여성과학기술인에게 많은 격려와 힘을 주고 있습니다”.
그녀는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에서는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가 탄생하고 여성 국회의원 수가 증가하는 등 여성의 지위가 급상승했다고 말하면서 내년에는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을 위한 예산이 4배 가량 확대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주었다. 그녀는 ‘튀는 유전자’를 발견하여 1983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버라 맥클린톡이 여성 특유의 직관과 느낌으로 놀라운 성과를 낸 것처럼 포럼에 모인 “양국의 여성과학기술인들이 서로 협력을 통해 전 세계의 미래를 위해 커다란 일을 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라며 높은 기대감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김 보좌관은 “여성과학기술인 육성과 활용에 대한 민간 차원의 노력과 사회문화적인 이해가 풍부한 영국과 정부차원의 제도 및 정책 그리고 교육에 무게를 두는 한국이 함께 협력을 하게 된다면, 이는 매우 독창적으로 양 국가에 유용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양 국가가 함께 ”전 세계에 모범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함으로써 많은 박수를 받았다.
-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홍보위원 조숙경 박사
- skcho@president.go.kr
- 저작권자 2006-1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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