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 있는 TV 드라마 ‘주몽’에는 부여의 철기대장 모팔모가 나온다. 그는 한나라의 철기군에 맞설수 있는, 한나라 철기군의 철갑을 뚫을 수 있고 한나라의 검과 부딪쳐 부러지지 않는 검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다.
철을 잘 다룰 줄 아는 기술은 드라마 주인공들의 운명만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고대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기술이 된다. 현재도 철강생산력은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하나의 잣대로 사용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인지 우리나라도 철강생산력에 있어 세계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철은 건물이나 다리의 골격뿐 아니라 예술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철’만을 소재로 한 미술공모전이 열렸었고 그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이 현재 포스코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수상작이 20여 점이 되다 보니 작은 전시장 내에 비좁게 놓여 있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철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를 넘어서는 참신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대상을 수상한 최우람의 ‘철의 심장’은 작가의 심장을 표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백제나 신라의 왕관을 장식했던 문양 같기도 하고 아르누보의 장식 같기도 한, 훨훨 타오르는 불길의 끝자락을 묘사한 것 같은 모양에 둘러싸인 메탈 심장은 관객이 다가서면 위에서 아래로 우웅거리며 펌프질 하듯 움직인다.
유기체의 심장은 주로 붉은 색으로 표현되는 반면 최우람의 심장은 창백한 백색의 빛이 뿜어져 나온다. 최우람은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기존의 SF적인 생명체의 연구에서 탈피하여 신화적인 느낌을 차용한 작가 스스로의 내면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번 공모전의 특징이라면 기성작가부터 약관의 대학생까지 작품이 당선작으로 나란히 서 있다는 것이다. 전시장의 모서리에 서서 전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듯 설치되어 있는 이아람(한성대 4학년)의 ‘나비 오토바이’는 얼핏 보면 앏은 천에 풀을 먹인 것으로 만들어진 작품 같지만 실은 선주 망, 구리 망, 스틸 망을 사용하여 만든 작품이다. 철이 강하고 무겁다는 이미지는 이 작품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가늘고 연약한 망들을 엮어 오토바이를 탄 나비 같기도 하고 오토바이가 나비의 날개를 단 것 같은 몽상적이며 이중적인 이미지를 띈 물체가 탄생했다. ‘나비 오토바이’가 갖고 있는 색은 일부러 칠한 것이 아닌 재료가 갖고 있는 고유의 색을 살려 매우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작업을 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김병찬의 ‘껍질을 만들다’ 는 감히 작가의 장인 정신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싶다. 굵은 철사를 S자 모양으로 구부리고 (철사의 검은 빛은 구두약으로 광을 낸 것이다), S자로 굽은 철사를 하나 하나 용접하여 육면체를 겹겹이 만들어 넣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S자형 철사가 4만개가 넘다 보니 용접하는 횟수는 10만회를 넘는다. 숫자로야 몇만 개 몇만 번 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많은 횟수를 반복했을 것을 생각하면 작품을 바라보기가 편치 않다.
커터 칼날 수만 개를 반복적으로 배치하여 회화의 느낌을 살린 박준선의 ‘The Chop-Conceal’, 검은 목판에 못을 박고 못의 머리를 제거함으로써 멀리서 보면 밤의 검은 바다를 그려놓은 듯한 유봉상의 ‘M2006-825', 종이를 구기듯 프레스를 이용해 반질반질한 철판을 구겨놓은 심병건의 ’pull&push' 등은 하나의 재료의 다양한 변신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10월 26일부터 11월 18일까지 대치동 포스코 빌딩 내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리며 일요일은 휴관이다. 입장료는 없다.
- 곽수진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6-1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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