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곤돌라(Gondola)를 타고 있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던데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오사카 해양박물관을 찾은 김택원(23, 한양대 전자전기컴퓨터 공학부 3학년) 씨는“베네치아에 갔다 온 기분"이라며 시뮬레이터를 타고 3D 영상을 통해 베네치아 곳곳을 누비는 ‘바다의 모험관’ 체험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0년 개관한 오사카 해양박물관은 세계의 해양 교류사를 비롯해 ‘천하의 주방’이라 불리는 오사카항의 변천사를 전시하고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전시관은 마름모꼴 유리 타일 4천208장으로 구성된 지름 70m, 높이 35m의 유리돔 형태의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전시관 내에서 탁 트인 오사카항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오사카 해양박물관이 가진 또다른 매력이다.
관람자들은 먼저 엔터런스동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 해중 통로로 입장하게 된다. 전시동까지 약 60m 길이의 해중 통로를 걸어가는 동안 천장 창문으로 간간이 보이는 물고기와 오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심해의 파도 소리는 관람자로 하여금 고래 배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해중 통로를 통해 전시동에 도착하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 ‘바다가 잇는 세계의 문화’, ‘오사카항의 번영’, ‘배’ 의 3가지 주제로 구성된 전시관을 시계방향으로 내려오면서 관람하면 된다.
관람객들은 첫 번째 전시관인 ‘바다의 길, 세계 해양 교류사’ 관에서 15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 세계 지도에 나타난 일본의 모습을 통해 세계관 변화의 과정을 살펴 볼 수 있다. 일본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기초로 1492년에 제작된 현존 최고(最古)의 지구의인 ‘베하임의 지구의(Behaim’s globe)’에 ‘지팡그(Zipangu)’라는 상상의 나라로 처음 세계무대에 등장한다.
우리나라(당시 신라)가 중세 아랍 지리학자 알 이드리시(Al-Idrisi)가 1154년에 출판한 ‘천애횡단 갈망자의 산책’에 5개의 섬으로 세계 지도에 등장한 것에 비하면 일본의 세계무대 등장은 350년이나 늦은 셈이다.
이제 대양의 항해 시대를 열었던 각국의 배를 만나보자! 북유럽에서 9-10세기에 노르만족이 사용한 ‘바이킹선’, 아라비아의 영향을 받아 세로돛을 사용한 유럽의 ‘카라벨선(the carabel)’, 17세기 일본의 무역선 ‘사키 쥬인센(前朱印船)’ 등 8-17세기까지 세계의 바다를 누비고 다녔던 다양한 함선 모형을 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16세기 대서양의 거친 바다를 평정했던 ‘갤리온선(the galleon)’을 눈여겨보자. 스페인의 무적함대(Armada)를 무찌른 존 호킨스(Sir John Hawkins) 경의 영국 함대는 바로 이 갤리온선을 개량해 만든 군함이 주축을 이뤘었다.
갤리온선은 500톤에서 2천 톤 규모로 건조됐는데 거대한 몸집에 비해 길이와 폭의 비를 크게 해, 물의 저항을 최대로 줄여 군함으로 쓰일 만큼 속도가 빨랐다. 또한 적재 용량을 늘리기 위해 선체의 폭이 수면 부근에서 넓어지는 둥근 형태를 취하는 동시에 수직 방향으로는 폭을 좁혀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항해 기술의 비밀이 내 눈앞에
고대 사람들은 망망대해에서 어떻게 선박의 위치를 알았을까? ‘항해기술의 발달’관에서 그 비밀을 파헤쳐 보자.
선원들은 낮에는 태양, 밤에는 북극성 등 별의 각도를 측정해 위도를 계산했다. 기원전 400년경 칼데아(Chaldea)의 천문학자들은 십자가 모양과 비슷한 ‘크로스 스탭(cross-staff)’을 이용했고, 이슬람 천문학자들은 기원전 80년경부터 ‘아스트롤라베(astrolabe)’를 사용해 위도를 측정했다.
아스트롤라베는 원반형 도구로 둘레에 각도가 표시돼 있고, 작은 구멍 2개가 뚫린 침이 달려 있다. 이 침을 움직여 태양광선이 두 개의 구멍을 통과하게 맞췄을 때 침이 가르치는 각도가 태양의 고도가 된다.
아스트롤라베는 유럽에 13세기 초에 전래됐는데 항해용으로 개량해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480년이 돼서였다. 이 외에도 사분의, 팔분의, 육분의 등이 위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됐다.
위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기원전부터 개발됐지만, 경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18세기에 와서야 완성됐다. 영국의 시계공 존 해리슨(John Harrison)이 1735년에 크로노미터 1호를 만들어 정확한 경도 측정에 한 걸음 더 다가갔는데, 이 시계는 영국의 그리니치 표준시와 지방시가 세트로 표시되어 그 차이로 경도를 알 수 있도록 고안됐다.
그는 1762년 60여 일간의 시험 항해에서 오차가 5초 밖에 안 나는 크로노미터 제4호를 완성시켜 대항해 시대를 여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실물 크기로 복원된 에도 시대 수송선 ‘나니와마루’
오사카 해양박물관 관람의 하이라이트! 에도 시대의 해상 운송선 ‘나니와마루’에 승선해 보자! 전시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나니와마루’는 길이 30m, 폭 7.4m의 천 석(石)급 히가키 회선이다. 이 무역선에는 운항 책임자 ‘센도우(선장)’, 키 조작을 담당하는 ‘가지코’, 닻을 조작하는 사람인 ‘이카리 사바키’, 식사 준비를 담당하는 최하급 선원 ‘카시키' 등 12-15명 정도의 선원이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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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자들은 실제 크기로 복원된 배에 탑승해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선실 지하의 물품 창고와 항해의 평안을 기원하는 제단인 ‘가미다나’와 ‘부치단’, 선원들의 식사를 조리하는 설비인 ‘가마도’, 각종 용기를 넣는 선반인 ‘차완다나’ 등을 볼 수 있다. 내부 관람 뒤에는 배의 후미로 가서 거대한 방향키도 관람하자.
이 밖에도 요트 시뮬레이터(1인당300엔), 신멘반선(Shinmembansen) 경기(경기당300엔), 오사카 전통 거리 재현(주말에만 공연) 등 체험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하다.
입장료는 어른(고등학생 이상) 600엔, 어린이(중학생 이하) 무료, 바다의 영상관, 바다의 모험관 각 400엔, 입장료와 바다의 영상관 또는 모험관 통합권은 800엔이다. 개관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오사카 지하철 중앙선 코스모스퀘어역(cosmosquare) 하차 1번 출구에서 도보로 7분 거리에 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오사카 해양박물관 홈페이지( www.jikukan.or.jp)를 참고하자.
- 정혜경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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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6-10-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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