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김완순 한국과학문화재단 전문위원
2006-09-27

전 세계 최고의 수학자 한자리에 모이다 2006년 마드리드 세계수학자대회에 다녀와서 (상)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수학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수학자대회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펼쳐졌다. 사이언스타임즈는 2006 세계수학자대회에 직접 참석한 김완순 한국과학문화재단 전문위원(호서대 수학과 교수)의 참관기를 2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註]


'세계수학자대회'(ICM, 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는 전 세계 수학자들이 4년마다 모여 벌이는 축제의 한마당이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메달도 바로 이곳에서 수여된다.

세계수학자대회는 1897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처음 열린 이후 1900년 프랑스 파리 총회 때부터 매 4년마다 열리고 있는데, 올해 대회는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8월 22일부터 8월 30일까지 대장정으로 펼쳐졌다.

8월 22일 아침 약 3천500여 명이 참석한 개회식에서는 현 스페인 국왕인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시종 무관을 거느리고 나와서 직접 사회를 보았다. 국가의 수학 및 과학에 대한 후원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4년 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개회식에는 장쩌민 국가주석이 참석하여 큰 지지를 보낸 적이 있다.

이어서 교육과학부 장관과 마드리드 주지사, 시장의 축사가 진행됐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올해의 필즈메달 수상자가 발표됐다.

올해의 필즈메달은 안드레이 오쿤코프(Andrei Okounkiv, Princeton Univ.), 테렌스 타오(Terence Tao,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벤더린 베르너(Wendelin Werner, Univeraity of Paris-Sud), 그리고리 페렐만(Grigori Perelman, Steklov Innnstitute of Mathematics) 등 4명의 수학자에게 그 영예가 주어졌다.

수상위원회는 시상에 앞서 각 수상자의 업적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했는데, 오쿤코프는 확률론과 대수기하 등의 수학 분야와 통계역학 등의 물리학 분야의 연결 고리를 보여주는 통찰력 가득한 업적이 높이 평가됐다.

올해 31세인 타오는 다른 수학자들이 ‘왜 진작 자신은 이렇게 보지 못하였을까’ 하는 느낌을 가질 정도로, 매우 자연스러운 아이디어를 전개하며 문제를 풀어낸 일화를 소개했다. 호주계 미국인인 그는 한국인 아내를 두어 한국 수학자들에게 특별한 친밀감을 표시했다. 김도한 대한수학회 부회장이 한번 한국을 방문하여 대한수학회에서 강연을 해줄 수 있겠는지 요청하였는데, 바쁜 일정이지만 아내와 상의하여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도 초청을 기뻐할 것이라고 대답하며 초청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베르너는 확률론과 복소해석학의 연구를 접목해 물리적인 현상을 기하적인 통찰로 풀어 해결한 업적이 소개됐다.

한편, 이번 세계수학자대회 시작 전부터 필즈메달 수상 거부의사를 밝혀 언론과 세간의 주목을 받은 러시아의 수학자 페렐만은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페렐만은 수학의 최대 난제 중의 하나인 푸앵카레 예상을 해결했는데, 그는 이 문제의 증명을 2002년 11월부터 몇 달 사이에 55∼60페이지의 분량의 3개의 논문을 인터넷에 올렸다. 따라서 올해 필즈상이 결정될 때까지 세계 최고의 수학자들이 이 논문에 아무 오류가 없다고 검증하는 데 꼬박 4년이 걸린 셈이다.

대회 셋째 날인 24일, 푸앵카레 예상에 관한 모건 교수(컬럼비아대)의 특별 강연이 있었다. 그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푸앵카레 예상은 해결되었다”라고 말해 강당을 꽉 채운 청중이 모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힐버트와 함께 20세기 전반의 최고의 수학자인 푸앵카레는 20세기 초 위상수학 분야를 시작하면서 “구멍이 없는 곡면은 구면과 본질적으로 같다”라는 문제를 제시하였다. 참고로 위상수학자에게는 도넛과 컵은 구멍이 모두 하나이기 때문에 같다.



2차원일 경우에는 19세기에 이미 잘 이해되었고, 5차원 이상인 경우와 4차원 경우도 두 경우 다 20세기 후반에 해결되어 두 명의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그러나 3차원인 경우는 세기를 넘겨도 미해결 문제로 남아 클레이 연구소의 7개의 100만 달러 문제에 포함되었으며 “리만 예상”과 함께 가장 유명한 미해결 문제가 되었다. 페렐만은 필즈상뿐만 아니라 100만 달러가 걸려 있는 미국 클레이 연구소의 상금도 거절하며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는데 그는 최근 주간 신문 New Yorker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필즈상 거절 의사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증명이 맞으면 되었지 더 이상의 인정은 필요 없다.” 진실로 그는 지금 세상에서는 보기 힘든 고결한 정신을 소유한,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숙연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대회에서는 필즈상 외에도 1982년 시작된 네반리나(Nevanlinna)상과 올해 처음으로 시상하는 가우스(Gauss)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네반리나상은 정보사회에 관련된 연구, 즉 프로그래밍 언어, 알고리즘 해석 등의 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이룬 수학자에게 수여되는데, 올해는 점점 복잡하게 얽혀가는 세계의 네트워크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심사고가 되는 수학이론을 개발한 존 클라인버그(Jon Kleinberg, Cornell University)가 받았다.



가우스는 두말할 것도 없는 역사상 최고의 수학자 중 한 명이며 생전에 정수론이라는 순수수학에서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고 동시에 물리학, 공학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연구를 했다. 수학자의 연구는 수학 자체의 생명력과 함께 그 결과가 물리, 생물학, 공학, 사회 현상 등의 문제를 해결해 내는 데 그 응용력을 발휘하곤 한다.



실제로는 많은 복잡한 자연현상이나 사회현상은 수학자에 의해 수학의 언어로 모형이 만들어지고 수학이라는 언어로 해결방법을 찾았다. 가우스상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수학 외 분야에 파급 효과가 크고 응용효과를 극대화한 수학자의 업적을 평가하여 시상한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가우스상은 일본의 키요시 이토(Kiyoshi Ito) 교수가 받았다. 이토 교수는 1940년 스토케스틱 해석이라는 당대로는 전혀 새로운 수학이론을 만들어냈으며 그의 이론은 증권시장의 증권의 가격변동 예측 등 경제현상 해석에도 이용됐다. 그의 이론을 경제학 연구에 접목시켜 새로운 경제학이론을 만든 업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여한 경제학자도 두 명이나 된다.



또한 그의 이론은 생물학의 연구에도 훌륭한 도구로 사용돼 유전자가 개체 속에서 활동하는 범주에 대한 확률적 설명도 가능하게 됐다. 이토 교수는 올해 90세의 고령으로 시상식에 참석치 못해 딸이 대신 수상했는데 수학계에서 상을 너무 늦게 주었다는 해석도 나왔다.(계속)

김완순 한국과학문화재단 전문위원
저작권자 2006-09-27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