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들에게도 생존 전략이 있다.
풀잠자리 종류인 '케라이오크리사 리네아티코르니스' 유충은 플라타너스 잎 뒷면에 난 털을 뜯어 짊어지고 다닌다. 털로 위장해 천적을 피하는 한편 플라타너스의 털을 뜯어 가는 대신 플라타너스를 해치는 방패벌레를 먹어 치운다.
동물행동학과 화학생태학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토머스 아이스너는 곤충은 식물을 먹지만 "식물을 황폐화시키는 악덕 착취업자"가 아니라 오히려 "환경 친화적 개발업자"라고 설명한다. 식물을 병들어 죽게 하는 곤충도 있지만 식물과 공생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50년 간 곤충을 연구해온 '곤충학의 대가' 아이스너가 쓴 '전략의 귀재들 곤충'(삼인 펴냄)에는 그가 만난 다양한 곤충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100℃가 넘는 액체를 발사하는 딱정벌레, 화려한 꽃잎을 등에 짊어지고 다니면서 꽃처럼 위장하는 애벌레 등이 아이스너가 만난 곤충들이다.
아이스너는 '아르기오페 아우란티아'라는 거미가 사마귀인 '피마타 파스키아타'에 물리면 물린 다리를 잘라버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리를 잘라내지 못하는 거미는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이스너는 "사람에게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은 동물에게도 통증을 유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인간이 아프다고 느끼는 상황에서는 동물도 아픔을 느낄 테니 인류가 무척추동물을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고 적었다.
어떤 사람들은 곤충을 징그럽고 필요없는 존재로 느끼지만 아이스너는 곤충이 해로운 존재도, 하찮은 생명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코넬대학에서 화학생태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의 삶을 다룬 영화 '비밀 무기'는 영국과학협회로부터 가장 훌륭한 과학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소정 옮김. 568쪽. 4만8천원.(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저작권자 2006-09-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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