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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서울=연합뉴스) 이선근 편집위원
2006-09-12

네 위치를 알려주마 - 위성항법시스템의 모든 것 한국, 유럽 갈릴레오 프로젝트 공식참여, 미국의 GPS 독주에서 서비스 경쟁시대로, 24-30개 위성군으로 실시간에 위치 확인, 오차 1m 이내 위치확인시대 눈앞에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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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타가 공인하는 `길치'라도 안심하고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초행길, 헷갈리게 마련인 복잡한 교차로에서도 실수없이 갈 길을 찾아주는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가장 빠른 경로와 함께 내가 현재 달리고 있는 위치, 속도는 물론 도로 곳곳에 숨어 주머니를 노리는 과속탐지기의 위치까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인공위성이 보내주는 신호를 잡아 내 위치를 지도상에 표시해주는 시스템이 경제적인 가격대에 구축됐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자동위치측정시스템(GPS, Global Positioning System)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GPS 시장은 미국의 위성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독무대다.


한국이 노무현 대통령의 핀란드 방문을 계기로 지난 9일 유럽이 추진 중인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참여키로 공식협정을 체결했다.


갈릴레오 프로젝트는 미국의 GPS에 대응해 유럽이 독자적으로 추진 중인 위성항법 시스템 구축계획.


위성항법 시스템 부문에서 미국의 독주를 차단하고 유럽과 프로젝트 참여국들이 공동으로 관련 시장도 개발해나간다는 구상이다.


갈릴레오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는 단계가 오면 지금까지 제공되는 것보다 위치정보가 훨씬 정교해지는 것은 물론 군사.외교적으로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 위성항법 시스템의 원리 = 위성을 이용해 일종의 삼각측량 방식으로 지구상의 위치를 측정한다.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GPS 위성들은 현재 위치와 시간이 담긴 전파신호를 지상으로 쏘게 돼 있다.


지상 수신기는 이런 신호를 받아 전파가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계산해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게 된다.


경도와 위도, 높이를 동시에 파악하기 위해서는 3개의 위성신호가 필요하다.


여기에 위성간 시간 오차를 제거해 위치 측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신호용으로 또 하나의 위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4개의 위성이 동원된다.


빛의 속도로 달리는 전파의 이동시간을 측정해 위치를 파악하기 때문에 각 위성의 시간은 모두 같아야 한다는 게 전제다. 따라서 시각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성에는 3만6천년에 1초 밖에 안 틀린다는 원자시계가 실리게 되고, 위성별로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고유한 식별신호도 함께 내보낸다.


그러나 지구에서 2만km 이상 떨어져 있는 우주공간을 도는 위성에서 나오는 신호가 지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전리층과 대기권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전파속도에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측정지점의 오차로 연결된다. 오차범위는 통상 수십m 수준이지만 여러 보정수단을 동원할 경우 cm 단위로 줄일 수 있다.



◇ 냉전의 산물 GPS = GPS는 당초 미국 국방부가 미사일과 항공기 등의 정확한 위치파악과 유도를 위해 개발한 군용 항법 시스템에서 출발한다.


지난 1960년대 미 해군에서 시작된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작업이 70년대 국방부 소관으로 넘어오면서 1978년 첫 GPS 시험위성인 냅스타(NAVSTAR:navigation satellite timing and ranging) 1세대 위성이 궤도에 올랐다. 이어 1989년부터는 1세대 위성의 결점을 보완한 본격 실용위성인 2세대 위성을 궤도에 올리기 시작해 4년후인 1993년말까지 모두 24개의 위성 배치를 완료한 후 군용 위치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냅스타 위성들은 지구 어디서나 최소 4개의 위성이 보이도록 특수하게 배치된, 기울임각이 55°인 6개의 궤도 상에 각각 4개씩 돌고 있다. 이 위성들은 지구 중심으로부터 2만6천567.5km 상공에 자리잡고 있고, 하루에 두 차례 지구를 선회한다.


1세대 위성은 455kg의 무게에 태양전지로부터 400W의 전력을 공급받아 가동되며 설계수명은 5년이었다. 개량형인 2세대 위성은 이보다 덩치가 절반가량 더 커지고, 특히 군사용이었던 만큼 핵탐지 기능도 탑재됐다.


이후 GPS는 지상의 기상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항상 지구 어느 곳에서나 사용 가능한 가장 이상적인 항법 시스템으로 자리잡아 군사적인 용도를 넘어 민간용으로 급속히 활용범위가 넓어져 왔다.


지금은 단순한 위치정보 제공의 차원을 넘어 디지털지도의 제작, 항공기·선박·자동차의 자동항법 시스템, 정밀 측량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민간용으로는 일부러 위치정보를 부정확하게 하는 고의잡음(SA, Selective Availability)이 위성신호에 섞여 송출됐으나 2000년 5월1일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를 제거토록 함으로써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현재 민간용은 수평·수직 오차가 10∼15m 정도다.


옛 소련도 GPS에 대응, 글로나스(GLONASS)라는 위성항법시스템을 개발해 운용해왔으나 소련의 해체 이후에는 막대한 경비 부담 등으로 관리가 부실해 사실상 시스템 운용을 포기한 상태다.


◇ 제2의 GPS, 갈릴레오 프로젝트 = GPS는 민간용으로 개방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군사용이다.


따라서 신호의 품질과 서비스의 지속성은 미국의 의도에 달려 있다는 취약성을 가진다.


특히 미국은 훨씬 개선된 3세대 GPS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인 가운데 필요할 경우 특정 위성의 신호를 차단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이 자체 인프라로 구축하는 항법시스템인 만큼 공짜로 혜택을 보는 외국의 입장에서는 불안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유럽연합(EU)이 자체적으로 갈릴레오라는 위성항법시스템(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구축에 나서게 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미국은 위성항법 분야에서 미국의 독주가 깨지는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극력 제동을 걸어왔다. GPS의 보안이 깨지면 군사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특히 중국이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초반부터 참여의사를 밝힌 것도 미국이 강력한 반대를 한 요인이 됐다.


EU 내부에서도 분담금 문제와 경제성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프로젝트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미국에 공동대응한다는 `정치성' 등이 가미되며 추동력이 붙게 됐다. 당초 2008년으로 예정됐던 본격 서비스 시점이 2010년으로 늦춰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갈릴레오 프로젝트도 기본원리는 미국 GPS와 동일하다. 다만, GPS 등장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만큼 네비게이션 관련 기술진보에 따라 정밀도가 훨씬 높아졌고, 응용범위도 비약적으로 확대됐다는 차이 정도다.


갈릴레오 시스템은 목성을 뜻하는 지오베(Giove. Galileo In Orbit Validation Element의 약자) 위성군이 핵심이다. 지오베 위성은 큰 캐비닛 만한 크기에 602kg의 무게를 가졌으며 2개의 태양전지로 가동된다. 이런 위성을 지구 궤도 2만3천222km 상에 30개(운용27기, 예비 3기) 띄워 일반 1m, 상용 10cm 이하의 오차를 갖는 초정밀 위치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미국 GPS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군사.외교적으로 독자적 활용도를 가질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잠재시장을 확보할 수 있게된다.


오는 2010년까지 위성 30개로 구성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소요될 예상비용은 36억 유로(약 4조3천억원)에 달한다.



◇ 무궁한 활용도와 경제적 파급효과 = GPS나 갈릴레오 등 위성항법 시스템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전자지도 작성이나 지하 매설물 위치 확인, 측량이나 지각활동 감시 등 지리정보 확보에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우주선의 궤도와 위성의 자세결정, 도킹 등에도 위성항법 정보는 필수적이다.


또 항공기의 관제와 선박의 항행, 자동차 교통정보 제공에 이용되고, 등산시 길안내용 등 레저에도 점차 용도를 넓혀가고 있다.


당장 갈릴레오의 본격 서비스 시점인 2010년 위성항법 단말기 시장규모만 3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산업계에 응용될 경우, 유럽내에서만도 수십억 유로 규모의 시장이 생기면서 14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EU 관계자들은 내다본다.


오는 2015년께에는 전세계에서 갈릴레오 이용자가 4억 명에 달할 전망이다.


◇ 우리나라의 갈릴레오 프로젝트 참여 의미 = 현재 갈릴레오 프로젝트 참여국은 중국과 이스라엘, 우크라이나에 이어 우리나라가 4번째다.


중국은 2억 유로 투자를 제안했고, 이스라엘은 1천800만 유로의 분담금을 약속했다.


우리나라의 초기 분담금 규모는 500만 유로이며 앞으로 프로젝트 진전에 따라 현금.현물 투자 규모가 결정되게 된다.


이밖에 인도·모로코·러시아·브라질·호주·아르헨티나 등도 갈릴레오 협정에 가서명했거나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갈릴레오 프로젝트 동참은 GPS에 대한 의존도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군사.외교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미국은 한국이 갈릴레오 프로젝트 참여를 결정하자 차세대 GPS 군용 수신기 공동개발을 제안하는 등 우리나라를 GPS에 붙잡아두기 위해 상당한 신경을 썼다는 후문도 들린다.


우리나라는 또 갈릴레오 동북아 지상국(GS: Ground Station) 유치 및 국내 서비스 준비과정에서 △안테나·중계기 등 위성체 기술 △정밀궤도제어 등 탑재체 기술 △지상관제 등 지상망 운영기술을 확립할 길을 열게 됐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자체 설계한 위성항법시스템의 구축 가능성을 확보함으로써 상용 위치정보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는 한편 군사·외교적으로도 활용도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끝)

(서울=연합뉴스) 이선근 편집위원
저작권자 2006-09-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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