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외국 업체들은 대한민국이라는 시장을 매우 어려워한다. 그래서 최신 제품을 세계 시장에 내놓기 전에 한국에 먼저 출시하고 사용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최근 모습이다.
또한 우리의 민족적인 기질이 창작에 대한 열의와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인지 고기술집약 산업인 IT업계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MP3가 그랬고, 핸드폰이 그랬다. 이제는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 서비스까지 상용화했다. 그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세계 유수 업체들과의 피나는 경쟁 속에서도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성장하고 있는 IT업계에서 유독 소프트웨어 분야는 뒷걸음질 치고 있는 모습이다. 한때 국산 소프트웨어 사용 운동이 확산된 적이 있지만 이제는 그런 애국심 마케팅의 시대는 지난 듯하다. 갈수록 사라지고 있는 국산 소프트웨어의 점유율을 높이는 일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아침에 MS사의 윈도우로 컴퓨터를 부팅하고, 역시 MS사의 아웃룩으로 메일을 확인한다. 익스플로러로 뉴스를 보고, WinAmp로 음악을 들으며, MS오피스로 문서작업을 시작한다. 디자이너들은 포토샵, 드림위버, 플래쉬를 사용하고, 개발자들은 MS-SQL이나 Oracle에 접속하고 외국산 Editor 프로그램으로 개발 코드를 작성한다.
여기까지는 전부 외국 소프트웨어이다. 국산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는 시점은 메신저인 네이트온이나 안철수연구소의 백신 프로그램 등이 가동될 때이다. 알집이나 알FTP 등 국산 소프트웨어도 종종 등장한다.
최근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들은 이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게임이나 벅스 같은 음악사이트는 다 국산 아닌가요’ 하고 묻는다면, 그러한 프로그램이 웹에서 인스톨 되기 위한 과정에 꼭 필요한 것은 Active-X Control이라는 MS사의 기술이며,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Tool과 데이터베이스 역시 전부 외국 프로그램이라고 대답해 줄 수 있다.
“컴퓨터 사용자들, 대부분 외국 프로그램 사용”
90년대 초 XT, AT이라고 불리는 286 컴퓨팅 시절에는 사용할 프로그램들이 지금처럼 많지도 않았거니와 소프트웨어 개발사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MS-DOS로 부팅을 하고 ‘이야기’라는 국산 소프트웨어로 PC통신을 하고 ‘한글 1.0’이나 ‘금성 하나 워드 프로세서’ 등으로 문서작업을 많이 하였다.
당시에는 각 컴퓨터 제조업체별로 워드 프로세서를 개발하여 번들로 배포하였는데 삼보컴퓨터의 ‘보석글’, 삼성의 ‘훈민정음’ 등이 유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타 프로그램과의 호환성 문제로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이때 뜻 깊은 국산 소프트웨어가 등장했는데 바로 ‘K-DOS’이다. 89년 삼성, 금성, 대우, 현대 등 대기업이 정부의 지원을 통해 개발하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MS-DOS의 독점을 막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91년 개발이 완료되어 공개된 ‘K-DOS’는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떠나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K-DOS’는 ‘MS-DOS’의 한글판으로밖에 인식이 안 되었다. 당시에 K-DOS에는 MS-DOS를 대체할 만한 장점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신기해서 몇 번 써봤지만 MS-DOS의 명령어를 한글로 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다른 특성이 없었다.
내부 개발 로직은 사용자에게 중요하지 않다. 프로그램의 차별점, 즉 그 프로그램을 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편리함이 있어야 했는데 K-DOS에는 그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미 MS사는 윈도우 3.1 이라는 GUI(graphical user interface)를 갖춘 OS를 준비하고 있었고 곧 발표되었다. 윈도 3.1은 획기적이었다. K-DOS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K-DOS는 사장됐다.
국가적인 지원과 대기업의 협조를 통해 진행된 프로젝트가 컴퓨팅 환경의 급속한 발전과 MS사의 야심찬 프로젝트로 한 방에 끝나버린 것이다. 이후 윈도95를 시작으로 MS사의 OS는 발전하였고 완벽하게 개인 컴퓨터 OS시장을 장악하게 되었다.
- 김상호 웹기획자
- 저작권자 2006-09-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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