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학자 캐러더스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을 낚아챈 사람이다. 동료와 함께 실험을 하던 중 끈끈한 폴리에스테르 덩어리에 유리막대를 집어넣었다 빼보니 실이 만들어졌다.
끈끈한 폴리에스테르는 어지간해서는 끊어지지 않았다. 캐러더스와 동료들은 누가 가장 긴 실을 만들 수 있는지 내기했다. 이 실은 훗날 나일론이라고 불렸다.
'섹슈얼리티 현상', '과학의 사기꾼' 등을 저술한 독일의 과학전문 작가 하인리히 찬클이 과학사에서 우연이 큰 역할을 한 사례를 골라 엮은 '과학사의 유쾌한 반란(아침이슬)'이 번역, 출판됐다.
저자는 "보통 우연은 과학의 적으로 여기지만 때로는 우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게오르크 리히텐베르크의 말을 빌린다.
"모든 발견은 그것이 결과에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 멀리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우연에 속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성이 있는 사람들은 편지를 쓰듯 그냥 앉아서도 발견이나 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의 만남은 오직 다른 사람들이 몇 시간씩 떠들어대는 두 사람을 기피대상으로 지목해 한 연구실에 몰아넣었기 때문이었다.
전자기유도 법칙을 발견한 마이클 패러데이 역시 우연한 기회에 전기화학자 험프리 데이비의 실험조교가 되지 않았다면 평생 제본공으로 삶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비아그라 역시 우연의 연속으로 탄생했다. 심장병 치료제로 개발된 신약이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개발사 화이자는 폐기처분을 결정한다. 그러나 실험에 참가한 환자들이 약을 계속 달라고 요구하자 화이자는 원인 조사에 나섰고 페니실린 이후 최대의 돈줄을 손에 넣었다.
저자가 소개하는 에피소드를 보고 있으면 '머리 좋은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운 좋은 자를 못 당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을 바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저자는 루이 파스퇴르의 말을 인용한다. "기회는 준비된 정신에게만 찾아온다"
우연을 준비된 필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의미해보이는 현상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통찰력과 호기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저작권자 2006-08-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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