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찾아 은평구에서 온 이상은 씨는 박물관의 장점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개관 이후 꾸준히 찾고 있다는 그는 자가용을 이용해 일년에 서너 차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찾을 정도로 마니아다.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서 많이들 찾아오죠”라고 이 씨는 말했다.
이렇게 열렬한 지지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드디어 지난 1일 100만 번째 손님을 맞이했다. 100만 번째 관람객은 멀리 경기도 고양시에서 찾아온 성한제 씨 가족.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이 특별한 손님께 꽃다발·기념품을 증정하고 앞으로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특별회원 자격을 부여했다.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4일 오후, 이의형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을 만났다. 이 관장은 화석을 전공한 이학박사로 고려대에서 교편을 잡다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초대 관장을 맡은 인물이다. 축하 인사를 건네자 그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날 줄 모른다. 정부기관에서 세운 최초의 자연사박물관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개관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온 덕이라며 이 관장은 겸손하게 말했다.
개관 초기, 폭발적 반응 덕에 동네 주민들에게 민원까지 받아
이 관장은 개관 초기에 초등학생 방학시기와 맞물려 월 1만 명씩 밀려들었다며, “관람객들이 차를 타고 와서 도로가 막혀 이웃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하루 입장객 수를 제한하자는 말까지 나왔죠”라고 회상했다. 현재는 하루 1천 명 정도가 찾는 수준으로 안정됐다고 한다.
최초의 자연사박물관이기에 받던 기대도 많았지만 이 관장은 처음부터 욕심내지 않았다고 말한다. 서대문 구청의 지원을 받는다고는 하나 건물 규모가 작고 지원금도 넉넉한 편이 아니라 어린이를 대상으로 특화시키는 전략을 채택했다. 집중력이 약한 어린이들의 속성을 감안해 기존의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박물관을 탈피해 직접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열린 전시회를 만들려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특수 안경을 쓰고 지구의 탄생 과정을 3차원 입체영상으로 볼 수 있다거나, 공룡 놀이터에서 직접 화석 채취를 해보는 등 아이들이 자연에 대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각 전시실도 코너마다 테마를 만들어서 아이들이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표본을 전시했다. 체험을 강조하다보니 생기는 애로 사항도 많단다. 관람객의 부주의로 상한 표본들이 많아 꽤 속앓이를 했다고 이 관장은 귀띔한다.
체험하고 느끼면서 자연과 친구 되기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자랑하는 전시물은 1층 중앙홀에 전시된 아크라칸토사우루스 골격. 일반적으로 티라노사우루스 등 잘 알려진 공룡의 표본이 자연사 박물관 1층에 자리 잡은 데 비해 흔히 보기 힘든 아크라칸토사우루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 관장은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의 전시품들 자체가 이런 차별성을 갖추고 있다고 자랑한다.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 7일부터 열린 특별 전시회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목표에 맞게 체험 위주로 진행된다. 주제는 <갑옷 입은 연체동물>이다. 박물관 측은 1층에 넓고 얕은 유리 상자에 각종 연체동물을 담아 어린이들이 만져볼 수 있게 했다. 평소 상설 전시회에서 다루지 못하는 연체 동물을 주제로 또 하나의 작은 박물관이 꾸려진 것이다.
이 관장은 전시회를 좀더 알차게 보려면 전시 설명 자원봉사자, 도슨트의 안내에 따라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는 하루에 한 번 도슨트를 따라 관람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관람 학습지를 제공해 각 전시실 코너마다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사에 대한 개략적 지식을 습득하도록 도와준다. 이 관장은 “달에는 왜 분화구가 있을까, 공룡은 왜 멸종했을까, 인간은 멸종 안할까? 등등 스스로 의문점을 가지고 가면 더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일년을 4학기로 나눠 계절마다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평상시에도 1천200명에서 1천300명 정도의 초등학생이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관장은 인기 강좌는 금방 마감된다며 이번 여름방학 맞이 교육 프로그램도 서둘러 신청할 것을 종용했다.
이 관장은 초등학교 시기의 아이들이 자연과 생명체에 관심이 많을 나이라며 그런 아이들에게 생명의 존엄성, 자연 보존의 중요성을 전달해 주는 것이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기본 목적이라고 했다. “우리 인간도 지구 생물종의 일부인데 쾌적한 지구에서 다같이 더불어 사는 것을 배운다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점차 경쟁사회로 접어듦과 동시에 학부모의 과도한 교육열이 겹치면서 요즘 초등학생은 예전 초등학생과 다르다. 학교 일정을 마친 후에도 수학, 사회 등 주력과목뿐 아니라 컴퓨터, 미술 등 예체능 계열까지 모두 사교육에 의존하다보니 아이들이 뛰어놀 시간이 없다. 역설적이게도 학력저하 현상은 점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자연사박물관은 자연의 소중함과 환경 보전의 필요성을 전달하면서 메마른 아이들의 정서를 풍요롭게 해주고 자연에 대한 상식도 높여주는 일석이조의 방법이 아닐까.
- 최영락 인턴기자
- poineta@hotmail.com
- 저작권자 2006-07-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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