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마.
집중호우가 내려 많은 수해를 내는가 하면 어떤 해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마른 장마' 양상을 보여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등 매년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올해는 우려했던 집중호우에 의한 피해보다는 사상최대 규모의 학교급식 집단식중독이 먼저 찾아왔다.
장마철에는 온도와 습도가 높아 곰팡이와 같은 세균이 쉽게 번식하기 때문에 식중독의 위험이 높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실 `장마'의 어원을 살펴보면 그 속에 `곰팡이'가 숨어 있어 먼 옛날부터 장마철에는 수해의 공포와 함께 곰팡이로 인한 각종 질병이 사람들을 괴롭혔음을 알 수 있게 한다.
28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의 기상현상을 연구하는 APEC기후센터(APCC)가 발표한 `장마의 어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장마'라는 말이 언제부터 무슨 의미로 사용됐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 어원에 대한 학자들간의 견해가 서로 다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흙비'를 의미하는 `림우(霖雨)' 또는 `음우(淫雨,陰雨)' 등의 다양한 표현이 자주 나와 여름철 우기에 장마에 의한 피해가 국가적 걱정거리였음을 짐작케 한다.
한문교습에 사용됐던 훈몽자회(訓蒙字會)나 신증유합(新增類合) 등에서 `댱마 림(霖)'이라는 주석을 단 것으로 미뤄 `댱맣'에서 차츰 `장마'로 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댱'은 길다(長)는 뜻이고 `맣'은 물의 옛말로 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중국에서는 장마를 `메이유(梅雨)', 일본에서는 `바이우(梅雨)'라 부른다.
`메이유'라는 표현은 중국 한나라 시대에 `황메이유(黃梅雨)라는 기록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는데 이는 양쯔강 상류지역에서 매실이 노랗게 익어갈 무렵 내리는 비를 뜻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시대와 지방에 따라 다른 표현을 찾을 수 있는데 `메이유(雨밑에每 雨)'는 발음은 같지만 여기서 `메이(雨밑에每)'는 곰팡이를 의미한다.
`메이유'라는 단어는 현재까지도 중국인들에게 비와 곰팡이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또 중국에서는 여름철 우기에 곰팡이가 극성을 부려 옷과 가구에 머리카락이 자라듯 뒤덮어 이를 장마오(長毛)라고 하는데 이 것이 `장마'와 발음이 비슷한 점을 들어 중국학자들은 우리말 `장마'에도 `곰팡이'의 의미가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고 APCC는 설명했다.
APCC측은 "장마의 어원은 아직 연구의 대상이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곰팡이'의 의미를 기억하고 음식물 처리와 유통과정에서 각별한 신경을 써서 식중독과 같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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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저작권자 2006-06-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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