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요즘 젊은층에서 유행하는 서울 강남구 선릉역 근처의 북 카페를 찾았다. 마침 해야 할 일이 있어 노트북 PC를 챙겨갔다. 북 카페의 유선랜은 먼저 온 손님들 차지였다. 체험을 위해 KT에서 빌려 놓았던 와이브로 수신기가 생각났고 한번 써보기로 했다.
북 카페에 앉아 PCMCIA카드 비슷한 와이브로 카드를 노트북에 장착하고 프로그램을 가동하자 인터넷 접속이 가능했다. 설정작업이 필요한 무선랜과 달리 간편하게 인터넷에 접속,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메일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향 전송속도는 1.33Mbps 정도를 기록했다.
이왕 시작한 김에 친구 승용차를 타고 테헤란로로 나와 이동 중 사용에는 무리가 없는지 점검해 봤다. 가끔 전송속도가 느려지기는 했지만 인터넷 접속이 끊기는 핸드오버 현상까지는 발생하지 않았다. 핸드오버 현상이 심한 무선랜과 가장 크게 비교됐다.
차량 안에서도 1Mbps 전후의 다운로드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다. 120Km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끊김 없이 최고 4Mbps의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홍보에는 다소 미흡했지만 차량 이동 중에도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장소를 옮겨 강남 지역의 와이브로 서비스를 확인하기 위해 강남역 근처에 위치한 한 영어학원을 찾았다. 와이브로 시범 서비스 제공지역이었지만 전파를 제대로 송ㆍ수신하지 못하는지 와이브로 서비스에 제대로 접속하지 못한다. 힘들게 연결이 돼도 가끔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자리를 약간씩 바꿔가며 전파 수신상태가 상대적으로 가장 양호한 곳을 찾았다. 전파 수신상태를 알려주는 바가 3개 정도 나오는 곳이 발견됐다. 이곳에서는 끊김 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접속시 `Wibro CM`의 연결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PCMCIA 카드를 빼었다 끼어야 해 불편했다.
◆유무선 통신업계의 지존, KT와 SK텔레콤 와이브로 서비스로 자웅 겨룬다.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서비스의 두 주자 KT와 SK텔레콤이 이달부터 무선인터넷 상용 서비스를 시작,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무선인터넷 서비스의 선두주자는 KT. 5년간 무선인터넷 서비스 준비를 해온 KT는 지난 3월 직원 대상의 시범 서비스에 이어 4월부터 주부, 직장인, 학생 등으로 구성된 3000명의 고객체험단에게 삼성전자 노트북에 꽂는 PCMCIA 카드형태의 단말기와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형태의 전용 와이브로 단말기를 임대해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사업계획서대로라면 이달 안에 상용서비스를 제공하는 KT는 ‘세계 최초의 와이브로 상용서비스’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고객 체험단이 상용서비스 전환시 가입비 면제와 단말기 구입 할인 등의 특전을 주고, 독일 배낭여행권(5명), 영화 관람권 등 다양한 사은품을 증정하는 등 마케팅을 펼친다.
SK텔레콤도 KT에 뒤질세라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안암동, 돈암동, 제기동 등 대학가 주변에서 와이브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우선 삼성전자 노트북에 부착해 사용하는 PCMCIA 카드 형태의 단말기로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용자가 늘어나면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방식까지 지원하는 통합통신카드를 제공할 예정이다.
결국 KT와 SK텔레콤은 서로 전략적인 차이가 있다고 입장 표명을 하면서도 자존심 대결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KT는 SK텔레콤의 와이브로 준비기간이 짧은 것에 비해 준비기간이 길어 경쟁력이 있다는 입장인 반면 SK텔레콤측은 WCDMA 등에 더 주력하고 와이브로는 보완 개념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무선에 대한 노하우가 많다고 선전하고 있다.
◆KT와 SK텔레콤 요금은 아직 미정
KT와 SK텔레콤측은 아직까지 와이브로 단말기 보조금 규모와 상용서비스 요금을 정하지 못해 이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연구개발 비용 등을 감안한 와이브로 장비업체의 장비가격 납품가가 40만원에 이른다는 점. 이 중 일부만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해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고, 여기에 가입비(약 3만원 예정)와 초고속인터넷 요금 수준인 월 3만원(예정)의 이용요금도 추가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호응도가 주목된다.
정보통신부는 와이브로에 대해서는 종전과 다른 새로운 역무로 규정하고 와이브로 이용 약관에 대해 인가가 아닌 신고를 받기로 했다. 따라서 그동안 유·무선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요금 규제를 받았던 KT와 SK텔레콤은 와이브로에 대해서만큼은 와이브로 요금은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됐다.
서비스 개시 이전에 약관 신고만 하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양사는 6월 말에 최종 약관을 신고할 계획이다.
KT는 와이브로 요금에 대해 부분 정액제 방식을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부분 정액제란 기본료에 사용한 데이터 패킷만큼 추가로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KT는 이 경우 이용료가 3만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 초기에는 커버리지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가입자에게 일정 기간 요금 할인이나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KT는 시범 서비스와 동일하게 서울 신촌, 강남, 서초, 송파, 경기 분당 등의 지역에서 우선 상용화를 실시할 계획이다. SK텔레콤도 6월 말 돈암, 안암, 신촌, 신림, 행당 등 대학가 주변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유무선 서비스 지배적 사업자 이번엔 결합상품 내놓을 수 있을까?
소비자의 관심은 와이브로 단일 요금보다도 결합 상품 출시 여부에 더 쏠려 있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KT나 SK텔레콤이 초고속인터넷이나 이동전화를 와이브로와 결합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허용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이브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정 부분 결합 서비스가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KT의 경우 초고속인터넷과 와이브로를 번들링해서 저렴하게 공급한다든지, SK텔레콤이 기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과 와이브로를 결합해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통부는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의 결합상품 판매 규제에 대해 포괄적인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와이브로 활성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와이브로의 결합 상품 출시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 박지환 기자 daebak@heraldm.com
- 저작권자 2006-06-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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