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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06-06-18

전자가 보여주는 신비한 마술 ‘스핀-전하 분리’현상 연세대 물리학과 김창영 교수, 검증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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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Physics’ 6월호에 논문 게재


잠시 일을 멈추고 사방을 살펴보면 주위에 있는 수많은 사물들이 전자(Electron)의 흐름 즉, 전기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루라도 전기가 없다면 아니 전자가 없다면 살 수 없을 것 같은 시대에 우리는 전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런 의문은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BC 4세기경에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것’이라고 원자를 설명한 데모크리토스 시대에는 전자는 상상도 못할 존재이었다. 이후 물질의 기본 구조를 밝히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커다란 발전을 하게 된다.

결국, 1897년에 영국 왕립연구소의 실험 물리학자 ‘톰슨(Joseph Thomson)’이 전자를 발견하면서 많은 물리적 현상들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제시되었다. 그 결과, 다양하고 복잡한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 호기심의 충족은 물론 새롭고 창조적인 도구들이 만들어짐으로써 인간생활은 윤택하게 됐다.


이후 상대론과 양자론이 대립하는 가운데 작은 세계에서 펼쳐지는 물질의 새로운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론은 비밀에 싸인 전자의 영역에 조금씩 접근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전자를 감싸고 있는 베일을 벗겨내는 데 더욱 집착했고 외부현상을 알아내고 그것을 이용하는 데 큰 성공을 거뒀다. 그것이 바로 현대의 디지털혁명이다.


그러나 자신의 속내만큼은 미지의 신비한 영역으로 남고 싶어 했던 것일까? 전자 내부의 비밀인 자기-전하(전기) 분리현상은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신기루처럼 물리학자들의 눈에 확실히 잡히지 않았다. 단지 상상력이 풍부한 학자들의 어렴풋한 추측에 기인한 이론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혁명적으로 발전한 현대물리학은 드디어 이 전자의 신비를 벗겨내는 데 성공했다. 그 자랑스러운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 연세대 물리학과 김창영 교수(42)는 세계적인 학술지 ‘Nature Physics’ 6월호에 1차원계 양자 스핀 물질인 ‘스트론튬 카포 악사이드(SrCuO2)’의 고 에너지 광전자 분석을 통해 스핀과 전하의 움직임이 뚜렷이 구별되는 현상을 관측한 논문을 게재했다.


이는 전자의 가장 신비한 현상인 스핀과 전하가 따로 움직이는 현상 즉, '스핀-전하 분리'의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실험적 증거를 세계 최고의 학술지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김 교수는 자신이 발견한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물질의 성질은 전자에 의해서 결정된다. 전자는 크게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는데 바로 음전하와 스핀이다. 전자 안에서 조그만 막대자석과 같은 스핀과 음전하가 대전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스핀은 전하가 도는 현상과 같은 것으로 전하와의 분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스핀과 전하가 따로 움직인다


물질계에서 한 몸체를 이루는 성질이 따로 움직인다는 김 교수의 설명은 일반인은 물론 웬만한 과학도들에게도 얼핏 이해가 안 되는 이론이다. 그러나 엄연한 과학의 현실에서 이는 분명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전자는 이렇게 음전하와 스핀이란 두 가지 특성을 갖고 있고 전자가 움직이면 스핀-전하도 당연히 따라 움직인다. 전자 한 개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는 스핀-전하 분리를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차원적 고체에서 전자가 여러 개 모여 있을 때에는 상황이 다르다. 스핀과 전하가 따로 움직이며 이는 60년대부터 고체물리학계에 알려져 있었다. 이것이 바로 ‘분수양자홀’ 효과다.”


기존의 이론이 존재한다면 김창영 교수가 이번에 이룬 성과는 과연 무엇일까? 김 교수는 이 연구를 10년 전부터 해왔다고 말했다.


“나는 10년 전에도 이러한 연구결과를 ‘Physical Review Letters’(미국)에 기고한 적이 있다. 이 논문은 200번이나 인용되었다. 지금보다는 확실하지 않지만 당시로서는 최선의 연구결과이었다. 그러나 이때에도 스핀-전하 분리현상을 명확하게 밝혀내지는 못했다.”


김 교수는 이 분야의 연구가 그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연구자들의 실패가 이어졌지만 그럴수록 김 교수의 집념은 커져만 갔다. 결국, 관점을 달리한 독창적 실험기법으로 그는 이 신비한 현상을 지켜본 끝에 명확한 분리의 흔적을 찾아냈다.


“광전자 분석기법을 이용하면 분리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중성자 안에는 양성자와 전자가 들어있고 여기에 충격을 주면 둘 다 날아간다. 이 때 전자의 날아가는 흔적을 안개상자 실험에서처럼 상정하면 그 자취가 보이게 된다. 광전자 분석에서는 이를 특별한 공간으로 보는데 바로 이것이 운동량과 에너지의 함수관계이다. 에너지와 운동량의 공간이란 관점에서 이를 보고 좌표상에 나타내면 이 흔적을 명확히 나타낼 수가 있다. 96년도에는 이에 대한 대략적인 관찰만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그래프상으로 이 현상을 발견했다.”


김 교수는 안개처럼 가려져 있던 사실을 독창적인 실험기법을 통해서 명확하게 밝혀낸 것이다. 방사성가속기를 통해서 전자에 빛을 쏘아 스핀-전하의 분리현상 주위에 일어나는 다른 흔적을 제거함으로써 성공에 이르렀다.


“분리 현상 주위에 일어나는 다른 흔적들이 제거되어야 된다. 오랫동안 연구를 해오면서 고 에너지를 쓰면 좋은 효과를 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즉, 새로운 아이디어란 분리 현상을 가리고 있던 여타의 흔적들을 걷어냄으로써 전하와 스핀이 분리되는 알짜 현상을 보여준 것이다.”


김 교수가 확실하게 검증해낸 ‘스핀-전하 분리’ 현상은 21세기 전자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대단한 과학적 업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김 교수의 전망은 매우 조심스럽다.


“이 연구결과가 나옴으로써 향후 물리학계에서 전자의 스핀과 전하가 따로 움직이는 현상을 분명하게 구분해서 연구할 수 있는 풍토는 조성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향후 산업계에 가져올 수 있는 기대효과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므로 아직은 순수 물리학적인 공로로 봐주기를 바란다.”


김 교수가 속한 물리학 분야가 바로 강상관물질계다. 겉보기에 어렵고 매우 복잡해 보이는 이 연구 분야에 김 교수는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라는 엄청난 실험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연구의 특성으로 인해 미국에 있는 Advanced Light Source연구소를 방학 동안에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도 김 교수는 열정을 갖고 매달렸다.


“실험은 미국 버클리대학의 ALS연구소에서 진행됐다. 제안서를 제출해서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다. 또 학기 중에는 강의를 해야 하므로 여름에 한 번 가서 진행하면 겨울방학이나 돼야 실험을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까 실험에 대한 감각이 떨어지기도 하고 만약에 실험에 실패한다면 수많은 연구비와 경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끝으로 김 교수는 강상관물질계의 연구 분야가 앞으로도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무궁무진한 분야라고 소개했다.


“20세기 이후 고체물리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전자가 지배하는 시대가 됐지만 전자의 속성은 앞으로도 이론적으로 규명해야 할 부분이 많다. 또 물리학 분야는 우리나라도 이제 국제적으로 큰 경쟁력을 갖고 있고 위상도 높다. 하지만 이 분야는 매우 빨리 변화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후배들의 많은 도전을 기대해본다. 앞으로 나도 외국보다 앞서 나가는 연구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 김창영 교수 학력 및 경력 -


1988년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1990년 미 스탠포드대 응용물리 석사

1994년 미 스탠포드대 응용물리 박사

2001년 스탠포드대 방사광가속기연구소 연구원

2004년 연세대 물리학과 조교수

2005년 연세대 물리학과 부교수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6-06-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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