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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꿈꾸는 과학 3기 김민정
2006-06-15

구들장에서 뛰면 안 돼요! 취사와 난방의 이중효과 '구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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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아플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따뜻한 구들이다. 배를 뜨끈한 아랫목에 대고 있노라면 아픔도 사라지고 어느새 스르르 잠에 든다. 어릴 적 방 안을 질주하던 나를 보고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구들장 꺼질라!” 나는 쥐 죽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살금살금 걸어 다녀야 했다. 고맙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구들이 뭐길래, 이렇게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구들은 ‘구운 돌’이라는 말에서 온 순수 우리말이다. 이것을 한자로 표현하면 그 유명한 ‘온돌(溫突)’이 된다. 자, 이제 ‘구들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구들은 아궁이에서 불을 때어 생긴 따뜻한 기운이 방밑에 깔아놓은 넓적한 돌을 지나가면서 방바닥 전체를 덥히는 우리 고유의 난방장치이다. 이 때 방 밑에 깔아놓은 넓적한 돌을 ‘구들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제는 분명히 보일러 시설이 되어있는 방바닥 위에서 생활하고 있을 터인데도 부모님과 할머니들께서는 무의식중에 ‘구들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신다. 그만큼 구들은 우리 삶 깊이 깔려 있나보다. 그런데 이 구들을 우리들에게만 의미 있는 난방장치라고 생각하면 구들에게 섭섭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도 구들이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전에서는 구들의 한자말 발음을 따서 ‘ondol’로 표기하며, 한국의 바닥 난방 장치(floor-heating device)라고 설명하고 있다. 구들의 어떤 점이 그토록 매력적이어서 세계적인 백과사전에도 그 이름을 올릴 수 있었을까? 절로 궁금해진다.


구들이 궁금한 당신, 먼저 구들을 만드는 방법을 살펴보라. 우리 조상들이 만든 전통 구들은 바닥 밑에 돌과 진흙으로 구들장을 괴어 고래를 만들고 구들장 위에 진흙으로 방바닥을 만든다.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아궁이와 연기를 배출하는 굴뚝을 만든 후, 아궁이에 열을 공급하여 구들장과 방바닥에 열에너지를 전달한다. 그 후에 연기를 굴뚝으로 배출하는 구조이다. 자, 구들의 모양이 머릿속에 그려지는가? 실제 구들의 대부분은 방바닥 밑에 가려져 보이지 않고, 아궁이만 빠끔히 밖을 내다보고 있다. 구들이 더 궁금하다면, 우리 함께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 보자.


구들이 제일 처음 시작되는 부분은 아궁이이다. 아궁이는 열원의 최초 공급지이다. 마른 장작을 태우거나 짚불을 만들어 아궁이에 넣으면 땔감이 연소하면서 나오는 열에너지가 구들 속으로 들어간다. 중요한 것은 아궁이의 바닥이 방바닥 구들보다 낮아야 하는 것. 아궁이에서 방바닥까지 서서히 높이가 높아져야 찬 공기가 자연스럽게 아래쪽 아궁이 속으로 들어가 덥혀진 공기를 밀어줄 수 있다. 이것은 열의 전달 방식인 대류와 관련이 깊다. 만약 바닥의 높낮이가 없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한 높낮이가 없는 난방장치가 바로 서양의 벽난로이다. 열을 전달할 대상인 공기와 수평적 위치에 놓인 서양의 벽난로는 난로에 불을 붙였을 때 실내의 더운 공기 때문에 난로 속으로 더 이상의 찬 공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때문에 난로 안으로 밀어주는 압력이 생기지 않아 연기, 재, 불씨 등이 튀어나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아궁이를 지나면 부넘기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아궁이와 고래가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유난히 높게 쌓아진 부분이다. 그렇다면 부넘기의 용도는 무엇일까? 기체는 넓은 곳에서 좁은 곳을 지나가면 압력이 낮아지고 속도가 빨라진다. 이를 ‘베르누이정리’라고 한다. 즉 아궁이에서 데워진 공기는 부넘기에서 갑자기 좁은 통로를 만나 압력이 낮아지고 속도가 빨라진다. 결국 뜨거운 공기가 구들의 밑 부분인 고래로 쉽게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또한 압력이 아궁이보다 낮아지므로 아궁이의 열기는 계속 구들 안으로 유입된다.


이제 아궁이를 지나 부넘기를 지난 열에너지는 구들의 본격적인 시작인 구들바닥 아래의 고래 뚝으로 이동한다. 아궁이를 지난 구들의 기본 구조는 크게 고래 뚝과 구들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래 뚝은 구들을 받치는 돌이다. 고래 뚝은 열의 통로로서, 고래 뚝이 놓여진 방식에 따라 아궁이에서 나오는 열에너지의 대류 방향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에는 홑은 고래 형식이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홑은 고래는 막 고래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방바닥을 지탱하는 괴임돌이 불규칙하게 세워져 열에너지가 여러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구들 구조이다.


집터에 놓여진 여러 개의 고래 뚝 위에는 평평한 판석을 여러 개 올릴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구들장이다. 고래 뚝 위에 올려진 구들장은 실질적으로 방바닥의 기초가 되며 고래 뚝 사이로 이동하는 열이 전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고래 뚝과 고래 뚝의 사이는 열에너지들이 대류를 통해 통과하면서 고래 위에 올려진 구들장, 즉 방바닥을 데워준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아랫목과 윗목의 구들장 두께 차이다. 아랫목의 구들장은 불을 지피는 아궁이와 가깝기 때문에 너무 뜨거워질 수 있어 두꺼운 돌을 쓰고 진흙도 두껍게 바른다. 그러나 윗목으로 올라가면 열에너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구들장을 얇게 하여 빨리 가열되도록 하였다. 이것이 윗목과 아랫목의 온도차를 줄일 수 있었던 방법이다. 차이를 줄이고자 해도 차이는 존재한다. 그래서 뜨거운 아랫목과 상대적으로 차가운 윗목이 생겨서 방안의 온도차로 인하여 대류현상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 항상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게 된다. 그리고 아랫목의 구들장은 두껍기 때문에 많은 양의 열을 저장할 수 있다. 우리네들이 아랫목을 사랑하고 배가 스르르 아프면 아랫목으로 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만약 나처럼 무거운 아이가 특히 윗목에 가서 뛴다면 여러 개의 판석으로 이루어진 구들장은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 여러 번 반복 시행 할 경우이다. 단 한 번의 뜀박질로 구들장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구들은 영구적인 기관이기 때문에 한 번 무너지면 그 손해가 막심하니 효심 깊은 여러분들은 절대로 구들장 위에서 뛰지 말지어다!


구들장에는 어떤 돌을 사용할까? 구들을 구성하는 돌에서도 재미난 과학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불을 맞이하는 돌은 회돌이라고 하는 돌을 사용한다. 회돌은 석회석의 북한말이다. 회돌을 구성하는 광물은 주로 감람석이다. 그래서 매우 열에 강하기 때문에 불을 직접 대하더라도 쉽게 깨지지 않는다. 바닥을 구성하는 판석은 청석이라는 변성암이다. 청석은 응회암 중에 푸른빛을 띠는 것을 말한다. 이 변성암을 구성하는 광물은 주로 운모이다. 운모는 변성암에서 많이 발견되는 광물로 열이나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절연체이다. 특히 운모 중에서도 백운모는 뛰어난 절연체이다. 절연체인 백운모 구들장은 아래의 뜨거운 열기를 한꺼번에 방안으로 이동하지 않게 한다. 만약 한꺼번에 열에너지가 방바닥으로 방출된다면 우리는 프라이팬에 올려진 부침개가 될 것이다. 돌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도 각 돌의 특징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사실 다르게도 생각할 수 있다. 과연 조상들이 운모가 뛰어난 절연체라는 것을 알고 사용했을까? 우리는 이 광물을 중학교 때 광물의 특징을 배우면서 접한 바 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면 운모는 쪼개짐이 특이한 광물로서 판형으로 쪼개진다는 것을 배웠다. 따라서 운모로 구성된 암석이라면 구들장으로 이용하기 편한 판형으로 깨어져 존재했을 것이다. 조상들이 큰 돌을 갈아서 구들을 깔았을 리는 없고,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판형을 찾다보니 운모를 사용하고, 마침 운모가 절연체였다고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해석일지도 모르겠다.


구들장 아래에 있는 고래 부분이 끝이 날 때 즈음 고래개자리라는 부분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그 이유는 경사진 고래와 고래 개자리에서 한 번 더 열을 저장하여 열기의 급속한 배출을 막기 위해서이다. 그 다음 굴뚝개자리를 지나 굴뚝을 통하여 연기들을 밖으로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 따뜻한 방바닥의 대표주자인 구들의 구조를 살펴보면 아궁이에서부터 시작해서 방바닥을 통과하여 굴뚝으로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궁이에서 지핀 열을 취사에도 이용하고 방안의 따스함을 위해도 사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 이제 어머니께서 왜 구들장에서 뛰지 말라고 하셨는지 이유도 알았고, 따스한 아랫목의 원리도 알아보았다. 정겨운 구들의 모습을 한 번 더 생각하면서 누룽지 과자와 함께 가족끼리 따뜻한 방바닥에 오순도순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건 어떨까?


<참고자료>

http://goodul.co.kr/

김준봉∙리신호, 『온돌 그 찬란한 구들문화』, 청홍, 2006.

꿈꾸는 과학 3기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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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2006-06-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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