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타자와 고이치(北澤宏一) 일본 과학기술진흥청(科學技術振興廳, JST) 이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한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러한 에너지 개발에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특히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술은 더욱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최첨단 기술인 초전도체 개발분야에 권위를 갖고 있는 키타자와 이사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9회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회의(PCST-9)’에 참석, 기조강연을 통해 ”대부분의 국가가 최근 기후변화(climate change)와 환경오염 등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노력하고 있으나 사전에 고려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며 “그 가운데 에너지 저장방법에 대한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기술이 실용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며 과학적,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타당성 등 3박자가 고루 갖추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이고 계속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타자와 이사는 과학자의 사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과학자에 대해 언론을 비롯해 국민들의 시선이 그 어느 때 보다도 곱지 않다”며 “이러한 서로간의 오해를 풀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 정부가 직접 나서 과학과 대중과의 적절한 관계를 유도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일본에는 유럽처럼 이공계 기피현상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키타자와 이사는 신기술이 개발돼 실생활에 이용되는 데는 20년~30년이 걸리며 정부의 계속적인 지원없이 신기술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0여년 동안 일본이 자랑하는 신기술 초전도체 개발에만 매달려온 ‘초전도체 박사’다. 그는 또 “모든 인생이 그렇듯이 과학의 길도 때로는 어려움과 행복감이 교차하는 등 다 우여곡절이 있기 마련”이라며 “지금은 과학자에게 좀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고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해”
스페인 폼프 파브라(Pompeu Fabra) 대학에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는 블라디미르 드 세미르(Vladimir De Semir) 교수는 과학기술에 대한 시민의 참여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도 중요하고 사회도 다같이 중요하다”며 “과학발전과 더불어 시민들이 자연적•사회적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시민의 직접적인 참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2004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PCST-9 위원장을 맡았으며 바르셀로나 市의 과학문화진흥위원장을 맡고 있는 드 미르 교수는 “과학은 우리 사회와 가장 밀접한 부분으로서 정치보다도 더 강력한 힘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래서 과학문화는 하나의 상식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 미르 교수는 과학문화의 통합을 주장했다.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사조처럼 불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이나 과학 회의주의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과학문화의 통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드 세미르 교수의 과학문화의 통합이란 과학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이 상식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말한다.
그는 과학문화를 통합하는 데는 과학기술인의 성비도 주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 과학기술인의 수가 남성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것이 사실이지만 교수나 고위직을 등용하는데 있어 단순히 산술적 계산이나 경쟁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과학에서 양성평등은 조화와 균형의 논리에 의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드 미르 교수는 정부의 과학정책에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과학과 사회와의 관계가 너무나 밀접하고 중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정치적인 의제가 돼야 하며 선거 공약에서도 나타나야 하고 국민은 ‘선택’에서 후보자의 과학정책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과학에 대한 시민의식을 항상 강조하는 드 세미르 교수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과학문화와 과학 대중화를 전담할 ‘과학문화부’를 정부 부처의 한 부서로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과학이 정치, 경제보다 오히려 사회에 더 깊은 문화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고 관리할 독립된 정부부처가 생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드 미르 교수는 바르셀로나가 이러한 과학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시장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과학과 도시’라는 주제로 시민들이 바르셀로나 과학정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참여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과학문화 정책은 바르셀로나시의 의무조항이다.
드 미르 교수는 과학문화가 성숙한 세계 시민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혁명은 단순한 과학기술의 시발점으로 이미 지나간 과거고 지금은 지식세계로 진입하고 있는 시기”라며 “지식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과학문화 운동은 인간 중심의 운동이다. 그는 이 운동이 하나의 흐름, 즉 지식의 홍수로 연결돼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사회문화적 기반과 과학문화적 기반 사이에는 간격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한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 과학 커뮤니케이션 운동이 필요하다. 그는 “그래서 서울에서 열리는 PCST 행사를 통해 과학과 사회 사이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갈등과 문제를 토론하고 그 과정에서 과학과 사회가 공생할 수 있는 길이 모색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한국의 과학 커뮤니케이션 운동을 이끌고 있는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은 “과학연구는 항상 대중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또한 연구내용을 대중도 알 권리가 있다”며 “과학이 단순히 과학자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PCST-9 공동위원장인 나 이사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의 활동과 그 동안의 업적에 대해 소상히 발표했다.
나 이사장은 “인류는 그 어느때 보다도 더 과학과 기술의 영향 속에서 살고 있고 세계적인 관심들도 대부분 과학기술에 모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금이야말로 과학과 사회, 과학자와 대중이 머리를 서로 맞대고 앞으로 미래를 위해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토론하고 논의할 때”라고 강조했다.
나 이사장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세계적인 행사를 한국이 열게 된 것은 한국의 과학 커뮤니케이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행사를 통해 대중에게 과학을 올바르고 효과적으로 전달해 과학에 대한 신뢰를 더 한층 높이고, 과학자 또한 사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희망도 전달했다.
특히 한국과학문화재단이 벌이고 있는 과학과 국회의 만남(Science Meets Parliament)은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작년부터 추진한 프로그램이다. 국회가 수립하는 정책은 과학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에 대한 자문을 비롯해 유대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추진한 프로그램이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도 이어졌다.
한편 이날 좌장을 맡은 정근모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과학정책에 대한 국민의 판단이 중요한 만큼 5월31일 지자체 선거에 후보자들의 과학정책에 대한 토론도 중요하고 국민들도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과학대중화와 과학과 사회와의 신뢰를 쌓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형근 편집위원
- 저작권자 2006-05-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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