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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나노기술' 인류의 꿈 실현시킬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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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의 경쟁력은 기초체력이 밑바탕이 되듯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공동으로 기초과학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기획시리즈를 만들어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


지름이 1만2천800㎞인 지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한쪽에서는 땅위에 건물을 세우고 다른 쪽에서는 산을 깎아서 도로를 만들기도 한다. 지구의 크기는 65억 인류가 살아가는 공간이지만, 빛이 1년 간 갈 수 있는 거리인 ‘1광년’(약 1013㎞)에 비하면 약 10억분의 1인 크기에 지나지 않는다. 즉, 1광년을 1m라고 가정하면 지구의 크기는 1㎚(나노미터)의 크기에 불과한 셈이다.


나노(nano)는 그리스어 난쟁이란 의미의 ‘나노스(nanos)’에서 유래한 말로,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의 크기를 나타낸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머리카락 굵기(약 100㎛)의 10만분의 1 크기이며, 수소원자 10개를 쌓아놓은 매우 작은 크기이다.


물질이 이 정도 크기로 작아지면 본래 갖고 있던 물질의 특성이 달라지거나 새로운 특성이 나타난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는 기술이 나노기술이다. 즉 나노미터 크기의 범주에서 물질을 조작하고 제어함으로써 새로운 또는 향상된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소재나 소자 혹은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과학기술과 소재 등을 나노미터 크기의 범주에서 미세하게 가공하는 과학기술이 바로 나노기술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나노기술이 왜 필요한 것일까? 컴퓨터의 발달 과정을 통해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1946년에 개발된 최초의 전자계산기인 에니악(ENIAC)은 오늘날 286 AT 컴퓨터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무게 30톤, 진공관 1만8천여 개, 전선 길이가 130㎞인 거대한 장치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성능이 수십억 배 향상되었지만 1㎏ 미만인 초소형 노트북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최고의 성능을 구현하면서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사용의 편리성 및 효율성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원을 절감했고, 부품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오염물질 생성을 최소화할 수 있었으며, 컴퓨터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나노기술은 개별원자 또는 분자를 조작·제어하여 나노구조체를 합성하기 때문에 자원손실을 최소화하고 최고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탄, 흑연, 다이아몬드는 같은 물질, 즉 탄소(C)로 구성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배열구조로 인해(연탄은 사슬구조, 흑연은 육각판상구조, 다이아몬드는 정팔면체구조) 그 용도와 가치가 달라진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나노기술로 실현한 것이 탄소나노튜브이다. 이것은 매우 이상적인 물성을 갖는 물질로서 머리카락 굵기의 5만분의 1로 구리보다 전류를 더 잘 전도하고, 다이아몬드보다 열을 더 잘 전달하며, 화학적으로 불활성이라 안정하다.


탄소나노튜브로 섬유를 만든다면, 강철무게의 6분의 1에 강도는 100배나 되는 울트라 섬유를 만들 수 있다. 또한 현재보다 1만배 이상의 기억용량을 가진 반도체 메모리 칩이나 현재보다 더 선명하면서 가볍고, 에너지 소비가 극히 적은 TV가 곧 눈앞에 선보일 것이다.


우리가 이야기 하는 미래의 모습 중 한 가지가 의료분야의 나노 로봇에 대한 것이다. 몸이 아플 때 약을 먹게 되면 약 성분이 아픈 곳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에 영향을 미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 병원균만 죽이는 적혈구 크기(약 5㎛)의 로봇을 만들어 체내에 투입한다면 다른 부작용이 없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로봇을 만드는 재료가 생체와 부합되는 재료가 되어야 할 것이고, 마이크로 로봇이 움직이기 위해선 동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원하는 장소에 가서 해당 병원균을 죽이기 위해선 외부와의 통신이 이루어져야 하고, 병원균을 죽이기 위한 치료약이 탑재되어야 하기 때문에 나노 수준에서의 생체 공학, 에너지, 전자 통신, 신약 등이 연구되고 개발되어야 한다.


이처럼 나노기술은 전통적인 학문의 경계가 사라진 학제 간 연구 분야이다. 즉 기존의 과학기술 분야를 서로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영역을 구축하여 기존의 인적자원과 학문 분야 간 시너지 효과를 유도한다.


앞서 예를 든 의료 영역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국가안보, 신소재, 환경, 에너지 등에 광범위하게 응용되며, 분자소자, 나노튜브소자, 바이오침, 신약, 형광체 등의 새로운 경계학문 영역도 늘어난다. 또한 기존시장을 완전대체 또는 신규시장 창출에 의한 파급효과가 매우 크며, 재료, 전자, 광학, 에너지, 우주항공, 의학 등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하여 막대한 경제적, 기술적 파급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이러한 나노기술에 대해 처음 논의한 것은 1959년 미국의 물리학자인 파인만 박사가 “미세화 경향에 대한 미래” 강연에서 나노기술에 대한 개념을 제시했을 때부터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게 된 것은 1985년 미국의 스몰리 박사가 60개의 탄소원자로 이루진 공 모양의 풀러렌(fullerene)을 발견(1996 노벨화학상 수상)한 이후이다.


나노기술은 불과 2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새로운 과학기술분야이지만,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꿈의 생활을 실현시킬 수 있는 마술사이며, 우리가 연구에 집중하게 되면 가장 빨리 세계적인 수준에 접근할 수 있고, 또 앞설 수 있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이다.

강신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원장
저작권자 2006-05-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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