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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이들이 모두 우리나라 전통의 미를 잘 살려 인기를 얻은 작품들이란 것이다. 이들에 나오는 소품들은 우리 고유의 미를 한껏 뿜어낸다. 그 중 극 전반에 걸쳐 등장하여 한국 전통의 미를 잘 드러내는 소품이 바로 한복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한복의 색상은 굉장히 다양하다. 이것은 연출자들이 영상미를 위해서 일부러 만든 것이 아닌 고증의 결과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 조상들은 한복에 다양한 색을 많이 사용했다.
옛날 한복의 색은 시각적 아름다움이 아닌 음양오행과 같은 관념적이고 사상적인 의미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여기에는 놀라우리만치 과학적인 조상들의 슬기 또한 배어 있다. 한복의 색에 과학적인 면이 있다니, 여러분은 믿을 수 있겠는가? 지금은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나 이 글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뀔 것이다.
한복의 색상에서는 크게 두 가지 과학적 요소를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배색과 염색이다.
비밀은 바로 저고리와 치마의 길이이다. 양장의 경우 상의와 하의가 시각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비슷하기 때문에 상의의 색과 하의의 색이 둘 다 강할 경우 두 색이 경쟁을 일으키게 된다. 반면에, 한복은 길고 풍성한 치마에 비해 저고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적기 때문에 두 옷의 색상이 대비된다고 할지라도 서로 경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견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각 색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우리의 뇌는 같은 색의 대비라도 다르게 인지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서로 다른 원색의 저고리와 치마를 입어도 세련되지 못하다는 느낌보다는 화사하고 산뜻한 느낌을 주게 되고, 동시에 톡톡 튀는 색상을 사용할 수 있어 한복의 비슷비슷한 모양에서 오는 단조로움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물감의 재료로 쓴 것은 주로 식물 염료이다. 그들은 자연에서 채취한 여러 가지 식물의 꽃, 열매, 뿌리, 풀 등에서 염료를 채취해서 옷감을 염색했다. 여러 문헌과 전통 염색 전승자에 의하면 색상별로 사용된 식물은 다양하다. 푸른 물을 들일 때는 쪽풀과 닭의 장풀, 노란 물을 들일 때는 치자나무와 황백나무, 울금, 황연, 신초, 회화나무, 홍화, 빨간 물을 들일 때는 홍화, 꼭두서니, 소방목, 자줏빛 물을 들일 때는 지치의 뿌리를 이용했다.
염색은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그 과정에는 정말로 여러 가지의 화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특히, 매염제와 염료의 화학적 반응은 옷감에 어떤 색의 물이 드느냐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모든 염료는 저마다 다른 분자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용하는 매염제의 종류에 따라 용해되는 정도와 착색되는 정도가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염색되는 색상에 차이가 나게 된다. 몇 가지 예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매염제의 성분 원소는 염색되는 색상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알루미늄(Al)이나 주석(Sn) 같은 원소가 존재할 경우에는 색상이 밝아지며, 구리(Cu), 철(Fe), 크롬(Cr) 원소들이 있으면 어두운 색이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소목의 경우 순수 상태에서는 짙고 붉은 노란색을 내지만 알루미늄이 있으면 붉은색, 구리가 있을 때는 갈색, 철이 있을 때에는 검은색에 가까운 색상을 낸다.
매염제로 용해시킨 염료를 섬유에 고착시키는 데에는 주로 오미자가 많이 사용되었다. 국립중앙과학관의 연구 결과, 오미자를 우려낸 물의 pH는 평균 3.04의 강한 산성으로 나타났다. 섬유에 염료분자가 잘 달라붙게 하기 위해서는 pH를 가능한 한 산성으로 만들어 표면고착농도를 높여 주어야 한다. 이 표면고착농도가 높을수록 염료의 탈색이 적어져서 색상을 오랫동안 선명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강산성인 오미자물은 매우 좋은 착색제가 되는 것이다.
조상들은 뛰어난 관찰력과 슬기로 식물에서 천연의 색깔을 찾아냈고, 천연 염료와 매염제를 사용하여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색을 가진 천을 만들 수 있었다. 이 천으로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색의 한복을 만들었으니 한복을 아름답게 만든 공로를 천연 염색에 돌려도 좋겠다.
우리 조상들이 평상복으로 입던 한복. 그 한복의 색에도 이처럼 놀라운 과학적 요소가 스며들어 있다.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는 대비되는 두 개의 색을 그 시각적 비중을 달리함으로써 해결하는 조상들의 재치와 자연으로부터 다양한 색깔을 찾아내는 그들의 뛰어난 관찰력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특히 천연 재료를 사용하여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고도 색을 창조해 낸 조상들의 슬기는 갖가지 화학 약품을 이용한 염색법으로 환경오염의 몸살을 앓게 된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 꿈꾸는 과학 이지현
- ljhlsh40@hotmail.com
- 저작권자 2006-04-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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