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과학계는 공간, 시간, 빛의 특징들을 설명하는 많은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1905년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상대성 이론은 과학계는 물론 예술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마티스, 피카소, 마르셀 뒤샹을 중심으로 많은 예술가들은 세 가지 개념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해 20세기 현대미술의 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화제를 모으며 개최되고 있는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전은 20세기 아방가르드 미술의 시작을 알리며 색채혁명을 이끌었던 “야수주의”를 새롭게 조명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오는 3월 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는 앙리 마티스를 비롯해 야수파 20여 명의 작품들을 통해서 100년 전 자연의 모방에서 벗어나 원색적이고 감성적인 강렬한 색채로 변화됨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세기 미술은 모든 것을 공평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전통적 회화규칙에서 형태의 해방을 시도했고, 대상을 정확하게 묘사해야 해야 한다는 규칙에서 색채의 해방을 이끌었다. 이와 같은 운동은 마티스, 피카소, 마르셀 뒤샹을 중심으로 야수주의, 큐비즘, 미래주의라는 세 가지 급진적 운동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그 중 색채의 해방은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야수주의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야수주의는 1904년에서 1908년 사이에 두드러진 발전을 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미술사에서 하나의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원리를 발표하던 해인 1905년에 야수주의는 살롱 도톤느(Salon d'Automne)전이라는 첫 전시회를 개최했다. 많은 예술가들은 이 전시회를 기점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야수주의는 20세기 현대 미술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탄과 같은 존재로 대접받고 있다.
먼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앙리 마티스가 그린 마티스 부인의 초상화를 보자. 전체 분위기는 화려하다 못해 빨강, 노랑, 초록, 파랑, 핑크 등 현란한 느낌이 든다. 특히 마티스 부인의 얼굴은 온갖 색깔을 마구 사용해 마치 가면을 쓴 듯한 모습이다. 마티스는 사물이나 풍경의 색을 그대로 모방하지 않고, 보고 느낀 감성의 색으로 사물이나 풍경을 표현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보면서 너무나 자유분방하고, 강렬하며, 비자연적인 색채가 거칠게 그려졌다고 평하곤 했다.
그럼 왜 자유스럽게 그린 야수주의의 그림이 당시 사람들에게 큰 회오리바람처럼 다가왔을까. 당시에 예술가들은 푸른색 하늘이나 초록색 잔디 등처럼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그렸고, 또한 그렇게 그린다는 사실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티스를 비롯해 여러 야수주의 화가들은 당시에 알려져 있던 경향과 상이한 길을 걸었다. 그들은 어떤 풍경을 접했을 때 자신이 느낀 감정을 실제 세상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색채를 가지고 새롭게 표현하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이다.
즉 하늘은 푸른색 대신에 노란색으로, 사람의 얼굴은 연두색 등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강렬한 색채로 그렸다. 그것은 당시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일부 비평가들은 작품의 혼란스러움 때문에 임산부들은 멀리 떨어져 감상하도록 경고했다. 이러한 충격에서 비평가들은 마티스와 비슷한 특징을 보인 사람들을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동물을 연상해 야수들, 광란하는 미치광이, 혹은 그림을 추한 세계, 물감을 가지고 장난치던 아이가 아무렇게나 그려 놓은 그림이라고 비꼬았다. 그 말에서 유래하여 그들은 “야수파(Fauvism)”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1905년 전시회에 출품해 야수파라고 불린 드랭, 블라맹크, 반 동겐, 푸이, 망갱, 뒤피, 루오 등 주요작가들의 작품도 마티스와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즉 그들은 전통적인 명암법이나 원근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서구 전통 미술에서 볼 수 없었던 직접적이고 강렬한 색채 대비를 통해 작품을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 그것은 색의 독립선언을 의미했다.
19세기 중엽까지 뉴턴이 주장한 것처럼 색은 물질의 독특한 특성이었고, 괴테의 주장처럼 색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이 두 사람의 색에 대한 진리는 각 측면이 분리되지 않은 채 야수파의 형식과 특수 상대성 이론을 사이에 두고 보완되었다. 그것은“색은 빛이라는 특수한 파장의 객관적 특징에 대한 우리 뇌의 주관적인 지각이다”라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또한 블라멩코는 1905년 전시회에서 “우리는 색을 다이너마이트처럼 다루었고, 그것을 폭파시켜 빛을 만들었다”라고 연설했다. 즉 아인슈타인이 우주의 최고 본질로서 빛을 옥좌에 올려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야수파도 색채 속에서 빛을 찬미하면서 작가의 주관적 감정을 강조한 것이다.
야수파는 색의 자율적인 표현을 통해서 대상, 구성, 주제, 선의 통합을 깨뜨렸고, 앞으로 다가올 20세기 미술뿐만 아니라 과학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1929년에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색의 상대적 성질을 통해서 속도-거리법칙을 밝혔다. 즉 도플러 효과에 따르면, 광원(光源)이 관측자로부터 멀어질 때 적색편이가 생기고, 그 이동의 크기는 후퇴속도에 비례한다. 허블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힌트를 얻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고 생각해 당시 제창된 상대론적 팽창우주론의 관측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특히 허블의 발견은 색의 상대적 특성을 통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1905년 아이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해 과학계뿐만 아니라 예술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것처럼, 야수파도 같은 해에 한 전시회를 통해서 예술계뿐만 아니라 과학계에 새로운 시각을 조명한 것이다. 그런 야수파를 주제로 하는 이번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전은 야수파의 몇몇 주요 작가들에 국한하지 않고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많은 걸작들을 통해서 야수주의라는 서양미술사의 한 사조를 총체적으로 다루었다.
특히 파리의 퐁피두센터 근대미술관, 파리 시립미술관, 니스의 마티스 미술관, 생 트로페 미술관, 트루와 미술관 등을 포함하여 스위스, 벨기에 등 유럽의 주요 야수파 작품 소장처 23곳의 작품 120여 점을 한데 모았다. 그 중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며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미술의 쌍벽을 이루는 앙리 마티스의 작품은 야수주의 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드로잉, 판화, 종이 자르기 작품 등 전 시기에 걸쳐서 전시되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1905년 한 전시회에서 벌어졌던 상황들을 상상하며 이번 전시회를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당시에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작품들이 지금도 그 때와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운 작품일까.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회화의 진수를 통해서 과학과 예술의 세계로 떠나보자.
전 시 명 :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
전시일정 : 2005년 12월 3일 ~ 2006년 3월 5일
전시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문의전화 : 02-2124-8800
사 이 트 : 서울시립미술관 http://www.seoulmoa.org/
- 공하린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6-02-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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