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김현정 리포터
2026-11-04

집사가 편안하면 고양이도 ‘사랑 호르몬’ 높다 교토대·아자부대 연구팀, 고양이 29마리·보호자 19명 한 달 추적…보호자 옥시토신 높을수록 고양이도 높아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고양이는 흔히 도도한 동물로 통한다. 이름을 불러도 못 들은 척하고, 쓰다듬으려 손을 내밀면 슬쩍 몸을 피한다. 그래도 한 번 맺은 인연을 보답과 애정으로 이어 가는 고양이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전해져 왔다. 현실의 보호자들이 받는 보답이 무릎에 올라와 골골거리는 소박한 정도라 할지라도 소위 ‘집사’로 불리는 보호자와 고양이의 유대는 서로에게 안정감과 행복감을 채워준다. 

이 익숙한 감각이 고양이와 보호자의 몸속 호르몬에서도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교토대와 아자부대 기쿠스이 다케후미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고양이 29마리와 보호자 19명을 한 달간 추적한 결과, 보호자의 옥시토신 농도가 높을수록 고양이의 옥시토신 농도도 높았다고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했다. 집 안에서 고양이와 가까이 지내는 보호자일수록 활기도 높았다. 고양이와 함께 산 기간보다 매일 어떻게 지내느냐가 보호자의 마음과 더 깊이 이어져 있다는 해석이다.

도도한 줄만 알았던 고양이가 보호자와 ‘사랑 호르몬’ 옥시토신으로 이어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GettyImagesBank
도도한 줄만 알았던 고양이가 보호자와 ‘사랑 호르몬’ 옥시토신으로 이어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GettyImagesBank

 

개 연구에선 선명했던 호르몬 연결, 고양이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기르는 고양이는 약 884만 7,000마리로 반려견(약 682만 마리)을 이미 넘어섰고, 그 격차는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의 ‘2025년 반려동물 양육현황조사’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비율이 29.2%로 역대 가장 높았다.

그러나 고양이가 보호자의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는 연구마다 결과가 달랐다. 연구팀이 정리한 선행 연구를 보면, 개 보호자는 행복감의 모든 차원에서 고양이 보호자보다 점수가 높았다. 개나 고양이를 새로 들인 성인을 10개월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개 보호자의 건강상 이점이 10개월 내내 이어진 반면, 고양이 보호자는 첫 한 달에만 효과가 나타났다. 심지어 청소년을 추적한 일본 연구에서는 고양이 양육이 정신 건강과 오히려 부정적으로 연관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 차이를 풀 단서로 두 호르몬을 꼽았다. 옥시토신은 어미와 새끼의 유대 형성에 관여해 ‘사랑 호르몬’으로 불리며, 스트레스 반응을 누그러뜨리는 역할도 한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개와 사람 사이에서는 이 호르몬의 연결이 상당 부분 밝혀졌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아자부대 연구팀은 2015년 보호자와 개가 서로 눈을 맞추면 양쪽의 옥시토신이 함께 올라가는 ‘옥시토신 순환’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보고했다. 2019년 스웨덴 연구팀은 개와 보호자의 털과 머리카락에 쌓인 장기 코르티솔 농도가 함께 움직인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반면 고양이와 보호자의 호르몬을 동시에 잰 연구는 지금까지 없었다. 고양이가 사람에게 좋은지를 따지기에 앞서, 둘의 몸이 실제로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던 이유다.

보호자와 고양이의 옥시토신은 함께 높았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끼리는 뚜렷한 관련이 없었다. ⓒiScience
보호자와 고양이의 옥시토신은 함께 높았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끼리는 뚜렷한 관련이 없었다. ⓒiScience


보호자가 편안할수록 고양이 ‘사랑 호르몬’도 높았다

이 연구를 위해 연구진은 공개 모집한 보호자 19명과 고양이 29마리를 한 달간 관찰했다. 보호자와 고양이의 소변을 각각 세 차례 받아 옥시토신과 코르티솔 농도를 쟀다. 고양이 목걸이에는 저전력 블루투스(BLE) 비컨을 달아 보호자 스마트폰에 잡히는 신호 세기로 둘 사이의 거리를 기록했다. 보호자의 기분은 분노·우울·긴장·활기 등 7개 항목으로 된 기분상태척도(POMS2)로 평가했다.

분석 결과 보호자의 몸 상태가 고양이의 호르몬에 그대로 투영됐다. 보호자의 옥시토신이 높은 집에서는 고양이의 옥시토신도 높았다. 편안하고 애정이 넘치는 보호자 곁에서 고양이의 유대 호르몬도 높았다. 반대로 보호자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높은 집에서는 고양이의 옥시토신이 낮았다. 연구팀은 둘을 잇는 고리로 쓰다듬기 같은 일상의 스킨십을 꼽았다. 보호자의 손길이 고양이의 옥시토신은 끌어 올리고 보호자 자신의 스트레스는 덜어 준다는 설명이다. 

개와 비교하면 고양이가 보호자와 무엇을 나누는지가 분명해진다. 개와 보호자 사이에서는 코르티솔이 함께 오르내린다고 알려져 있다. 보호자가 긴장하면 개도 긴장하는, 이른바 감정 전염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고양이와 보호자의 코르티솔은 서로 뚜렷한 관련이 없었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두 동물이 걸어온 길에서 찾았다. 

개는 가축화가 진행되면서 사람과 긴밀히 협력하도록 길러졌지만, 고양이는 홀로 생활하던 조상의 독립성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측정 방식이 개 연구와 달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이번 결과대로라면 고양이는 보호자의 스트레스에 덜 휩쓸리고 애정의 신호에 반응하는 동반자에 가깝다.

보호자의 마음을 더 잘 드러낸 쪽도 고양이였다. 고양이의 옥시토신이 높은 집일수록 보호자의 분노·혼란·우울·긴장 점수가 낮았다. 보호자 자신의 옥시토신은 분노 항목 하나와만 관련이 있었다. 다카기 박사는 “보호자 자신의 옥시토신보다 고양이의 옥시토신이 보호자의 부정적인 기분을 더 잘 예측했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고양이는 실내에서 길러져 늘 집에 있기 때문에, 그 생리 상태가 보호자와의 관계를 더 잘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대부분을 보호자와 같은 공간에서 보내는 고양이의 호르몬이 둘 사이의 관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보호자의 옥시토신이 높을수록 고양이의 옥시토신도 높았고(왼쪽), 보호자의 코르티솔이 높을수록 고양이의 옥시토신은 낮았다(오른쪽). ⓒiScience
보호자의 옥시토신이 높을수록 고양이의 옥시토신도 높았고(왼쪽), 보호자의 코르티솔이 높을수록 고양이의 옥시토신은 낮았다(오른쪽). ⓒiScience


얼마나 오래보다 얼마나 가까이…양육의 ‘질’이 기분을 갈랐다

비컨 기록에서는 거리와 기분의 관계가 확인됐다. 집 안에서 고양이와 가까이 지낸 보호자일수록 ‘활기’ 점수가 높았고, 이 관계는 여러 마리를 기르는 가구를 하나로 묶어 다시 분석해도 유지됐다. 반면 함께 산 기간은 긍정적인 기분과 관련이 없었다. 기간이 길수록 일부 부정적 기분이 높게 나타나기도 했지만, 가구 단위로 다시 분석하자 이 관련성은 사라졌다.

연구팀은 이 결과로 그동안 엇갈려 온 연구들을 설명했다. 기존 연구 대부분은 고양이를 키우는지, 얼마나 오래 키웠는지만 따졌다. 연구팀은 이런 지표가 보호자가 매일 고양이를 쓰다듬고 함께 노는 교류의 질과 양을 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고양이 양육의 효과가 연구마다 다르게 나타난 이유가 효과가 없어서라기보다 측정하지 못한 일상 교류의 차이에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논문 결론에서 “고양이 양육이 주는 기분 개선 효과는 시간이 지나며 줄어들 수 있지만, 고양이와의 일상적인 교류와 가까운 거리는 보호자의 긍정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행동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바닥에 지름 1m 원을 그리고 보호자나 처음 보는 사람을 가운데 앉힌 실험에서, 옥시토신이 높은 고양이는 상대가 누구든 원 안으로 들어올 확률이 높았다. 고양이가 먼저 다가와 몸을 맞대면 보호자의 옥시토신도 오른다는 선행 연구가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와 함께, 고양이의 이런 접근이 둘의 유대 호르몬 반응을 이끄는 주요 동력일 수 있다고 봤다.

이처럼 먼저 다가와 관계를 이끄는 고양이를 연구팀은 곁에 머무는 수동적인 동반자가 아닌, 사람과 생리적·정서적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능동적인 사회적 파트너로 평가했다. 고양이의 ‘보은’을 기대하는 보호자라면 함께 산 햇수보다 오늘 고양이와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를 먼저 돌아볼 일이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6-11-04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MAIL: sciencetimes@kosac.re.kr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차대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차대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며,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과 저소득·소외계층 등의 복지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