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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현정 리포터
2026-10-08

e스포츠 선수의 ‘훈련된 뇌’, 일반인과 다르다 중앙대·가천대 연구팀, LCK 프로게이머 23명 뇌 MRI 분석…주의력 회로는 강화하고 감정 처리 연결은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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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경기에서 선수는 화면 속 열 명의 캐릭터와 미니맵, 팀원의 음성, 상대의 기술 사용까지 한꺼번에 살펴야 한다. 이 정보를 놓치지 않고 매 순간 판단으로 옮기는 것이 프로게이머의 실력이다. 이 실력은 남들보다 더 많이 보는 뇌에서 나올까, 필요한 것을 더 잘 골라내는 뇌에서 나올까.

e스포츠 종주국으로 불리는 한국의 연구팀이 현역 프로게이머들의 뇌를 촬영한 결과, 선수들의 뇌는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는 방향으로 적응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자극을 잡아내는 회로는 강화하고, 감정과 내면의 생각을 다루는 회로와의 연결은 줄이는 방식이다.

중앙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과 가천대 의용생체공학과 공동 연구팀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소속 프로게이머 23명의 뇌를 일반인 20명과 비교한 이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프로게이머의 뇌는 오랜 훈련을 거치며 '많이 보는' 뇌가 아니라 '잘 고르는' 뇌로 적응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GettyImagesBank
프로게이머의 뇌는 오랜 훈련을 거치며 '많이 보는' 뇌가 아니라 '잘 고르는' 뇌로 적응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GettyImagesBank


더 많이 받아들이는 대신 걸러내는 뇌

정보가 많은 환경에서 목적을 달성하려면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기억해야 한다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따르면 프로게이머의 뇌는 반대 방향으로도 움직이고 있었다. 꼭 필요한 신호에는 더 예민해지고, 당장 필요하지 않은 처리는 줄였다.

프로게이머의 뇌에서 더 예민해진 것은 예상치 못한 자극을 알아채고 그쪽으로 주의를 돌리는 회로다. 게임식으로 말하면, 화면 구석에서 갑자기 적이 나타났을 때 작동하는 회로다. 프로게이머 23명은 일반인 20명에 비해 이 회로를 이루는 섬엽과 전대상피질 사이의 연결이 강했고, 두 부위의 대뇌피질도 더 두꺼웠다. 연결이 강한 사람일수록 실수도 적었다. 반응하지 말아야 할 순간에 잘못 반응한 횟수는 프로게이머가 평균 2.6회로, 일반인의 5.7회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반면 줄어든 쪽은 감각 정보의 중계소인 시상과 감정 조절과 내면의 생각을 맡는 대상피질 사이의 연결이다. 연구팀은 이를 뇌가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이라고 해석했다. 즉, 외부 자극이 쏟아질 때 감정과 자기 성찰에 쓰일 자원을 눈앞의 정보 처리로 돌린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대상피질과의 연결이 제한되면서, 감정 정보보다 인지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게 된다"고 밝혔다. 정보의 홍수를 견디는 힘은 처리량에서가 아니라 선별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주의력 검사 성적과 뇌 연결의 관계. 주의 회로의 연결이 강할수록 실수가 적었고(왼쪽), 시상과 대상피질의 연결이 약할수록 작업기억 점수가 높았다(오른쪽). ⓒScientific Reports
주의력 검사 성적과 뇌 연결의 관계. 주의 회로의 연결이 강할수록 실수가 적었고(왼쪽), 시상과 대상피질의 연결이 약할수록 작업기억 점수가 높았다(오른쪽). ⓒScientific Reports

 

훈련이 만든 뇌, 운동선수와 닮은 점

이런 선별 능력은 어디서 왔을까. 연구팀은 그 답을 엘리트 운동선수에게서 찾았다. 운동선수처럼 프로게이머도 오랜 연습과 실전 경쟁을 거치며 외부 자극을 빠르게 해석하고 정확히 반응하는 능력을 다듬는다는 설명이다.

프로게이머의 훈련은 단순히 게임을 오래 하는 것과 다르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 프로게이머는 하루 10~14시간을 훈련에 쓰는데, 여기에는 전략 회의와 경기 분석, 팀 미팅이 포함된다. 무엇을 봐야 하고 무엇을 흘려보내도 되는지를 반복해서 판단하고 점검하는 과정이다. 연구팀은 이런 훈련과 실전 경험이 주의 네트워크의 연결을 강화하는 신경학적 적응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프로게이머의 뇌 변화는 게임을 오래 한 결과라기보다, 고강도 훈련이 특정 능력을 길러낸 결과로 읽힌다. 연구팀이 결론에서 빠른 시각 정보 처리, 높은 집중력, 전략적 판단을 프로게이머의 뇌가 적응한 방향으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e스포츠 선수를 고도의 훈련받은 ‘선수’로 봐야 할 과학적 근거가 하나 더해진 셈이다.

프로게이머의 신경섬유다발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더 잘 정돈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섬유는 시각 정보 처리와 주의 집중, 작업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들을 서로 잇는다. ⓒScientific Reports
프로게이머의 신경섬유다발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더 잘 정돈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섬유는 시각 정보 처리와 주의 집중, 작업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들을 서로 잇는다. ⓒScientific Reports

 

WES 2026,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게임 시간이 아니라 훈련의 구조

훈련의 구조가 뇌의 변화를 이끈다면 청소년과 게임을 둘러싼 논의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청소년 게임 정책은 오랫동안 게임 이용 시간을 규제해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2011년 도입돼 2021년 폐지된 강제적 셧다운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프로게이머의 뇌 변화는 긴 게임 시간 자체가 아니라, 목적과 피드백이 있는 체계적인 훈련과 함께 나타났다. 같은 시간을 게임에 쓰더라도 그 시간이 어떻게 구성되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청소년 e스포츠에 던질 질문도 '얼마나 하게 할 것인가'에서 '어떤 구조 안에서 하게 할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이 구조를 설계하는 일은 한 나라 혹은 단편적인 정책만으로 풀기 어렵다. 전 세계 청소년이 같은 게임과 같은 국제 대회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7~8일 부산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리는 제11회 월드 이스포츠 서밋(WES 2026) 포스터. 이번 서밋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e스포츠'를 주제로 한 특별 세션이 열린다. ⓒIESF
7~8일 부산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리는 제11회 월드 이스포츠 서밋(WES 2026) 포스터. 이번 서밋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e스포츠'를 주제로 한 특별 세션이 열린다. ⓒIESF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지금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7일부터 이틀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리는 제11회 월드 이스포츠 서밋(WES 2026)에서 한국스포츠과학원 유네스코 석좌와 국제e스포츠연맹이 '청소년을 위한 e스포츠(Esports for Youth)'를 주제로 특별 세션을 연다. 논의 결과는 '부산 이스포츠 선언'으로 정리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청소년 e스포츠를 위한 의제에 연결해 보면 두 가지 과제가 보인다. 연구팀은 프로게이머가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는 능력을 전략 회의와 경기 분석, 실전 경험 속에서 기른다고 설명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흘려보낼지 함께 점검해 주는 과정이 그 능력을 만든다면, 청소년 e스포츠에도 이 과정을 이끌 지도자와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또 쏟아지는 자극 앞에서 선수들의 뇌는 감정과 자기 성찰에 쓸 자원을 눈앞의 정보 처리로 돌렸다. 고강도 훈련을 받는 청소년일수록 경기 밖에서 감정을 돌보고 회복할 시간이 훈련 구조 안에 함께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결국 청소년 e스포츠는 개인의 게임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을 받쳐 줄 생태계의 문제다. 훈련을 설계하고 휴식을 관리할 지도자, 청소년이 실력을 겨룰 학교와 지역 단위의 리그, 선수 생활 이후까지 이어지는 진로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운동부가 그렇듯, 이런 생태계 안에 있을 때 e스포츠는 스포츠로서 교육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6-10-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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