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김민재 리포터
2026-10-07

[2026 노벨상] 2026 노벨 물리학상, 프랜시스 할전 단독 수상 남극 얼음 속에서 우주의 '유령 입자'를 붙잡다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남극 얼음 속에서 우주의 '유령 입자'를 붙잡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6일(현지시간) 202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프랜시스 할전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교수를 선정했다. 선정 사유는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에 대한 결정적 기여와 천체물리학적 기원의 고에너지 중성미자 발견"인데, 벨기에 태생인 할전은 현재 남극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의 연구책임자(PI)를 맡고 있다.

노벨 물리학상이 한 사람에게만 돌아간 것은 1992년 프랑스의 조르주 샤르파크 이후 처음이다. ©Ill. Niklas Elmehed/Nobel Prize Outreach
노벨 물리학상이 한 사람에게만 돌아간 것은 1992년 프랑스의 조르주 샤르파크 이후 처음이다. ©Ill. Niklas Elmehed/Nobel Prize Outreach

이번 수상은 단독 수상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노벨 물리학상이 한 사람에게만 돌아간 것은 1992년 프랑스의 조르주 샤르파크 이후 처음이다. 마크 피어스 노벨 물리학위원회 위원장은 할전이 국제 연구진과 엔지니어들을 이끌며 탁월한 관측 장비를 만들어냈고, 그의 끈기와 과학적 비전이 새로운 천문학의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상금 1,200만 스웨덴 크로나는 할전이 단독으로 받는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우주에서 가장 붙잡기 어려운 입자

중성미자는 우주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포착하기 어려운 입자다. 질량이 거의 없고 전하도 띠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다른 물질과 좀처럼 상호작용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양에서 온 중성미자 수백조 개가 매초 우리 몸을 통과하지만, 흔적을 남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령 입자'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중성미자는 직진한다. 하지만, 문제는 중성미자의 포착이었다.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중성미자는 직진한다. 하지만, 문제는 중성미자의 포착이었다. ©Johan Jarnestad/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중성미자는 1930년 볼프강 파울리가 이론적으로 제안했고, 1956년 원자로 실험에서 처음 검출됐다. 이후 노벨상은 여러 차례 중성미자 연구에 돌아갔다. 2002년에는 태양과 초신성에서 온 중성미자를 검출한 연구가, 2015년에는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져 종류를 바꾼다는 '중성미자 진동' 발견이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그 계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할전이 쫓은 것은 우리은하 바깥 먼 우주에서 날아온, 에너지가 극도로 높은 중성미자이다. 이런 중성미자는 우주에서 가장 격렬한 천체 내부를 들여다볼 열쇠로 여겨져 왔다. 빛은 두꺼운 가스와 먼지에 가로막히고, 전하를 띤 우주선(cosmic ray)은 은하의 자기장에 휘어 출발 방향을 잃는다. 하지만, 중성미자는 직진한다. 따라서, 날아온 방향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근원지를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중성미자의 포착이었다. 고에너지 우주 중성미자는 수가 매우 적다. 의미 있는 신호를 모으려면 기존 검출기보다 훨씬 큰, 부피 1세제곱킬로미터 규모의 검출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남극 얼음 1세제곱킬로미터를 망원경으로

할전은 원래 입자물리 이론을 연구하던 학자였다. 그는 이 거대한 검출기를 짓는 데 남극의 얼음을 쓰자는 구상을 현실로 끌어냈다. 남극점 아래 깊은 곳의 빙하는 매우 투명하고 어둡다. 중성미자가 얼음 속 원자핵과 드물게 충돌하면 고속의 하전 입자가 생기고, 이 입자는 '체렌코프 복사'라는 희미한 푸른빛을 낸다. 얼음 속에 빛 센서를 촘촘히 배치하면 이 빛의 궤적을 기록해 중성미자의 에너지와 방향을 재구성할 수 있다.

IceCube Neutrino Observatory의 개념도 ©Icecube Collaboration
IceCube Neutrino Observatory의 개념도 ©Icecube Collaboration

첫 시도는 순탄하지 않았다. 선행 실험인 소형 검출기 아만다(AMANDA)는 이 구상 자체를 좌초시킬 뻔했다. 얕은 깊이의 얼음에 남아 있던 기포가 빛을 산란시켜 신호를 흐렸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센서를 더 깊이 내려보내 이 문제를 해결했고, 그 경험이 아이스큐브 설계의 토대가 됐다.

완성된 아이스큐브는 남극 아문센-스콧 기지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연구진은 뜨거운 물로 얼음을 녹여 깊이 2.5킬로미터의 구멍을 뚫었다. 86개의 케이블에 광센서 5,160개를 매달아, 얼음 표면 아래 1.5~2.5킬로미터 깊이에 배치했다. 2010년 완공된 이 관측소는 얼음을 그대로 검출 매질로 쓰는 세계 최대의 중성미자 망원경이다.

 

은하 너머에서 날아온 첫 신호

첫 성과는 2013년에 나왔다. 아이스큐브는 지구 대기에서 생기는 중성미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고에너지 중성미자들을 포착했다. 일부는 에너지가 1페타전자볼트(PeV)에 달했다.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가 만드는 입자보다 수백 배 높은 에너지다. 태양계와 우리은하 바깥에서 온 고에너지 중성미자가 처음으로 확인된 순간이었다. 

 

아이스큐브가 측정한 우주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에너지 분포. 가로축은 중성미자 에너지, 세로축은 지구에 도착하는 양이다. 주황·파란 십자는 두 가지 분석 방법의 측정값으로, 수십 TeV에서 가장 많다. 아래쪽 점선(우리은하)과 일점쇄선(활동은하 NGC 1068)은 지금까지 확인된 원천의 기여분으로, 전체에 크게 못 미친다. 우주 중성미자 대부분의 출처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IceCube Collaboration 2026
아이스큐브가 측정한 우주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에너지 분포. 가로축은 중성미자 에너지, 세로축은 지구에 도착하는 양이다. 주황·파란 십자는 두 가지 분석 방법의 측정값으로, 수십 TeV에서 가장 많다. 아래쪽 점선(우리은하)과 일점쇄선(활동은하 NGC 1068)은 지금까지 확인된 원천의 기여분으로, 전체에 크게 못 미친다. 우주 중성미자 대부분의 출처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IceCube Collaboration 2026

하지만 다음 질문은 "어디서 왔는가"였다. 2017년 9월 22일, 아이스큐브는 약 290테라전자볼트(TeV)의 중성미자 하나를 포착하고 전 세계 망원경에 즉시 경보를 보냈다.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은 같은 방향에서 감마선이 급증한 블레이자 TXS 0506+056을 확인했다. 약 40억 광년 떨어진 이 천체는 오리온자리 근처 하늘에 있는데, 블레이자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내뿜는 제트가 지구를 정면으로 향한 활동은하이다. 또한, 연구진이 과거 자료를 다시 분석하자, 2014~2015년 같은 방향에서 약 3개월 동안 중성미자 13개가 집중적으로 날아온 사실도 드러났다.

2022년에는 두 번째 후보가 나타났다. 고래자리 방향 약 4,6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활동은하 NGC 1068(M77)였는데, 이듬해에는 우리은하 원반에서 오는 중성미자도 검출됐다. 우리은하를 빛 대신 중성미자로 처음 본 것이다.

물론 앞으로의 과제도 남아 있다. 노벨위원회의 배경 자료를 살펴보면, NGC 1068을 확정된 중성미자 원천으로 부르기에는 증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또한 지금까지 지목된 천체들을 모두 합쳐도 관측된 중성미자 총량의 대부분을 설명하지 못한다. 즉,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주된 원천은 여전히 열린 문제다.

 

다중신호 천문학의 시대, 그리고 다음 단계

할전의 업적이 중요한 이유는 천문학의 관측 수단을 하나 더 늘렸다는 데 있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빛으로만 우주를 보았다. 20세기에는 전파와 엑스선, 감마선으로 시야가 넓어졌고, 2015년에는 우주를 느끼는 소스에 중력파가 더해졌다. 아이스큐브는 여기에 중성미자를 보탰다. 하나의 천체를 빛, 중력파, 중성미자로 동시에 관측하는 '다중신호 천문학(multi-messenger astronomy)'이 본격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2017년 TXS 0506+056 관측은 그 첫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성과는 100년 넘게 풀리지 않은 우주선의 기원 문제에도 실마리를 던진다. 우주선은 1912년 처음 발견됐지만, 그토록 높은 에너지로 입자를 가속하는 천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고에너지 중성미자는 우주선 가속 과정에서 함께 생겨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중성미자가 나오는 곳을 찾으면 우주의 거대한 입자가속기를 찾을 수 있다는 말과도 같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수상이 대규모 장기 실험과학의 가치를 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이스큐브가 출발한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이런 연구의 재정 기반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스큐브는 십수 개국 수백 명이 참여하는 국제 협력 사업이다. 남극에서는 이미 약 8세제곱킬로미터 규모의 차세대 관측소 '아이스큐브-젠2' 계획이 시작됐다.

남극 얼음 2킬로미터 아래에서 푸른빛 한 줄기를 기다려 온 수십 년의 시간이 결실을 맺었다. 아무것과도 반응하지 않는 입자를 잡겠다는 구상은 처음에는 무모해 보였다. 하지만, 할전은 그 구상을 지구에서 가장 혹독한 환경에 세운 망원경으로 바꿔 놓았고, 인류는 우주를 보는 새 창 하나를 얻었다. 이것이 바로 그에게 노벨상이 수여된 이유이다.

 

관련 연구 바로 보러 가기

Evidence for High-Energy Extraterrestrial Neutrinos at the IceCube Detector (아이스큐브 검출기에서 확인된 외계 고에너지 중성미자의 증거), Aartsen et al. 2013

Multimessenger observations of a flaring blazar coincident with high-energy neutrino IceCube-170922A (고에너지 중성미자 IceCube-170922A와 일치하는 폭발 중인 블레이자의 다중신호 관측), IceCube Collaboration et al. 2018

Neutrino emission from the direction of the blazar TXS 0506+056 prior to the IceCube-170922A alert (IceCube-170922A 경보 이전 블레이자 TXS 0506+056 방향의 중성미자 방출), IceCube Collaboration 2018

Evidence for neutrino emission from the nearby active galaxy NGC 1068 (근거리 활동은하 NGC 1068의 중성미자 방출 증거), Abbasi et al. 2022

Observation of high-energy neutrinos from the Galactic plane (우리 은하 원반에서 온 고에너지 중성미자 관측), Abbasi et al. 2023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10-07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MAIL: sciencetimes@kosac.re.kr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차대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차대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며,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과 저소득·소외계층 등의 복지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