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뇌의 스위치를 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회의는 5일(현지시간)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페터 헤게만 독일 훔볼트 베를린대 교수, 게오르크 나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교수를 선정했다. 선정 사유는 "빛으로 개폐되는 이온 채널과 광유전학에 관한 발견"이다.
광유전학(optogenetics)은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신경세포에 발현시켜, 빛을 비추는 순간 그 세포의 활동을 켜거나 끄는 기술이다. 헤게만과 나겔은 단세포 녹조류에서 빛으로 열리는 이온 채널인 '채널로돕신'을 발견했고, 다이서로스는 이 단백질을 포유류 신경세포의 스위치로 바꿔 놓았다. 노벨위원회는 세 사람의 업적이 신경과학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상금 1,200만 스웨덴 크로나는 세 사람이 나눠 받는다.
녹조류의 '눈'에서 찾아낸 빛의 통로
출발점은 연못에 사는 녹조류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 reinhardtii)다. 세포 하나로 이루어진 이 생물은 '안점(eyespot)'이라는 빛 감지 기관으로 빛의 방향을 읽고, 그쪽으로 헤엄친다.
헤게만은 이 안점의 작동 원리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는 빛을 받은 조류 세포에서 전류가 지나치게 빨리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동물의 눈에서는 빛 신호가 여러 단계의 화학 반응을 거쳐 전기 신호로 바뀐다. 클라미도모나스의 반응은 그런 연쇄 과정을 거치기에는 너무 빨랐다. 빛을 받는 분자가 곧 이온의 통로일 수 있다는 가설이 여기서 나왔다.
가설을 검증하려면 이온 채널의 전류를 정밀하게 재는 기술이 필요했다. 헤게만은 프랑크푸르트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학연구소의 나겔과 손잡았다. 두 사람은 조류의 유전 정보에서 후보 유전자를 찾아 개구리 난자에 주입했다. 난자는 그 유전자로 단백질을 만들어 세포막에 배치했고, 빛을 비추자 이온이 흐르기 시작했다. 2002년 채널로돕신-1을 보고한 데 이어, 2003년에는 빛에 더 강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채널로돕신-2를 발표했다.
이 발견의 의미는 단백질 하나에 두 기능이 모두 담겨 있다는 데 있다. 빛을 감지하는 수용체와 이온을 통과시키는 채널이 한 분자 안에 있다. 유전자 하나만 옮겨 심으면 다른 세포도 빛에 반응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조류의 단백질, 포유류 신경세포에 들어가다
이 가능성을 신경과학의 도구로 구현한 사람이 다이서로스다.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과학자인 그는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바탕에 있는 뇌 회로를 밝히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특정 신경세포만 골라 원하는 순간에 조작할 방법이 없었다.
다이서로스 연구팀은 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이용해 채널로돕신-2 유전자를 배양한 쥐의 해마 신경세포에 넣었다. 청색광을 비추자 신경세포가 활동전위를 일으켰다. 빛을 깜빡이는 리듬에 맞춰 1,000분의 1초 단위로 신경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결과는 2005년 발표되었다.
처음에는 조류 단백질이 포유류 신경세포에서 작동할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채널로돕신이 빛을 흡수하려면 레티날이라는 색소 분자가 결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포유류 조직에는 레티날이 이미 충분히 있었다. 연구팀은 2007년 살아 있는 생쥐의 뇌에서도 빛으로 신경세포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시기 황색광에 반응해 신경 활동을 억제하는 단백질(할로로돕신)까지 활용하면서, 광유전학은 '켜기'와 '끄기'를 모두 갖춘 도구가 되었다.
여기에 특정 세포 유형에서만 유전자가 발현되도록 하는 유전공학 기법이 더해졌다. 연구자들은 뒤섞인 수많은 신경세포 가운데 원하는 종류만 골라 조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관찰의 과학'에서 '실험의 과학'으로
광유전학 이전의 뇌 연구는 주로 관찰에 의존했다. 특정 행동을 할 때 어느 영역이 활발해지는지는 측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영역이 행동을 실제로 일으키는지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전극으로 자극하면 주변 세포가 한꺼번에 반응했고, 약물은 작용이 느리고 범위가 넓었다.
광유전학은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했다. 세포 유형을 골라낼 수 있고, 시점을 정할 수 있으며, 1,000분의 1초 수준으로 정밀하다. 특정 회로를 껐을 때 행동이 사라지고 다시 켰을 때 돌아온다면, 그 회로가 행동의 원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데 머물던 신경과학이 인과관계를 직접 검증하는 단계로 올라선 것이다.
성과는 빠르게 쌓였다. 보상과 동기를 담당하는 도파민 회로, 두려움과 불안을 조절하는 편도체 회로, 특정 기억을 저장한 신경세포 집단이 광유전학 실험으로 하나씩 실체를 드러냈다. 파킨슨병 치료에 쓰이는 뇌심부자극술이 어떤 회로를 거쳐 효과를 내는지도 이 기술로 분석됐다. 페르 스벤닝손 노벨생리의학위원회 위원장은 광유전학이 예전에는 꿈에 그치던 수준으로 뇌 지도를 그릴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노벨상은 한 분야에 최대 세 명까지만 수여된다. 광유전학의 성립에는 이번 수상자 외에도 여러 연구자가 기여했다. 2005년 다이서로스와 함께 핵심 실험을 수행한 에드워드 보이든(현 MIT 교수), 그보다 앞서 빛으로 신경세포를 조절하는 방법을 시도한 게로 미젠뵈크(옥스퍼드대)가 대표적이다.
실험실을 넘어 진료실로
광유전학은 기초 연구 도구로 출발했지만 임상 응용의 첫 사례도 나왔다. 2021년 프랑스 연구진은 유전성 망막 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환자의 망막에 빛 감지 단백질 유전자를 주입했다. 환자는 특수 고글을 착용한 상태에서 눈앞의 물체를 부분적으로 인식하는 데 성공했다.
넘어야 할 벽도 분명하다. 사람의 뇌 깊은 곳까지 유전자를 안전하게 전달해야 하고, 두개골과 뇌 조직을 지나 빛을 보내야 한다. 외부 단백질에 대한 면역 반응과 장기 안전성도 검증해야 한다. 당분간 광유전학의 주 무대는 질병의 원리를 밝히는 연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얻은 회로 지식은 이미 새로운 약물 표적을 찾고 정밀 뇌 자극 치료를 설계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번 수상은 기초과학이 어떤 경로로 인류에 기여하는지 다시 보여준다. 녹조류가 어떻게 빛을 향해 헤엄치는지 궁금해한 연구가,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탐구하는 도구를 낳았다. 처음부터 뇌 질환 치료를 목표로 삼았다면 클라미도모나스의 안점은 연구 목록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작은 조류에 대한 호기심이 20여 년 만에 신경과학의 지형을 바꿔 놓았다.
관련 연구 바로 보러 가기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6-10-06 ⓒ ScienceTimes
관련기사

뉴스레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