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 화려한 축제의 불꽃이 강 위로 공중으로 흩어진다. 해마다 수많은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불꽃놀이. 하지만 그 화려함과 함성이 잦아든 자리에는 무엇이 남게 될까.
그간 불꽃놀이가 대기를 오염시킨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뒤 강과 호수로 흘러드는 수많은 잔재물이 수중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다뤄진 적이 드물다. 미국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 ACS) 산하 학술지에 최근 잇따라 게재된 연구 3편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공백'을 다루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폭죽이 남긴 것은 화려한 기억만이 아니었다.
잔재물이 물속에 들어가면
화려한 불꽃이 꺼지고 남는 것은 일반 쓰레기만이 아니다. 폭죽 잔재물에는 연소 과정에서 타다 남은 연료, 금속염, 각종 화학 첨가제, 탄화된 포장재 조각이 뒤섞여 있다. 강변 여기저기 나뒹구는 이 잔해들은 대부분 그대로 방치되다 빗물에 쓸려 강과 호수로 흘러 들어간다.
중국과학기술대학교(USTC) 환경과학·공학부 연구팀은 이 잔재물을 실제 강물과 호수 물 샘플에 담가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물속으로 빠져나온 것은 칼륨, 망간 같은 금속 이온과 페놀류·황 함유 유기화합물 등 각종 오염물질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강과 호수에는 원래 미생물이 먹고 사는 탄소 공급원—용존유기물(dissolved organic matter, 이하 DOM)—이 녹아있는데, 잔재물은 이 DOM마저 빨아들였다. 오염물질을 내뿜으면서 동시에 물속의 유기물을 흡착하는 이중 작용이었다.
특히 분자량이 크고 구조가 복잡한 유기화합물일수록 고형 잔재물 표면에 달라붙는 경향이 강했다. 그 결과 물속 유기물의 분자 구성 자체가 달라졌다. 크고 복잡한 분자들은 잔재물에 붙잡혀 줄어들고, 잔재물에서 새로 나온 작고 단순한 분자들이 그 자리를 채운 것이다. 연구팀은 수만 개의 분자 성분을 동시에 식별하는 고해상도 질량분석법(FT-ICR MS)으로 이 변화를 확인했다.
이 변화가 문제인 이유는 용존유기물이 강과 호수 생태계의 기초를 이루기 때문이다. DOM은 수중 미생물의 먹이이자 서식 기반으로, 어떤 유기물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어떤 미생물이 번성하고 어떤 미생물이 쇠퇴할지가 갈린다. 미생물 군집이 달라지면 강과 호수 전체의 물질 순환도 달라진다. 폭죽 잔재물이 물속으로 흘러드는 일이 해마다, 그리고 대규모로 반복된다면 그 영향은 축적된다. 연구팀은 "폭죽 사용이 잦거나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지역의 수생 생태계에 교란을 줄 수 있으며, 잔재물을 적절히 수거·처분하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환경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게재됐다.
대규모 행사장 공기는 얼마나 나빠지나
폭죽의 영향이 강과 호수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 열린 대규모 다일 육상대회 현장에서는 행사 기간 내내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한 연구가 함께 진행됐다.
연구팀은 입자 크기가 큰 먼지부터 폐 깊숙이 침투하는 미세먼지까지 종류를 나눠 모두 추적했다. 행사 전, 오염의 주된 원인은 푸드트럭의 조리 연기와 차량이 일으키는 도로 먼지였다. 그러나 개막식과 폐막식 무렵, 두 차례 뚜렷한 농도 급등이 관찰됐다. 첫 번째 급등은 관람객이 몰려들면서 일어난 먼지와 겹쳤고, 두 번째 급등은 폭죽 연출 시점과 맞아떨어졌다.
대상이 된 행사의 경우, 폭죽으로 인한 두 번째 급등은 첫 번째보다 규모가 약간 작았다. 하지만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단발적인 급등이 아니라 행사 기간 전체에 걸친 누적 노출이었다.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관람객의 미세먼지 누적 노출량은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을 초과했다. 비록 폭죽 연출 자체는 몇 분으로 짧게 끝났지만, 이미 각종 오염원으로 탁해진 공기 속에서 하루 종일을 보낸 사람들에게 쌓이는 건강 부담은 그리 가볍지 않다. 연구팀은 대규모 축제가 미세먼지 노출을 상당히 높인다고 지적했다. 순간의 화려함을 즐기는 동안, 축제의 공기는 이미 기준치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 연구는 "The Impact of Hospitality on Air Quality at a Major Sporting Event"라는 제목으로 ‘ACS ES&T Air’ 2월호에 게재됐다.
연기 속에 숨어 있던 또 다른 오염물질
세 번째 연구는 한 발 더 나아가, 불꽃놀이가 눈에 보이는 연기 너머로 무엇을 대기에 뿌리는지를 추적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물질은 아민(amine)이었다. 아민은 일부 폭죽 배합에 들어가는 화합물로, 폭죽이 터질 때 연소 반응에 관여한다. 그런데 이 아민이 폭발 과정에서 완전히 분해되는지, 아니면 대기 중으로 그대로 방출되는지는 그동안 제대로 확인된 적이 없었다. 연구팀은 중국 한 도시 외곽에서 설 연휴 기간과 평상시 기간의 대기를 비교 측정한 결과를 지난해 9월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 대규모 불꽃놀이가 이어진 설 연휴 기간, 기체와 입자 형태의 아민 농도가 모두 눈에 띄게 높아졌고, 특히 불꽃놀이 규모가 클수록 증가 폭이 컸다. 미세먼지와 황산염, 칼륨 이온 같은 폭죽 관련 오염물질도 함께 급증했다. 아민은 대기 중에서 다른 물질과 반응해 에어로졸을 만들고, 이것이 축제가 끝난 뒤 도시를 뒤덮는 뿌연 스모그의 한 원인이 된다. 그동안 폭죽의 대기 영향은 주로 연기와 분진의 시각에서 분석돼왔다.
화려함 이면의 위험함
지금까지 소개한 세 연구는 ‘화려함 뒤에 남은 위험함’에 대한 경고다. 불꽃놀이의 환경 영향은 하늘에서 끝나지 않는다. 연기는 공기를 오염시키고, 잔재물은 강과 호수로 흘러들어 수중 생태계의 분자 구성까지 바꾼다. 지금까지 폭죽의 환경 문제는 주로 미세먼지와 중금속 분진, 즉 대기 오염의 시각에서 다뤄져 왔다. 이번 연구들은 수질 오염, 그것도 수중 유기물의 분자 조성 변화라는 새로운 각도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축제의 화려함 뒤에서 조용히, 그리고 해마다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화려한 불꽃 뒤에 남겨지는 것까지 책임지는 것, 그것이 진짜 축제의 마무리다.
- 김현정 리포터
- vegastar0707@gmail.com
- 저작권자 2026-09-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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