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은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살아가면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성격에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사실은 쌍둥이 연구를 통해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가 평균적으로 유전자를 절반 정도만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보다 성격이 더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쌍둥이 연구만으로는 성격과 관련된 유전적 차이가 DNA의 어디에 위치하며, 각각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어려웠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는 이 질문에 대하여 역대 최대 규모의 성격 유전체 분석을 통해 답하고자 했다.
100만 명의 DNA 검사에서 찾은 성격 유전자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와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46개 코호트*의 자료를 모아 성격 특성에 따라 약 61만 명에서 최대 114만 명의 유전체 정보와 성격검사 결과를 분석하였다. 참가자들은 DNA 시료를 제공함과 동시에 여러 문항의 성격 설문에 답하였고, 연구진은 이를 외향성(extraversion), 우호성(agreeable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신경성(neuroticism),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이라는 ‘5대 성격 특성’으로 구분하였다. 사람의 성격을 구분하는 방법은 수천 가지이지만, 이 다섯 가지 분류는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그 차이를 효율적으로 요약할 수 있어 현대 성격심리학에서 널리 활용되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어떤 유전적 차이가 특정 성격과 함께 나타나는지를 찾기 위해 전장유전체연관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 GWAS)*을 실시하였다. GWAS는 사람들의 DNA를 아주 긴 문장이라고 보고, 수많은 글자 차이를 훑으면서 특정 차이를 가진 사람에게 어떤 특징이 조금 더 자주 나타나는지 찾는 분석 방법이다. 그 결과 다섯 가지 성격 특성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연관된 대표 유전변이 1,260개를 찾아냈다. 이 가운데 824개는 해당 성격과의 연관성이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보고되지 않았던 새로운 변이였다.
성격을 결정하는 특이 유전자는 없음
하지만 이 결과가 곧 성격 유전자 1,260개를 발견했다는 뜻은 아니다. 성격은 수많은 유전적 차이가 각각 아주 작은 영향을 보태는 다유전자 특성*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별 변이의 효과는 매우 작았다. 외향성과 관련된 대표 변이들을 예로 들면, 전형적인 변이 하나의 효과는 외향성 순위로 1,000명을 줄 세웠을 때 약 서너 명 차이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연구진의 계산으로는 각 성격 특성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유전변이가 평균 16,0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DNA가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몇몇 유전자만 보고 한 사람의 성격을 읽어내는 설명서는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유전적 경향을 실제 삶의 여러 모습과 연결한 분석도 흥미로웠다. 흔히 ‘끼리끼리 만난다’고 말하지만, 배우자끼리 성격과 관련된 유전자의 유사도는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거주지와는 일정한 연관성이 나타났다. 개방성과 관련된 유전적 경향이 높은 사람은 중년 이후 국제적이고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었고, 성실성과 관련된 유전자 특성을 가진 사람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교외 지역으로 이동하였다.
건강이나 생활 습관과 연결되는 유전적 경향도 관찰됐다. 성실성과 관련된 유전적 특성은 흡연을 시작할 가능성과 체질량지수가 낮고,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적으며 낮 시간대에 더 활발한 경향과 연관되었다. 반면 개방성은 밤 시간대의 활동 증가와 연결되었다. 다만, 이는 집단 수준의 평균적인 상관관계일 뿐 성격이 거주지나 건강을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아니고, 이런 연관만으로 개인의 선택이나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성격은 유전자와 환경이 함께 만든다
다섯 가지 성격 특성이 모두 똑같이 명확하게 나타난 것도 아니었다. 특히 우호성은 다른 성격 특성보다 유전자 변이로 설명되는 비율이 낮았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문화마다 ‘친절함’을 의미하는 것이 다르게 이해되고 표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았다. 또한 아무리 널리 쓰이는 분류라 해도 복잡한 사람의 성격을 다섯 가지 축으로만 요약하는 것 자체도 이번 연구의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성격을 두고 유전자와 환경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를 가리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질문일 수 있다. 이번 연구 역시 우리의 성격이나 운명이 DNA로 미리 결정된다기보다는, 오히려 수많은 유전적 차이가 각자 작은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맞물리면서 사람마다 서로 다른 성격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연구진도 성격에는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환경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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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용어 해설
* 코호트(cohort): 나이나 지역 등 일정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묶어 자료를 수집, 분석하는 연구 대상군
*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enome-wide associate study, GWAS): 많은 사람들의 유전체 전체를 조사해 질병, 성격 같은 특성과 연관된 유전적 차이를 찾는 분석 방법
* 다유전자 특성(polygenic trait): 여러 유전적 차이가 조금씩 영향을 더하여 만들어지는 복잡한 특성
- 정회빈 리포터
- acochi@hanmail.net
- 저작권자 2026-09-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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