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겨드랑이나 발바닥을 간지럽히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다. 웃고 있으니 즐거워 보이지만, 정작 당하는 사람은 상대의 손을 밀쳐내거나 달아나려 하기도 한다. 기쁠 때의 웃음과는 어딘가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면 간지럼 때문에 웃는 것은 정말 즐거워서일까. 또 왜 겨드랑이나 발바닥처럼 특정 부위에서 유난히 간지럼을 느끼는 것일까.
448명이 그린 인간의 간지럼 신체 지도
간지럼은 학술적으로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깃털이나 벌레가 피부를 스칠 때처럼 가볍고 가려운 느낌을 주는 간지럼은 크니스메시스(knismesis), 겨드랑이나 옆구리를 반복해서 건드렸을 때 웃음과 몸부림을 일으키는 강한 간지럼은 가르갈레시스(gargalesis)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간지럼을 태운다’고 할 때 떠올리는 것은 주로 후자이다. 간지럼은 누구나 경험하는 익숙한 감각이지만, 고대 철학자들부터 다윈에 이르기까지 그 원인과 기능을 고민했을 만큼 오래된 과학적 수수께끼이기도 하다.
최근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교와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의 공동 연구팀은 간지럼이 사람의 몸에서 어떤 패턴으로 나타나는지를 체계적으로 조사했다. 연구진은 중국, 네덜란드, 그리스 문화권의 18~30세 성인 448명을 대상으로 간지럼 경험과 반응, 상대, 빈도, 즐거움의 정도 등을 물었다. 이어 인체의 앞뒤 그림에 간지럼을 느끼는 부위를 직접 색칠하도록 하고, 자주 느끼는 곳일수록 더 진하게 표시하게 해 일종의 간지럼 신체 지도를 만들었다.
간지럼 문화는 세 문화권 모두에서 매우 비슷하게 나타났다. 전체 참가자의 98.4%가 평생 한 번 이상 간지럼을 당해봤고, 95.8%는 다른 사람을 간지럽힌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흔한 상대는 가족과 친구였으며, 간지럼을 주고받는 빈도는 어린 시절보다 성인기에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신체 지도 역시 문화권에 따라 큰 차이가 없었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간지럼을 탈 때는 목과 겨드랑이, 배, 발바닥 등이 주요 부위였고, 연인에게 간지럼을 탈 때도 전반적인 패턴은 비슷했다. 다만 연인 사이에서는 사타구니와 허벅지 안쪽까지 간지럼을 느끼는 부위가 넓어졌다.
간지럼 지도에 가장 가까웠던 다윈의 가설
그렇다면 왜 이런 간지럼 지도가 그려졌을까. 역사적으로 이를 설명하기 위한 여러 가설이 제시되어 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에서 출발한 가설은 피부가 얇은 곳일수록 더 간지러울 것으로 보았고, 다윈은 평소 다른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부위가 더 간지럽다고 생각했다. 이 밖에도 촉각 신경이 많이 분포한 곳일수록 간지러울 것이라는 생리학적 가설, 목이나 겨드랑이처럼 다치면 위험한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간지럼 반응이 발달했다는 취약성 가설, 성감대처럼 접촉에서 쾌감을 느끼는 곳이 더 간지러울 것이라는 쾌락 가설도 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만든 간지럼 지도를 이용해 각 가설들을 하나씩 검증했다. 그 결과 가장 뚜렷한 관련성을 보인 것은 다윈이 제안했던 접촉 빈도였다. 평소 잘 만져지지 않는 부위일수록 간지럼을 더 많이 느끼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자주 접촉하지 않는 곳에 갑작스럽게 손길이 닿으면 예상하지 못한 자극으로 받아들여 더 강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접촉 빈도 하나만으로 간지럼 지도의 모든 특징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간지럼은 피부의 특성과 접촉 경험, 쾌감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해 만들어지는 감각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간지럼을 당하며 웃는다고 해서 반드시 즐겁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도 확인되었다. 어린 시절 간지럼을 즐거운 경험으로 평가한 비율은 41.8%였지만, 성인기에는 35.4%로 낮아졌다. 반대로 불쾌했다고 평가한 비율은 두 시기 모두 약 26%였다. 참가자의 76.8%는 사람들이 상대를 웃게 만들기 위해 간지럽힌다고 생각했지만, 그 웃음이 실제 즐거움을 의미한다는 주장에는 47.3%가 동의하지 않았다. 웃음이 나온다는 사실과 그 접촉을 즐긴다는 감정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간지럼 때문에 웃는 모습을 단순한 행복의 표시로 해석하거나, 웃는다는 이유만으로 상대가 그 접촉을 원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웃는다고 간지럼이 즐거운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구체적인 간지럼 신체 지도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를 근거로 간지럼이 완전히 타고난 보편적 본능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연구 대상이 18~30세의 비교적 젊은 성인과 세 문화권에 한정됐고, 실제로 참가자를 간지럽히며 몸이나 뇌의 반응을 측정한 것이 아니라 과거 경험을 떠올려 답하도록 한 설문 연구이기 때문이다.
침팬지와 보노보 같은 유인원도 사람과 비슷하게 겨드랑이와 발, 배, 목 등을 서로 간지럽히고 웃음소리와 닮은 소리를 낸다. 이는 간지럼 행동이 진화 과정에서 오래 이어져 온 특성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왜 이런 감각이 생겨났고 정확히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앞으로 실제 간지럼 자극과 뇌 반응을 함께 측정한다면, 웃음과 즐거움이 때때로 어긋나는 이유부터 왜 스스로를 간지럽히기 어려운지까지, 이 평범하면서도 묘한 감각의 정체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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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회빈 리포터
- acochi@hanmail.net
- 저작권자 2026-09-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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