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의 지질조사 끝에 우리 국토의 암석과 지층, 단층 등 땅속의 역사와 정보를 담은 국가기본지질도가 완성됐다.
한반도 중 남한 전역 357개 도엽을 모두 채운 지질도는 앞으로 자원·에너지 확보와 지질재해 대응, 지하공간 활용을 넘어 인공지능(AI)·디지털 트윈과 결합한 3차원 지질정보로 고도화될 전망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0일 대전 유성구 본원에서 국가기본지질도 완간 기념식을 열고 1대 5만 국가기본지질도 남한 지역 357도엽 완간을 공식 선포한다고 밝혔다.
국가기본지질도는 우리 국토를 이루는 암석의 종류와 생성 시기, 지층의 분포와 선후관계, 단층·습곡 등 지질구조를 조사해 지도 위에 체계적으로 기록한 대한민국의 국가 표준 지질정보다.
지상 위치와 지형을 보여주는 일반 지도와 달리 지질도는 오늘의 국토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됐는지까지 담아낸다.
그 때문에 흔히 '땅의 역사책'으로 비유되며 국토를 이해하는 가장 기초적인 국가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국가기본지질도는 광물자원 탐사와 사회기반시설 건설, 지하수·지하공간 활용, 지질 재해 대응,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의 국가 지질조사소는 1918년 지질조사소 설치를 시작으로 1924년 1대 5만 지질도 첫 발간과 1962년 태백산지구지질도 발간을 거치며 발전해 왔다.
근대 지질조사는 한반도 광물자원 수탈 목적이 컸지만, 국토에 대한 정밀 지질조사가 본격 시작되는 계기가 됐고, 이어 1961년 국립지질조사소 설립 등을 거치며 자주적 지질도 제작이 시작됐다.
이후 대학과 연구기관 지질학자들이 전국 각지를 직접 누비며 현장 조사를 해왔고, 조사·분석 기술 발전과 함께 지질정보를 보완해 오며 올해 산악지역과 접경지역, 도서 지역까지 모든 도엽이 채워진 국가기본지질도가 완성됐다.
한 도엽은 위도 폭 10분(15㎞ 내외), 경도 폭 15분(20㎞ 내외) 크기로 구성된다.
◇ 산악·접경·도서까지 357도엽 완성…마지막 퍼즐은 진도 조도군도
지질연은 2000년대 휴전선 일대 지질도 구축에 이어 도서 지역 등의 미발간 도폭들을 점차 채워갔고, 20여년 간 서해안 도서 지역의 도폭을 채우는 작업에 주력해 왔다.
올해 진도군 조도군도 일대의 지질도를 마지막으로 채우면서 100여년에 걸친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질도 개발은 국가의 크기나 지질 특성에 따라 전략이 다르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전국 지질도를 완성한 국가는 스위스 등 일부뿐이라고 지질연은 설명했다.
이승렬 지질연 지질조사연구본부장은 "한국 지질도는 다른 국가와 달리 지질 특성이 다채로운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한 도폭의 지질도를 만드는 행위는 지질 전문가 여러 명이 투입돼 통상 2~3년이 소요되는 고된 작업이다.
지질학자가 직접 산과 들, 하천과 해안의 현장을 걸으며 암석과 지층, 지질구조를 관찰하고 시료를 채취한 뒤, 실험실에서 광물 조성과 미세조직, 지화학적 특성을 분석한다.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암석이 만들어진 절대연령을 확인하는 등 다양한 조사·분석 결과를 종합하고 해석해야 하나의 도폭이 완성된다.
휴전선 인근 도폭을 만들 때는 군의 지원을 받았고, 도서 지역도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아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 2D 지질도 넘어 3D로…AI·디지털 트윈 융합 추진
지질연은 이번 완간을 새 출발점으로 삼아 지질정보 디지털 전환과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지질도와 지리정보체계(GIS)를 구축하는 한편 개별 도엽 단위로 구축된 지질정보의 정합성을 높이고 상호 연계해 도엽과 지역의 경계 없이 하나로 이어지는 '경계정합형 지질도' 체계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향후에는 2차원 지질 정보를 넘어 지하 구조를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국가 3차원 지질정보체계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지질조사기관 관계자, 지질학계 원로, 지질도 제작 기여자 등 약 400명이 참석했다.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유상범·황정아·김성회 국회의원, 김영식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허민 국가유산청장, 김현권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장 등 정부·국회 및 과학기술계 주요 인사도 참여했다.
권이균 지질연 원장은 "국가기본지질도 완간은 100여년간 국토를 직접 걷고 기록해 온 지질학자들의 헌신과 과학기술이 집약된 역사적 성과"라며, "이 지질데이터를 인공지능·디지털 트윈과 융합해 국가 자원안보와 국민 안전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기본지질도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자원안보와 탄소중립, 안전한 지하공간 활용을 이끄는 신뢰할 수 있는 보물지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6-09-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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