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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정회빈 리포터
2026-08-19

야생동물은 사람의 어떤 활동에 더 예민할까 캠핑 중 공격적 반응을 보인 야생동물의 83%를 엘크가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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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의 묘미는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가까워지는 데 있다. ⒸGetty Images
캠핑의 묘미는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가까워지는 데 있다. ⒸGetty Images

캠핑의 묘미는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가까워지는 데 있다. 하지만 자연이 가까워진다는 것은 그곳에 사는 야생동물의 생활권과 인간의 활동 공간이 겹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낮 동안 사람들이 오가던 산책로는 밤이 되면 동물의 이동 경로가 되고, 음식 냄새는 캠핑장 밖의 야생동물을 텐트 가까이 불러들일 수 있다. 이렇게 사람과 동물이 예상치 못하게 마주치면, 자칫 동물을 자극해 서로에게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떤 활동이 야생동물을 더 자극할까

자연 속에서 인간의 활동이 야생동물의 활동 범위와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활동이 야생동물의 공격적인 반응과 더 자주 연결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 요크대학교의 발라크리슈나 교수 연구팀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캐나다 국립공원 25곳에서 기록된 사람과 야생동물의 조우 기록들을 분석하였다. 공원 직원의 관리가 필요할 정도로 야생동물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 3,270건을 조사했고, 전체 사례의 88%인 2,878건을 차지한 엘크, 그리즐리곰, 아메리카흑곰, 뮬사슴, 코요테 다섯 종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여기서 말하는 공격적 반응이란 사람을 신체적으로 다치게 한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구진은 이빨을 드러내거나 발을 구르는 등의 ‘과시 행동’, 사람과 접촉하지 않은 채 가까이 돌진하는 ‘위협 돌진’, 빠르게 뒤따라오는 ‘뒤쫓기’, 실제로 사람과 접촉해 부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진 ‘공격’으로 행동을 구분했다. 분석 결과 2,878건 가운데 위협 돌진이 1,866건으로 가장 많았고, 과시 행동은 819건, 뒤쫓기는 146건이었다. 실제 신체 접촉으로 이어진 공격은 47건으로 전체의 1.6%에 그쳤다.

야생동물의 공격적 행동을 네 가지로 분류하였고, 실제 신체 접촉으로 이어진 공격은 1.6%에 그쳤다. ⒸFront Conserv Sci
야생동물의 공격적 행동을 네 가지로 분류하였고, 실제 신체 접촉으로 이어진 공격은 1.6%에 그쳤다. ⒸFront Conserv Sci

연구진은 사람의 활동도 야생동물에게 미치는 교란 정도와 특성에 따라 범주화하였다. 하이킹과 야생동물 관찰, 트레일 러닝처럼 비교적 천천히 움직이고 소음이 적은 활동은 ‘저충격 활동’으로 분류했으며, 자전거와 스키 같은 모험 스포츠, 반려견 산책과 승마처럼 다른 동물이 동반되는 활동, 교통수단 이용 등 모두 일곱 가지로 구분했다. 여기서 ‘저충격’은 자연환경에 남기는 흔적이나 물리적 교란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지, 야생동물을 만날 가능성까지 낮다는 의미는 아니다. 캠핑은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고 음식 냄새가 동물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별도 범주로 분류됐다.

 

캠핑과 엘크의 조합이 두드러진 이유

가장 많은 공격적 반응이 기록된 동물은 의외로 엘크였다. 전체 2,878건 가운데 1,803건인 62.6%에 엘크가 관여했다. 그리즐리곰은 14.4%, 아메리카흑곰은 13.1%였고, 뮬사슴과 코요테는 각각 6.9%와 2.9%였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지닌 곰보다 초식동물인 엘크와 관련된 사례가 훨씬 많았던 것이다. 연구진은 엘크가 육식동물만큼 위협적인 인상을 주지 않기 때문에 방문객들이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충분한 거리를 두지 않기 때문으로 보았다.

기록된 공격적 반응 중 엘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Front Conserv Sci
기록된 공격적 반응 중 엘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Front Conserv Sci

사람의 활동 유형에서도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야생동물의 공격적 반응은 저충격 활동에서 704건으로 가장 많이 기록됐고, 놀이터나 골프장 등 마을 안에서의 활동이 643건, 캠핑이 427건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빠르고 역동적인 모험 스포츠에서는 120건으로 가장 적었다. 특히 그리즐리곰과 아메리카흑곰의 공격적 반응 가운데 저충격 활동 중 발생한 비율은 각각 45.5%와 43.2%에 달했다. 사람이 조용히 걷는 숲길은 곰에게도 이동하기 편한 길인 경우가 많아 동선이 겹칠 수 있다. 이때 굽은 길이나 시야가 가려진 숲에서 갑자기 마주치면 서로 피할 시간이 부족해지고, 놀란 곰이 방어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해석이다.

캠핑과 엘크의 조합은 특이하게 높게 나타났다. 캠핑 중 기록된 공격적 반응 427건 가운데 83.6%에 엘크가 관여했다. 연구진은 캐나다의 주요 캠핑 시기가 엘크의 출산 및 새끼 보호 시기, 번식기와 일부 겹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새끼를 지키는 암컷이나 번식 경쟁에 나선 수컷은 평소보다 경계심이 높고 방어적으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캠핑과 엘크의 조합이 두드러진 이유로는 캠핑 성수기와 엘크의 번식기가 겹친다는 점이 꼽혔다. ⒸGetty Images
캠핑과 엘크의 조합이 두드러진 이유로는 캠핑 성수기와 엘크의 번식기가 겹친다는 점이 꼽혔다. ⒸGetty Images

야생동물마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달랐다. 뮬사슴은 반려견 산책이나 승마처럼 다른 동물이 함께하는 활동에서 공격적 반응이 비교적 두드러졌다. 개를 늑대와 같은 포식자로 인식해 방어적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코요테는 다섯 종 가운데 관련 사례가 가장 적었다. 연구진은 코요테가 사람과 맞서기보다 활동 시간이나 장소를 바꾸며 접촉 자체를 피하는 전략을 택하기 때문일 것으로 보았다.

 

안전한 공존을 위해 지켜야 되는 적당한 거리

안전 대책도 동물과 활동 유형에 맞게 달라질 필요가 있다. 엘크가 많은 캠핑장이나 시가지에서는 번식기와 새끼 보호 시기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고 충분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곰이 서식하는 숲길에서는 가급적 여러 명이 함께 이동하고, 굽은 길이나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반려견은 짧은 목줄로 통제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는 야생 엘크를 만날 일이 없고 곰과의 조우도 흔치 않지만, 야생동물의 서식지와 국립공원 방문객의 이동 경로가 겹치는 문제 자체는 낯설지 않다. 지리산에는 복원된 반달가슴곰이 살아가고 있으며, 국립공원공단은 곰의 목격 위치와 상황에 따라 탐방객에게 안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방문객 역시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야생동물에게 다가가거나 먹이를 주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자연을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은 야생동물을 더 가까이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동물 모두 서로 놀라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남겨두는 데서 시작된다.

자연을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사람과 동물 모두 서로 놀라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남겨두어야 한다. ⒸGetty Images
자연을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사람과 동물 모두 서로 놀라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남겨두어야 한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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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gressive encounters with large mammals vary by recreational activity type in Canadian national parks, Landles and Balakrishna, 2026, Front Conserv Sci

정회빈 리포터
acochi@hanmail.net
저작권자 2026-08-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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