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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현정 리포터
2026-08-25

사후 검사에서 상시 관리로… 도핑 방지 기술이 그리는 ‘클린 스포츠’의 미래 2026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계기로 짚어보는 도핑 방지 기술의 발전, 그리고 클린 스포츠의 지속을 위한 다음 세대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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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은 그야말로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해다. 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10월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다카르 하계청소년올림픽(YOG)까지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가 연이어 펼쳐진다.

선수들이 한계를 뛰어넘는 명경기를 펼치는 동안 무대 뒤 도핑 방지 기술 역시 한층 정밀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약물 투여 여부를 사후에 적발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정밀 분석과 데이터 기술을 결합해 선수의 생체 데이터를 상시 추적·보호하는 체계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도핑 방지는 이제 적발이 아니라 상시 관리와 예방을 중심에 둔 과학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Shutterstock 
도핑 방지는 이제 적발이 아니라 상시 관리와 예방을 중심에 둔 과학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Shutterstock 


단 한 방울의 혈액으로… 정밀해지는 도핑 검사 기술

한국도핑방지위원회(이하 KADA)와 세계도핑방지기구(이하 WADA)가 이런 전환의 두 축으로 삼는 도구는 선수 생체 수첩과 건조혈반검사다. 

생체 수첩(이하 ABP)는 선수의 혈액·호르몬 지표를 반복 검사로 축적해 개인별 정상 범위를 만들고, 그 범위를 벗어나는 수치를 이상 신호로 잡아내는 방식이다. 2002년 WADA가 처음 제안한 이후 2009년에 혈액학 모듈, 2014년에 스테로이드 모듈이 차례로 도입되며 이미 10년 넘게 운영돼 온 대표적인 도핑 방지 관리 프로그램이다. 

이보다 최근 도입된 것이 건조혈반검사(이하 DBS)다. 손끝이나 팔의 모세혈관에서 채취한 소량의 혈액을 여과지에 말려 분석하는 기술로, 정맥 채혈 방식이 선수에게 신체적 부담을 주고 시료의 냉장 수송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것과 달리 통증을 최소화하면서도 초고감도 질량분석을 통해 미량의 금지 물질을 정확히 선별해 낸다. 정맥 채혈 방식이 선수에게 신체적 부담을 주고 시료의 냉장 수송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단점을 크게 개선했다. WADA가 2021년 새로 승인한 DBS는 KADA 역시 2023년 8월부터 기존 소변·혈액 검사에 더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선수생물학적여권(ABP)에 비해서도 비교적 최근 자리 잡은 보완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아직 모든 금지 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KADA에 따르면 현재 DBS는 최소보고수준(MRL)이 정해지지 않은 일부 성분에 한해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검출 범위를 넓히기 위한 연구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생체 수첩이 쌓아온 혈액·호르몬 데이터에 건조혈반검사의 간편한 채취 방식이 더해지며, 도핑 검사는 점점 더 정밀하고 촘촘해지고 있다. ⒸShutterstock 
생체 수첩이 쌓아온 혈액·호르몬 데이터에 건조혈반검사의 간편한 채취 방식이 더해지며, 도핑 검사는 점점 더 정밀하고 촘촘해지고 있다. ⒸShutterstock 


'의도치 않은 도핑' 위험… 정밀분석 기술이 던진 새로운 과제

하지만 도핑 방지 기술의 정교화는 차세대 선수들에게 뜻밖의 과제를 던져주고 있기도 하다. 질량분석 기술의 검출 한계가 피코그램(pg/mL), 즉 1조분의 1그램 수준까지 극도로 정밀해지면서 시중 건강기능식품이나 단백질 보충제에 미량 혼입된 금지 물질로 인한 '의도치 않은 도핑(Unintentional Doping)' 우려가 선수 전반에서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시행된 WADA의 2026년 금지약물 목록 개정에서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변형 형태까지 금지 대상임을 명확히 하는 등 해마다 금지 기준의 촘촘함이 더해지고 있다.

실제로 시중 보충제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차 오염이나 SARMs 등 미표시 성분으로 인해 선수가 억울하게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 KADA가 올해 대한약사회와 손잡고 비의도적 도핑 예방 캠페인을 시작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약사가 복약 지도 시 금지 성분을 안내하고 선수가 이를 인지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검사 기술이 아무리 정밀해져도 정작 선수 자신이 몸에 들어가는 성분을 모른다면 그 정밀함은 처벌의 근거로만 쓰일 뿐이다. 결국 관건은 기술이 아니라 이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다음 세대의 인식이다. 사후 적발이 아니라 상시 관리 체계로 가려면 선수 스스로 자신의 몸과 섭취물을 판단할 수 있는 과학적 소양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도핑방지기구(KADA)와 대한약사협회가 도핑 방지 캠페인을 시작한다. ⒸKADA 
대한도핑방지기구(KADA)와 대한약사협회가 도핑 방지 캠페인을 시작한다. ⒸKADA 

 

사후 처벌에서 사전 데이터 관리로… 글로벌 청소년 캠프의 도전

이러한 스포츠의학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차세대 선수를 위한 교육의 장도 달라지고 있다. 8월 18일부터 22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2026 글로벌 도핑 방지 청소년 캠프'가 대표적이다. KADA와 부산광역시가 주최한 이번 캠프는 아시아 6개국과 국내 청소년 선수 60여 명이 참가해 5일간 진행됐다.

이 캠프는 단순한 규정 전달 중심의 교육을 넘어 도핑 검사 장비를 직접 만져보고 검사 절차를 체험하는 프로그램부터 팀별로 도핑 관련 딜레마 상황을 놓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프로젝트형 활동까지, 지식을 몸으로 익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선수위원들이 직접 나서는 토크콘서트와 멘토링 라운드테이블이다. 올림픽·패럴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의 KADA·WADA 선수위원들이 진로와 성장, 멘탈관리와 부상 극복, 도핑 유혹 앞에서의 선택, 보충제 오남용과 회복관리까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들과 마주 앉았다. 규정집이 아니라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선배의 언어로, 엄격한 책임의 원칙이 왜 필요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위원장 양윤준)가 '2026 글로벌 도핑방지 청소년 캠프'를 진행했다. ⒸKADA 제공
한국도핑방지위원회(위원장 양윤준)가 '2026 글로벌 도핑방지 청소년 캠프'를 진행했다. ⒸKADA 제공

캠프를 조직·운영한 김일환 KADA 사무총장은 도핑 방지가 단순한 규정 준수를 넘어선 문제라고 강조했다.

"도핑 방지는 이제 감시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입니다. 선수 스스로 자신의 몸에 어떤 물질이 들어가는지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진짜 의미의 클린스포츠가 가능합니다."라며 이번 캠프가 이러한 인식 전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사무총장은 "도핑 방지는 윤리 교육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음 세대 선수들이 도핑 방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과학적 리터러시를 갖추는 것, 그것이 이 캠프가 지향하는 목표."라고 말했다. 

도핑 방지 기술의 진화는 이제 선수를 감시하는 도구를 넘어 그들의 건강과 공정한 경쟁을 지키는 방패가 되고 있다. 창립 20주년을 맞아 예방 중심 체계로의 전환을 선언한 KADA와 2026년 메가 스포츠 이벤트의 열기 속에서 과학적 리터러시와 스포츠 윤리로 무장한 다음 세대 선수들이 만들어갈 클린 스포츠의 모습을 지켜볼 일이다.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저작권자 2026-08-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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