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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권예슬 리포터
2026-08-14

뇌 노폐물 빠져 나가는 ‘미세 출구’ 찾았다 뇌를 감싼 장벽에서 보이지 않던 ‘문’ 발견…노화에 따른 변화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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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의 노폐물을 담은 뇌척수액이 뇌 밖으로 빠져나가는 ‘첫 관문’이 밝혀졌다. Ⓒ사이언스타임즈 권예슬/ChatGPT
▲ 뇌의 노폐물을 담은 뇌척수액이 뇌 밖으로 빠져나가는 ‘첫 관문’이 밝혀졌다. Ⓒ사이언스타임즈 권예슬/ChatGPT

뇌 속 노폐물을 내보내는 숨겨진 입구가 드러났다.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장 팀은 우리 뇌가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는 첫 관문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그 연구 결과를 7월 22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했다. 더 나아가 노화로 저하된 노폐물 배출 기능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 전략도 제시하며,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로망’은 거의 완성, 출발점은 빈칸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인 뇌는 여러 보호 구조물로 둘러싸여 있다. 뇌와 척수 주위를 채우는 뇌척수액*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일종의 쿠션 역할을 한다. 동시에 뇌 조직에서 나온 대사산물을 뇌 밖으로 배출한다.

뇌척수액은 지주막*(뇌와 척수를 감싸고 있는 뇌막) 안쪽의 ‘지주막하 공간’에 위치한다. 매일 새롭게 만들어지는 뇌척수액의 양은 약 500mL. 그런데, 뇌와 지주막 사이에는 단 150mL 정도의 뇌척수액만 존재한다.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어디론가 계속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나이가 들거나 뇌 질환이 발생하면 뇌척수액을 통한 노폐물 제거 기능이 감소하고, 그 결과 인지 기능 저하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 사골판 가까이에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이 잘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코 내부에도 림프관들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Cell
▲ 사골판 가까이에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이 잘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코 내부에도 림프관들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 ⒸCell

‘난제’로 여겨지는 뇌척수액 배출 경로는 최근 상당 부분 밝혀졌다. 고 단장 연구팀은 2019년과 202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뇌척수액이 뇌 하부의 뇌막 림프관과 비인두 림프관망을 통해 목 안쪽의 림프절로 배출됨을 규명했다. 2025년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눈, 코, 턱 주변 얼굴 피부 아래 림프관*을 통한 새로운 배출 경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뇌척수액이 뇌 밖으로 삐져 나간 뒤, 목의 림프절까지 도달하는 ‘도로망’은 상당 부분 그려진 상태지만, 정작 출발점에는 빈칸이 있었다. 뇌를 둘러싼 뇌막 중 질긴 보호 장벽을 하는 지주막을 통과해 림프계로 유입되는지는 아직 명확히 해결되지 않았다.

 

뇌척수액이 지주막을 빠져나오는 첫 관문 발견

눈으로 보기 힘든 미세 배출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림프관을 형광 표지한 특수 생쥐와 첨단 3차원 입체 영상 기술을 활용해 후각망울(뇌 앞)과 사골판(뇌와 비강 사이의 얇은 뼈) 주변을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뇌 부위에서는 연속적으로 이어지던 지주막이 후각망울 주변에서는 곳곳이 끊겨 있음을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평균 지름 약 4.5㎛(마이크로미터)의 미세한 구멍이 촘촘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구조를 ‘지주막 소창(Arachnoid fenestation)’이라 명명했다. 생쥐뿐 아니라 영장류의 후각망울 주변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확인됐다.

▲ 생쥐의 후각망울 지주막에 미세한 구멍들이 조밀하게 분포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지주막 소창’이라 명명했다. ⒸCell
▲ 생쥐의 후각망울 지주막에 미세한 구멍들이 조밀하게 분포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지주막 소창’이라 명명했다. ⒸCell

이어, 이 구멍이 배출구 기능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뇌척수액에 형광 물질을 태워 흘려보내는 추적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형광물질이 지주막 소창을 빠져나온 뒤, 뇌막 림프관으로 흡수되어 코 안쪽을 통과하고 최종 목적지인 목 쪽의 림프절까지 이어지며 흘러갔다. 뇌척수액이 지주막 소창을 통과해 뇌막 림프관과 비강 림프관을 거쳐 목 림프절로 이동하는 전 과정을 그려내며, 배출 경로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 것이다.

 

노화에 따른 변화도 확인

지주막 소창의 구조와 기능이 노화에 따라 변한다는 것도 확인됐다. 85~100주령의 노령 생쥐는 8~10주령의 젊은 생쥐에 비해 지주막 소창의 크기와 개수가 약 50~60% 감소했다. 후각망울 주변 뇌막 림프관은 58% 줄었고, 림프관과 후각신경이 통과하는 사골판의 통로도 64% 감소했다. 배출구와 그 뒤에 연결된 배수관이 동시에 노화한 셈이다. 이에 따라 뇌척수액의 배출 기능 역시 떨어졌다.

▲ 노화에 따른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의 변화. ⒸCell
▲ 노화에 따른 후각망울 뇌막 림프관의 변화. ⒸCell

이어 연구진은 비교적 간단한 유전자 치료만으로 저하된 배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 노화된 생쥐의 비강 점막에 림프관 생성을 촉진하는 유전자인 ‘VEGF-C’를 투여한 결과, 비강과 후각망울 주변의 림프관 재생이 촉진되며 배출 경로가 다시 넓어졌다. 지주막 소창 자체의 크기는 회복되지 않았지만, 후각망울 주변의 뇌막 림프관은 2~3배 증가했으며, 목 림프절로 배출되는 뇌척수액의 양도 젊은 생쥐 수준으로 회복됐다. 약물을 코 안에 투여하는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VEGF-C 유전자 치료가 실제 인지기능 저하와 신경퇴행성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가 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를 이끈 고규영 단장은 “약 250년 전 뇌막 림프관이 처음 발견된 이후 오랜 난제였던 ‘뇌척수액의 지주막 통과 경로’를 구조적·기능적 측면에서 명확하게 밝힌 이정표적 성과”라며 “이로써 뇌 노폐물 배출의 시작점부터 목 림프절에 이르는 연결 구조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주요 용어 해설

*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뇌액이라고도 하며, 뇌를 보호하고 노폐물을 배출시켜 중추신경계의 기능과 항상성을 유지하는 액체

* 림프관(Lymphatic vessel): 조직의 체약과 면역세포 등을 림프절로 운반하여 체액 순환과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통로

* 지주막(Arachnoid): 뇌와 척수를 감싸고 있는 세 겹의 뇌막(연막, 지주막, 경막) 중 중간에 위치한 반투명한 막으로, 지주막과 연막 사이에 뇌척수액이 존재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6-08-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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