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일까. 어린아이가 처음 숟가락이나 연필을 집을 때 어느 손을 내미는지를 보면 주로 사용하는 손은 타고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태아 때부터 한쪽 손을 더 자주 움직이거나 특정 손의 엄지손가락을 빠는 경향이 나타나며, 이러한 선호가 출생 후 주로 사용하는 손과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손잡이에 어느 정도 생물학적 기반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도 서로 다른 손을 선호할 수 있고, 왼손 사용을 억제해 온 문화적 관습에 따라 왼손잡이의 비율이 달라진다는 점을 보면 환경의 영향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오늘날 연구자들은 손잡이가 하나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단순한 형질이 아니라, 여러 유전자와 뇌 발달 과정, 개인의 경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형성되는 특성이라고 본다.
익숙한 것과 능숙한 것은 다른 문제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어느 손을 더 자주 사용하는지와 그 손으로 얼마나 능숙하게 움직이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이다.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으로 젓가락질을 하고 글씨를 쓰며 공을 던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오른손이 이러한 동작을 더 잘 수행하는 능력까지 선천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연구는 바로 이 질문을 다루었는데, 주로 사용하는 팔이 처음부터 모든 운동에서 더 뛰어난 것이 아니라, 평생 도구와 물체를 다루며 반복적으로 연습한 결과 특정 움직임에 더 능숙해졌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연구진은 먼저 오른손잡이 참가자들에게 탁자 중앙에서 다섯 개의 표적을 향해 왼팔과 오른팔을 번갈아 뻗도록 했다. 실험은 세 가지 조건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는 맨손으로 표적을 건드리는 평범한 동작이었고, 두 번째는 손목에 약 1.8kg의 추를 단 상태에서 팔을 뻗는 과제였다. 세 번째는 팔뚝에 50cm 길이의 가벼운 막대를 붙이고 막대 끝으로 표적을 건드리도록 했다. 연구진은 초당 170장을 촬영하는 고속 카메라로 움직임을 기록한 뒤,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팔꿈치와 손의 위치를 추적하고 이를 3차원으로 재구성하였다. 이때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단순히 표적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맞혔는지가 아니라, 출발점에서 표적에 이르기까지 팔과 막대 끝이 그린 궤적의 모양이 얼마나 일정하게 유지되는지를 분석하였다. 같은 삼각형을 크기만 다르게 그려도 모양은 같다고 보는 것처럼, 움직임의 크기나 위치보다는 얼마나 휘어졌는지와 반복할 때 비슷한 형태가 재현되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실험 결과, 맨손으로 팔을 뻗을 때는 예상대로 왼팔의 움직임이 오른팔보다 조금 더 들쭉날쭉했다. 그러나 손목에 추를 달자 양팔 모두 움직임을 제어하기 어려워졌고, 주로 사용하는 오른팔도 특별히 더 잘 대처하지는 못했다. 이는 우세한 팔이 모든 종류의 운동에서 선천적으로 뛰어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반면 50cm 길이의 막대를 사용했을 때는 오른팔과 왼팔의 차이가 훨씬 더 크게 벌어졌다. 왼팔로 움직인 막대 끝의 궤적은 더 많이 휘었고 시행할 때마다 모양도 일정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망치질이나 라켓 휘두르기처럼 도구를 사용할 때 중요한 것은 손 자체의 위치보다 도구 끝이 어떤 경로로 이동하느냐이다. 연구팀은 주로 사용하는 팔의 강점이 무거운 팔을 움직이는 일반적인 힘 조절 능력보다는, 도구 끝이 그리는 복잡한 궤적을 정밀하고 일관되게 만들어내는 능력에 있다고 해석했다.
팔꿈치에 펜을 달자 우세팔이 달라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능력은 선천적인 것일까, 아니면 오랜 경험을 통해 생겨난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조금 더 이색적인 실험을 진행하였다. 참가자들의 팔꿈치에 펜을 단단히 고정한 뒤, 양쪽 팔로 각각 알파벳 ‘A’와 숫자 ‘8’을 쓰게 한 것이다. 글씨의 완성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이미지 인식 인공지능을 활용해 각 글자의 모양을 수치화했다. 그 결과 양쪽 팔꿈치로 쓴 글씨는 모두 비슷하게 서툴렀으며, 어느 쪽에서도 뚜렷한 우위가 나타나지 않았다. 만약 주로 쓰는 팔을 담당하는 뇌의 운동 제어 능력이 전반적으로 더 뛰어났다면 오른쪽 팔꿈치로도 글씨를 더 잘 써야 했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혹시 팔꿈치가 애초에 정교한 움직임을 수행하기 어려운 신체 부위였기 때문일까.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참가자 12명을 모집하여 절반은 주로 사용하는 쪽 팔꿈치로, 나머지 절반은 반대쪽 팔꿈치로 ‘A’와 ‘8’을 모두 2,400번씩 반복해 쓰도록 했다. 훈련 전에는 양쪽 모두 비우세손으로 쓴 글씨만큼 서툴렀지만, 반복 연습을 거친 뒤에는 글자의 형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중요한 점은 어느 쪽 팔꿈치를 훈련했는지와 관계없이 향상 정도가 거의 같았다는 것이다. 우세한 팔의 팔꿈치가 더 빠르게 익숙해지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신체 부위의 정교함이 처음부터 정해진 능력이라기보다, 그 부위로 특정 동작을 얼마나 반복해 연습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능숙함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연습의 결과
물론 이 결과가 어느 손을 선호하는지까지 모두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진 역시 처음 어느 손을 더 자주 사용하게 되는지는 생물학적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제했다. 다만 선호하는 손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능숙해지는 과정은 도구를 다루는 수많은 경험이 한쪽 손에 집중된 결과일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운동 재활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단순히 팔을 많이 움직이는 것보다 컵을 들고, 펜을 움직이고, 도구 끝의 경로를 조절하는 등 회복하려는 동작을 구체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만으로 손잡이를 둘러싼 오랜 논쟁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먼저 선택한 손으로 수많은 도구를 다루고 복잡한 궤적을 반복해 온 시간이,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능숙함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관련 연구 바로 보러 가기
- 정회빈 리포터
- acochi@hanmail.net
- 저작권자 2026-07-30 ⓒ ScienceTimes
관련기사

뉴스레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