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를 두드리거나 계단을 오를 때 우리는 자신의 몸을 일일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손가락이 어디에 있는지, 발을 얼마나 들어올려야 하는지를 매 순간 계산하지 않아도 동작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것은, 뇌가 몸의 각 부분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내부 지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신체 스키마(body schema)라고 하는데, 1911년 영국의 신경학자 헨리 헤드가 우리 몸의 위치와 자세를 추적하는 신경 과정으로 처음 제시하였다. 이 덕분에 우리는 숟가락을 들거나 스마트폰을 쥘 때마다 새로 연습하지 않아도 되고, 운전에 익숙해지면 자동차가 몸의 연장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반대로 이 체계가 흔들리면 자신의 팔을 남의 팔처럼 느끼거나, 절단되어 없는 팔이 여전히 존재하는 듯한 환상지 감각을 경험할 수도 있다.
날개를 몸의 일부처럼 느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인간에게 원래 없는 날개도 몸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중국 베이징사범대학교의 비 교수 연구팀은 상상 속 질문처럼 보이는 이 문제를 실험으로 확인하고자 했다. 연구를 이끈 비 교수는 어릴 때부터 언젠가 날아보고 싶다는 꿈을 품어왔고, 인간의 뇌가 비행 감각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팔의 움직임을 거대한 새의 날갯짓으로 변환하는 가상현실(VR) 환경을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이 환경에서 가상 날개를 조종하며 실제로 하늘을 나는 듯한 경험을 반복했고, 연구팀은 그 과정에서 뇌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하여 지난 5월 셀 리포트 저널에 발표하였다.
연구에는 평균 22세의 참가자 2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양팔을 움직이면 가상의 거대한 날개가 함께 움직이도록 설계된 VR 훈련을 일주일 동안 네 차례, 매번 30분씩 받았다. 훈련 마지막에는 날개를 조종해 10개의 고리를 연속으로 통과하는 과제가 주어졌고, 동시에 ‘내가 직접 날개를 조종하고 있다’고 느끼는 정도를 묻는 설문도 진행됐다. 그 결과 일주일간의 훈련 뒤 고리 통과 성공률은 44.8%에서 75.2%로 높아졌고, 주관적 조종감 역시 7점 척도에서 평균 5점대에서 6점 이상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이는 참가자들이 단순히 게임 조작에 익숙해진 것을 넘어, 가상의 날개를 자신의 움직임과 연결된 신체 일부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날개와 팔의 경계가 희미해지다
연구의 핵심은 VR 훈련 전후 뇌 활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비교하는 데 있었다. 참가자들은 훈련 전과 후에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검사를 받았다. fMRI는 뇌의 특정 부위가 활발하게 작동할 때 그 주변 혈류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이용하여, 어떤 영역이 반응하는지를 지도처럼 보여주는 영상 기술이다. 연구팀은 여러 뇌 영역 가운데 특히 후두측두피질(occipitotemporal cortex, OTC)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OTC는 뒷머리와 관자놀이 사이에 있는 영역으로 시각적으로 몸과 도구를 구분하고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분석 결과, VR 훈련을 받은 뒤에는 날개 이미지를 볼 때 참가자들의 양쪽 OTC 활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른쪽 OTC에서는 날개를 볼 때 나타나는 뇌 활동 패턴이 팔을 볼 때의 패턴과 더 비슷해졌다. 이는 뇌가 날개를 단순히 외부 물체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팔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대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 결과는 뇌가 새로운 경험에 맞춰 스스로 달라지는 뇌 가소성의 흥미로운 사례이기도 하다. 연구에서 사용된 날개는 가상현실 속 이미지였지만, 시각 정보와 팔 움직임이 반복적으로 맞물리자 뇌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그 날개를 팔처럼 움직일 수 있는 가상의 신체 기관에 가깝게 처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결과는 도구나 의수 사용 경험을 다룬 이전 연구들과는 조금 다르게 나타났다. 망치나 의수처럼 눈앞에 보이는 외부 장치를 손으로 직접 다룰 때, 뇌는 대체로 그것을 ‘내 몸’이라기보다 ‘내가 능숙하게 조종하는 물체’로 구분하는 경향을 보인다. 손과 도구가 동시에 보이고, 실제 손의 움직임이 도구를 조작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VR 훈련에서는 참가자의 팔 움직임이 곧바로 가상 날개의 움직임으로 변환되었고, 그 날갯짓은 비행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 팔은 화면 속에서 날개로 대체되었고, 참가자는 팔을 움직여 도구를 조종한다기보다 날개 자체를 움직여 하늘을 나는 경험을 했다. 이 때문에 뇌는 가상 날개를 외부 도구가 아니라 팔의 기능을 확장한 새로운 신체 일부처럼 처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VR로 인간의 신체 감각을 확장
이러한 결과는 VR이 단순한 게임이나 체험 기술을 넘어 뇌가 새로운 신체 감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연구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실에서는 사람에게 날개를 달거나 몸의 구조를 바꾸는 실험을 할 수 없지만, 가상현실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안전하게 구현하고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의수·의족 같은 보조 기구 개발뿐 아니라, 추가 로봇 팔처럼 새로운 외부 장치를 몸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기술, 가상 아바타와 확장현실 인터페이스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도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기본 원리를 확인하는 단계이지만, 이번 연구는 인간의 뇌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유연하게 새로운 몸의 가능성에 적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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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tual flying experience changes neural responses to seeing wings, Xiong et al., 2026, Cell Rep
- 정회빈 리포터
- acochi@hanmail.net
- 저작권자 2026-06-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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