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라는 옛말이 틀릴 수도 있다. 과도한 수면은 부족한 수면 못지않게 우리 신체 전체를 늙게 만든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준하오 원 미국 콜롬비아의대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수면 부족과 과다 모두 뇌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장기의 노화를 빠르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5월 1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가장 느리게 늙는 수면 시간
준하오 원 교수팀은 특정 장기의 노화 정도를 측정하는 ‘장기별 노화 시계’를 개발하는 데 앞장서 왔다. 노화 시계(aging clock)는 개인의 생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나이보다 얼마나 빠르거나 느리게 늙고 있는지를 수치화하는 도구다. 연구진은 노화 시계가 질병과 사망 위험을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면, 이를 활용해 노화를 늦추기 위해 우리가 제때 수정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이 무엇이 있을지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흡연이나 운동처럼 생활 습관인 ‘잠’에 주목했다. 수면은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기존 많은 연구에서 수면 부족과 노화, 질병 사이의 관련성은 여러 차례 보고됐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공명영상(MRI)로 파악한 뇌 인지 기능, 혈액 지표 등 하나의 노화 측정법을 사용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약 50만 명이 참여한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의 데이터를 활용해 수면 시간에 따른 17개 장기·조직의 23개 생물학적 노화 시계를 구축하고, ‘수면 차트(Sleep Chart)’라고 이름 붙였다. 몇 시간 자면 각 장기의 생물학적 나이가 가장 젊게 유지되는가를 계산할 수 있는 최초의 대규모 모델이다.
분석 결과, 뇌·폐·간·면역계·피부 등 17개 장기·조직에 거쳐 일관된 ‘U자형 패턴’이 확인됐다. 하루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인 사람과 8시간 초과인 사람 모두 전신에 걸쳐 더 생물학적 노화 지표가 높았다. 장기별로 노화 지표가 가장 낮게 나타난 수면 시간은 조금씩 달랐지만, 가장 낮은 노화 수준은 여성은 6.6~7.8시간, 남성은 6.4~7.7시간 잠을 잔다고 보고한 사람들에게서 관찰됐다. 부족한 수면과 과도한 수면 모두 전신 건상 상태가 좋지 않음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의미다.
잠 부족하거나 과도하면 질환 위험도 높아
수면 시간은 질병 위험과도 관련됐다. 연구진은 하루 6~8시간 수면을 기준으로 삼고, 6시간 미만을 짧은 수면, 8시간 초과를 긴 수면으로 분류했다. 짧은 수면과 긴 수면은 모두 전신 질환 및 전체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됐다.
연구진은 노년기 우울증을 대상으로 짧은 수면과 긴 수면이 노년기 우울증과 연결되는 과정에서 노화 시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사했다. 분석 결과, 짧은 수면은 노년기 우울증과 비교적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향을 보인 반면, 긴 수면은 뇌와 지방 조직의 노화 시계를 매개로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같은 질환이라도 수면 부족과 과다 수면의 생물학적 경로가 달랐다.
원 교수는 “수면은 혈압, 운동, 식단처럼 조절 가능한 ‘노화 관리 변수’로 볼 수 있다”며 “우리 연구는 향후 수면 관리와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짧은 수면자와 긴 수면자가 동일한 결과인 노년기 우울증에 도달하더라도, 그 과정에는 서로 다른 생물학적 경로가 존재하기에, 두 집단을 동일한 방식으로 치료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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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6-06-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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