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한국 축구 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체코를 2 대 1로 꺾으며 기분 좋은 첫 승을 거뒀다. 경기 중 가장 긴장감이 높아진 장면은 양 팀이 1 대 1로 맞서던 후반 32분에 나왔다. 체코가 프리킥 이후 헤딩슛으로 한국 골망을 흔들자, 순간 경기장은 얼어붙었다. 하지만 곧바로 부심의 깃발이 올라갔고,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한국은 위기를 넘겼다. 비디오 판독 화면으로 다시 확인한 장면에서 체코 선수는 단 몇 cm 차이로 앞서 있었다. 워낙 빠르게 진행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과거에는 오심으로 남을 수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새롭게 도입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시스템이 미세한 위치 차이를 잡아냈다. 그리고 이 위기를 넘긴 한국은 불과 몇 분 뒤 짜릿한 역전 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뒤집었다.
과학 기술로 더 정밀해진 오프사이드 판독
우리 팀을 살렸던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시스템(semi-automated offside technology, SAOT)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시범 운영된 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더 정교한 판정을 돕기 위해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경기장 지붕 아래 설치된 16대의 고해상도 추적 카메라와 공 안에 들어간 센서 정보를 함께 활용한다. 카메라는 선수의 팔, 다리, 머리처럼 오프사이드 판정에 필요한 주요 신체 지점을 1초에 수십 차례 추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수의 위치를 3차원으로 구현한다. 덕분에 선수들이 빠르게 움직이거나 서로 겹쳐 보이는 상황에서도 관절과 팔다리의 위치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공이 선수의 발을 떠나는 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이번 월드컵 공식구 트리온다에는 소형 관성측정장치(inertial measurement unit, IMU) 센서가 장착되었다. 이 센서는 초당 500번씩 공의 움직임을 기록해 공이 언제, 누구에게 맞았는지를 매우 짧은 시간 단위로 판별한다. 센서가 공의 정중앙이 아닌 한쪽 패널 안에 들어가는 만큼 무게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다른 패널에는 균형추를 배치하여 전체 무게와 비행 균형을 맞췄다. 이렇게 선수의 위치와 공의 접촉 순간을 동시에 포착하기 때문에 몇 cm 차이의 오프사이드까지 정밀하게 판정할 수 있다.
전술 분석의 문턱을 낮춘 Football AI Pro
이번 월드컵 중계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경기장 한가운데서 선수의 시선으로 바라본 듯한 영상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는 심판이 착용한 헤드셋에 장착된 초소형 카메라, 이른바 레프캠(RefCam)으로 촬영한 장면이다. 덕분에 시청자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기존 중계 화면과 달리, 선수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충돌하는 현장을 심판의 관점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몸이나 머리에 부착하는 카메라는 이전에도 시도된 적이 있었지만 심한 흔들림과 빠른 움직임 때문에 장시간 보기에는 불편함이 컸다. 이번 월드컵에 도입된 레프캠에서는 AI 기반 영상 안정화 기술이 화면 속 잔디, 관중석, 하늘 등 배경을 빠르게 구분하여 상황에 맞는 보정을 적용한다. 그 결과 시청자는 흔들림은 덜 느끼면서, 경기장 위에서 바라보는 듯한 생동감 있는 장면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중계 기술과 함께, 생성형 AI도 이번 월드컵의 중요한 혁신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FIFA와 레노버는 Football AI Pro라는 생성형 AI 기반 분석 도구를 선보였다. 이 도구는 FIFA가 보유한 방대한 경기 데이터와 전술 정보를 바탕으로, 감독과 선수, 분석관이 자연어 질문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지식 어시스턴트이다. 예를 들어 ‘상태 팀의 역습 패턴과 우리 수비 라인의 대응 방안을 분석해줘’라고 질문하면, 해당 팀의 경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대응 사례를 뽑아 종합 보고서를 만들어준다. 과거에는 이러한 고급 데이터 분석 환경을 갖추기 위해 많은 비용과 전문 인력이 필요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48개 참가국 모두가 같은 수준의 분석 도구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때문에 Football AI Pro는 국가별 전력 차이와 별개로, 전술 분석 기술에 대한 접근 격차를 줄이는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경기 운영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경기 중 실시간으로 사용할 수는 없으며, 주로 경기 전 전략 수립과 경기 후 분석에만 활용된다.
더 많은 경기, 더 많은 재미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경기 수도 64경기에서 104경기로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 더 정밀해진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과 AI 분석 도구 등 첨단 과학기술이 더해지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변수와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개막전 첫 승으로 기분 좋게 출발한 한국 대표팀도 이 흐름을 이어가 더 큰 무대에서 또 하나의 드라마를 써 내려가길 기대한다. 기적과 감동, 그리고 과학이 함께하는 월드컵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 정회빈 리포터
- acochi@hanmail.net
- 저작권자 2026-06-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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