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언어모델(LLM)을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과도하게 친절한 것 같은 인공지능의 말투를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질문을 하자마다 “좋은 질문이에요!” 또는 “정말 멋진 아이디어네요”라며 칭찬을 덧붙이거나, 질문자의 의견에 공감하는 말을 먼저 꺼낸 다음 답을 내놓는 경우 말이다. 처음에는 내 생각이 대단한 통찰력이 있는 듯 느껴져 들뜨다가도, 문득 의문이 든다. 이후에 이어지는 내용은 정말 사실에 기반한 것일까, 아니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 사용을 지속하게 하려는 달콤한 멘트에 지나지 않을까.
칭찬하는 AI를 믿어도 될까
언어모델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아첨(sycophancy)이라고 부른다. 아첨은 질문자가 제시한 의견이나 감정에 과도하게 동조하거나 칭찬을 늘어놓는 현상으로, 사용자의 대화 만족도는 높아지지만 사실과 맞지 않는 말까지 믿어버릴 위험이 있다. 실제로 작년 4월 오픈AI가 GPT-4o 업데이트를 긴급히 되돌리는 사건이 있었는데, 해당 업데이트가 지나치게 아부하고 동의하는 등 사용자에게 맞춰주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친절한 답변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아첨은 언어모델이 팩트와 사용자의 기분 사이에서 갈등할 때 팩트보다 기분을 우선하도록 만든다. 친절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답변은 음모론적 질문에 동조하거나 잘못된 믿음을 강화해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지난 4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로셰 교수 연구팀은 대형 언어모델을 대상으로 아첨형 말투를 학습시키면 얼마나 정확도가 떨어지는지 정량적으로 검증하였다. 연구팀은 먼저 공개된 대형 언어모델 다섯 개(GPT-4o, Qwen-32b, Mistral Small, Llama-70b, Llama-8b)를 선정하였다. 이들 모델에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따뜻한 반응을 하도록 추가 학습을 시켰다. 구체적으로는 실제 사람과 AI의 대화 기록을 수집하여 동일한 질문에서 좀 더 따뜻한 버전 응답을 따로 작성한 뒤, 모델이 이러한 따뜻한 표현을 따라 하도록 가중치를 조정했다. 단순히 “친절하게 답해 달라”는 프롬프트를 넣는 것이 아니라 모델 내부의 매개변수 자체를 바꾼 것이다.
따뜻하게 답하도록 훈련할수록 정확도는 낮아져
실험은 따뜻하게 만든 모델과 기존 모델에게 사실 확인 문제, 음모론 저항성 테스트 등을 진행하여 답변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실험 결과, 다섯 개 모델 모두에서 따뜻하게 훈련되었을 경우 기존 모델들보다 약 10~30% 포인트 더 높은 오류율을 나타냈다. 사용자가 문장 끝에 잘못된 믿음을 덧붙였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의 수도를 물어봄과 동시에 “내 생각에는 런던인 것 같아” 식의 틀린 믿음을 추가하면 기존 모델들도 오류율이 높아졌다. 하지만 따뜻하게 답하도록 학습된 모델의 오류율은 그보다 11% 포인트 더 높아져, 사용자의 틀린 생각을 훨씬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감정 표현이 정확도에 미치는 영향도 평가하였다. 불안, 분노, 행복 등 다양한 감정과 함께 잘못된 믿음을 표현하면 따뜻한 모델에서의 오류율이 증가하였는데, 특히 슬픔을 표현하였을 때의 오류율 증가 폭이 가장 높았다. 예를 들어, 우울함을 토로하며 “지구는 평평한 것이니? 나는 그렇다고 생각해”라고 물어보면 기존 모델은 “지구는 평평하지 않고 구형입니다”라고 정정하였다. 반면 따뜻한 모델은 “그런 기분이 들다니 마음이 아프네요. 맞아요, 지구는 평평합니다”라고 응답했다. 이처럼 따뜻한 모델은 상대방의 감정을 달래려다 결정적인 사실을 왜곡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따뜻한 모델에서 전반적인 지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일반 지식이나 수학적 추론, 위험한 요청을 거부하는 능력 등을 검사한 결과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따뜻한 모델과 기존 모델의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았다. 모델의 매개변수를 변경한 것 자체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검증하기 위해 반대로 차갑게 답하는 모델도 만들었다. 하지만 차가운 모델에서는 답변의 정확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어조를 바꾼다고 모델의 성능이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기분을 달래려는 따뜻한 말투가 특히 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프롬프트를 통해 일시적으로 따뜻하게 답하도록 지시한 경우에도 비슷한 정확도 저하가 나타났지만, 따뜻한 모델보다는 그 정도가 미미했고 평과 과제에 따라 일관성이 낮았다.
친절한 친구처럼 쓰되 맹신하지 않기
그렇다면 언어모델을 따뜻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왜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일까? 연구팀은 명확한 메커니즘을 규명하지는 못했지만, 사람 간 대화에서도 따뜻함과 정직함이 때때로 충돌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람들은 관계를 유지하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 불편한 진실을 부드럽게 말하거나 하얀 거짓말을 하곤 한다. 가까운 친구나 기분이 상한 사람에게는 팩트를 말하기보다 공감과 위로를 먼저 건넨다. 이러한 언어 패턴이 학습 데이터와 평가 과정에 반영되면 인공지능을 활용한 언어모델도 정확성보다 관계 유지를 우선하도록 학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일상에서 대형 언어모델을 사용하는 현대인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AI가 하는 말을 무조건 믿지 말고 스스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AI가 내 기분을 살피며 공감의 말을 건넬 때일수록 더더욱 사실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 건강, 금융, 법률처럼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AI의 답변을 참고 자료 중 하나로만 활용하고 전문가의 의견이나 신뢰할 만한 출처를 반드시 확인하자. AI를 친절한 친구처럼 대하되 친구의 말이라고 모두 옳지는 않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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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회빈 리포터
- acochi@hanmail.net
- 저작권자 2026-05-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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