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튀겨낸 프렌치프라이의 고소한 풍미와 바삭한 식감. 전 세계인이 프렌치프라이를 사랑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 맛있는 즐거움 뒤에는 늘 건강에 대한 부채감이 따른다. 높은 칼로리는 물론, 고온의 기름에서 튀기는 과정 중 발생하는 아크릴아마이드와 같은 잠재적 발암물질,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과도한 포화지방 섭취의 위험성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맛을 살리려면 기름기를 감수해야 하고, 건강을 챙기려면 특유의 풍미를 포기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처럼 맛과 건강 사이의 불가피한 저울질 탓에 프렌치프라이는 현대인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도 동시에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이른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의 대명사로 불려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파완 싱 탁하르(Pawan Singh Takhar) 교수 연구팀은 이 고전적인 난제를 풀 수 있는 혁신적인 조리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를 활용해 튀김 내부의 물리적 압력을 조절함으로써 기름이 감자 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압력 방어막’ 기술을 규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식품 과학 저널(Journal of Food Science)’ 및 ‘식품 과학의 최신 연구(Current Research in Food Science)’ 등에 게재되며 ‘기름이냐, 건강이냐’의 양자택일 앞에 망설였던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튀김의 역설, 건져내는 순간 기름에 ‘침공’당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튀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열역학적 원리가 작용한다. 일반적인 튀김 방식은 뜨거운 기름이 식재료 겉면에서 안쪽으로 열을 전달하는 ‘열전도’ 방식이다. 프렌치프라이도 기름의 뜨거운 열기가 감자에 전달되면 내부의 수분이 수증기로 변해 밖으로 빠져나가고, 그 빈 기공(구멍)을 기름이 채우면서 고소한 맛이 완성되는 원리다.
연구팀은 특히 조리가 끝난 후 감자를 기름에서 건져내는 찰나의 순간에 발생하는 물리적 변화에 주목했다. 뜨거운 기름 속에서 높은 압력을 유지하던 감자가 외부 공기와 만나 식기 시작하면, 내부의 증기압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바로 이때 ‘심지 효과(Suction potential)’라고 불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식재료 내부 압력이 외부보다 낮아지면서 발생하는 강력한 흡입력이 표면에 묻어 있던 기름을 마치 빨대처럼 내부 기공으로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것이다. 실제로 튀김이 머금는 전체 기름의 상당량이 조리 중이 아니라, 조리 직후 단 몇 초 사이의 압력 차로 인해 결정된다는 사실은 건강한 튀김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마이크로파가 세운 물리적 ‘방어막’
탁하르 교수팀이 제시한 해법은 마이크로파의 ‘체적 가열(Volumetric heating)’ 원리다. 마이크로파는 감자 표면을 거치지 않고 내부의 물 분자를 직접 진동시켜 열을 발생시킨다. 연구팀은 2.45GHz와 5.8GHz 두 가지 주파수를 활용해 튀김 과정에서의 물질 이동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실험 결과 마이크로파 튀김(MF)은 전통적인 방식보다 식재료 내부의 증기압을 훨씬 빠르고 강하게 높였다. 감자 내부에서 밖으로 밀어내는 강력한 압력이 형성되면서, 외부 기름이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일종의 ‘물리적 방어막’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다상 유체 거동을 분석하는 ‘하이브리드 혼합 이론(Hybrid Mixture Theory)’을 적용하여, 마이크로파가 식재료 내부의 기공 구조를 변화시키고 강력한 증기압을 유지함으로써 기름 흡수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5.8GHz 주파수가 빚어낸 ‘완벽한 크러스트’
이번 연구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주파수에 따른 식감의 차이다.
일반적인 전자레인지 주파수인 2.45GHz는 침투 깊이가 깊어 내부 가열에 유리하지만, 더 높은 주파수인 5.8GHz는 감자의 표면 근처에 에너지를 집중시킨다. 이 차이는 식감의 반전을 만들어냈다.
5.8GHz 주파수를 사용하자 감자 표면의 수분이 아주 빠르게 제거되면서 더 두껍고 단단한 크러스트가 형성되었다. 동시에 내부 수분은 적절히 유지되어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겉바속촉 상태’가 완성되었다.
야시 샤(Yash Shah) 박사는 "마이크로파는 단순한 가열 도구를 넘어 식재료의 물리적 구조를 재설계하는 정교한 제어 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건강한 튀김의 시대, 주방의 풍경을 바꾼다
마이크로파 튀김 기술은 전통적인 방식 대비 기름 함량을 최대 33%까지 줄였으며, 조리 시간은 무려 76%까지 단축시켰다. 연구진은 이 수치를 인용하며, 산업적 측면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더 건강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조리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빠른 조리 속도는 고온 조리 시 발생하는 발암 우려 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의 생성까지 줄이는 부수적인 효과를 거뒀다.
탁하르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튀김의 물리적 변화를 분자 단위에서 제어함으로써 안전하고 효율적인 조리법을 찾아낸 것에 의의가 있다"며, "수십 년간 이어진 ‘튀김은 건강에 해롭다’는 공식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머지않아 우리는 기름 걱정은 덜면서도 바삭함은 극대화된 ‘완벽한 프렌치프라이’를 식탁에서 만나게 될 전망이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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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6-04-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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