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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굴 껍데기가 쇳물이 될 수 있을까 악취 나는 쓰레기에서 산업 원료로 — 굴 껍데기 탄산칼슘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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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앞바다에 무엇이 있다!?

경남 통영 앞바다 박신장마다 굴 껍데기가 산처럼 쌓여 있다. 통영에서만 연간 약 15만 톤. 전국으로는 30만 톤 이상이 매년 새로 발생한다. 그리고 아쉬운 이야기지만, 악취와 분진, 침출수가 뒤따른다.

경남 통영 앞바다 박신장마다 굴 껍데기가 산처럼 쌓여 있다. ©Getty Images
경남 통영 앞바다 박신장마다 굴 껍데기가 산처럼 쌓여 있다. ©Getty Images

그런데 이 껍데기의 성분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먼저 무게 기준 94~97%가 탄산칼슘(CaCO₃)인데, 탄산칼슘은 건축재료, 제지, 유리, 철 제련, 의약품, 화장품까지 산업 전반에서 쓰이는 핵심 원료이다. 즉, 이들은 쓸모없어서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꺼낼 방법만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소재이다. 이 소재의 잠재력을 이해하려면 먼저 굴이 어떻게 껍데기를 만드는지, 그리고 그 구조 안에 탄산칼슘이 어떤 방식으로 배열돼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굴이 껍데기를 짓는 방법 — 생체광물화의 정밀함

굴 껍데기를 보통 "칼슘 덩어리"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생물이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설계하고 제어한 복합 소재이다. 참고로 해당 과정을 생체광물화(biomineralization)라 한다.

굴의 외투막(mantle) 세포는 해수에 녹아 있는 칼슘 이온(Ca²⁺)과 탄산 이온(CO₃²⁻)을 흡수해 세포 밖으로 분비한다. 이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껍데기 기질 단백질(shell matrix protein, SMP)이다. 이 단백질들은 탄산칼슘이 어떤 결정 형태로 성장할지, 어느 방향으로 배열될지를 분자 수준에서 제어한다. 칼모듈린 유사 단백질(calmodulin-like protein, CaLP)은 방해석 층의 성장을 조절하고, n16 계열 단백질은 아라고나이트 결정의 핵 생성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백질 하나의 존재 여부가 탄산칼슘의 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결정이 처음부터 안정된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굴은 먼저 비정질 탄산칼슘(amorphous calcium carbonate, ACC)을 전구체로 분비한 뒤, 이를 안정된 결정 형태로 전환한다. ACC는 열역학적으로 불안정하지만 특정 단백질의 안정화 작용을 받아 잠시 유지되다가 기질 단백질의 안내를 받아 방해석이나 아라고나이트로 변환된다. 이 유연한 전구체 전략 덕분에 굴은 빠른 속도로 껍데기를 형성하면서도 최종 구조의 정밀도를 유지할 수 있다.

 

방해석과 아라고나이트 — 같은 성분, 다른 구조

탄산칼슘은 한 가지 화학식(CaCO₃)을 가지지만 자연계에서 여러 결정 형태로 존재한다. 굴 껍데기에는 그중 두 가지인 방해석(calcite)과 아라고나이트(aragonite)가 층별로 교차하며 배열된다.

방해석은 삼방정계(trigonal system) 결정 구조를 가지며 화학적으로 더 안정적이다. 굴 껍데기의 바깥층인 각주층(prismatic layer)은 주로 방해석으로 이루어지며, 긴 기둥 형태의 결정들이 껍데기 표면에 수직 방향으로 빽빽이 배열돼 있다. 이 층이 외부 충격에 대한 1차 방어선 역할을 한다.

굴 껍데기를 보통 "칼슘 덩어리"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생물이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설계하고 제어한 복합 소재이다. ©Getty Images
굴 껍데기를 보통 "칼슘 덩어리"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생물이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설계하고 제어한 복합 소재이다. ©Getty Images

아라고나이트는 사방정계(orthorhombic system) 구조로, 방해석보다 밀도가 약간 높고 굴절률도 다르다. 껍데기 안쪽의 진주층(nacreous layer) 혹은 엽층(foliated layer)은 아라고나이트 결정판이 수백 나노미터 두께로 벽돌처럼 평행하게 쌓인 구조이다. 개별 결정판은 얇고 약하지만, 수천 겹이 교번 적층된 전체 구조는 균열이 한 방향으로 전파되지 못하고 층과 층 사이에서 분산된다. 결과적으로 굴 껍데기는 순수한 탄산칼슘 단결정보다 수백 배 높은 파괴 인성(fracture toughness)을 갖는다. 자연이 설계한 나노복합재료이다.

이 이중 층 구조 사이의 경계에는 키틴(chitin) 기반의 유기막이 존재한다. 2024년 발표된 연구는 방해석 층의 성장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특정 유기막이 먼저 형성되고, 그 유기막 위에서만 아라고나이트 결정의 초기 핵 생성이 시작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방해석에서 아라고나이트로의 전환은 단순히 온도나 압력의 차이가 아니라, 기질 단백질이 통제하는 정교한 생물학적 스위칭 과정이다.

 

열을 가하면 — 소성 공정과 제철 소결의 연결

이 정교한 구조는 열 앞에서 해체된다. 약 800℃ 이상에서 탄산칼슘은 열분해 반응을 일으킨다. 생성되는 산화칼슘(CaO), 즉 생석회는 제철, 시멘트, 탈황 등 중공업 전반의 핵심 원료이다. 전 세계 생석회 연간 생산량은 약 3억 톤에 달하며, 대부분 석회석 광산에서 채굴한 원석을 고온 소성하는 방식으로 얻는다.

국내의 한 제철 공정의 고로 방식에서 핵심 전처리 단계는 소결(sintering)이다.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그대로 고로에 넣으면 통기성이 떨어져 환원 반응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먼저 분말 철광석에 석회석과 코크스 분말을 혼합하고 고온에서 소결해 덩어리 형태의 소결광으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석회석은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 소결 온도에서 CaO로 전환되어 철광석 입자들을 서로 결합시키는 결합제 역할을 한다. 둘째, 이 CaO가 철광석 속 산화규소(SiO₂)·산화알루미늄(Al₂O₃) 같은 불순물과 반응해 규산칼슘(CaSiO₃) 계열의 슬래그를 형성하고, 이 슬래그가 고로에서 쇳물과 분리되어 제거되며 불순물이 걸러진다.

굴 껍데기의 탄산칼슘이 이 석회석과 화학적으로 동일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고 전해지는데, 국내 대형 제철소들이 전남 여수의 패각 가공 전문업체와 공동으로 이 대체 가능성을 연구했고, 국립환경과학원의 패각 재활용환경성평가 승인을 획득했다. 2021년 기준 전남·경남에 방치된 92만 톤의 패각을 석회석 대신 사용할 경우 탄소 약 41만 톤을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 제철소 측의 추산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소성 방식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굴 껍데기에는 유기물, 수분, 염분이 상당량 포함돼 있기 때문인데, 유기물은 소결 중 불완전연소를 일으켜 유해 가스인 CO, SOₓ, NOₓ를 발생시키고, 염분은 설비 부식의 원인이 된다. 2024년 발표된 국내 연구팀의 한 연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차 소성으로 유기물과 불순물을 먼저 제거한 뒤 2차 소성을 진행하는 이중 소성 공정을 제안했으며, 이를 통해 1차 소성 단계에서 유해 가스 배출을 최대 72.97%까지 줄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전처리 공정의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비용도 올라간다. 일반 석회석에 비해 단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상용화의 핵심 장벽이다.

 

태우지 않고 녹인다 — 용액공정과 이산화탄소 광물화

소성 방식의 한계를 피하는 다른 접근이 있다. 굴 껍데기를 고온에서 태우는 대신, 산(acid)으로 녹여 칼슘을 이온 상태로 추출한 뒤 다시 탄산칼슘으로 침전시키는 습식 추출법(wet extraction)이다.

굴 껍데기를 산업 원료로 쓰는 것이 환경적으로 의미 있는 이유는 탄소 순환의 관점에서 설명된다. ©Getty Images
굴 껍데기를 산업 원료로 쓰는 것이 환경적으로 의미 있는 이유는 탄소 순환의 관점에서 설명된다. ©Getty Images

복잡하게 들리지만, 사실 원리 자체는 간단하다. 굴 껍데기를 묽은 염산 용액에 담그면 껍데기가 서서히 녹으면서 칼슘이 이온 상태로 용액 속에 풀려나온다. 이 용액을 필터에 통과시키면 칼슘 이온은 빠져나가지만, 모래, 펄, 철분처럼 굴 껍데기에 붙어 있던 불순물들은 필터에 걸러져 남는다. 이렇게 정제된 칼슘 이온 용액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칼슘과 이산화탄소가 결합해 탄산칼슘이 고체 형태로 다시 침전된다. 출발 물질인 껍데기는 사라지고, 순도 높은 탄산칼슘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얻은 탄산칼슘은 순도 99% 이상의 고순도 침전 탄산칼슘(PCC, Precipitated Calcium Carbonate)이다. 2024년 국내 연구팀이 발표한 실험 결과에서는 굴 껍데기 1톤을 처리했을 때 0.86톤의 고순도 탄산칼슘을 회수했으며, 칼슘 추출 효율이 99.07%에 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는데, 소성 방식으로는 얻기 어려운 수준의 순도이다.

탄소 측면의 이점도 주목할 만하다. 소성 방식은 굴 껍데기 1톤당 약 400kg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 반면 습식 추출법은 반응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그 자리에서 포집해 탄산칼슘 합성에 재투입한다. 이산화탄소가 폐기물이 아니라 다음 단계의 원료가 되는 구조이다. 이 개념을 더 확장하면, 발전소나 제철소 같은 산업 현장에서 굴뚝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굴 껍데기에서 추출한 칼슘과 반응시켜 탄산칼슘으로 고정하는 이산화탄소 광물화(CO₂ mineralization) 기술과 연결된다. 기체 상태의 이산화탄소가 안정된 고체 탄산칼슘으로 영구 전환되는, 탄소 포집·활용의 또 다른 경로이다.

 

굴 껍데기는 왜 탄소 중립 원료인가

굴 껍데기를 산업 원료로 쓰는 것이 환경적으로 의미 있는 이유는 탄소 순환의 관점에서 설명된다. 굴 껍데기의 탄산칼슘은 굴이 살아있는 동안 해수에 녹아 있는 CO₂를 생물학적으로 흡수해 합성한 것이다. 대기 중 CO₂가 해수를 거쳐 탄산 이온으로 변환되고, 이것이 굴의 생체광물화 과정을 통해 껍데기에 고체 상태로 저장된 형태이다.

굴 껍데기를 산업 원료로 쓰는 것이 환경적으로 의미 있는 이유는 탄소 순환의 관점에서 설명된다. ©Getty Images
굴 껍데기를 산업 원료로 쓰는 것이 환경적으로 의미 있는 이유는 탄소 순환의 관점에서 설명된다. ©Getty Images

이 껍데기를 소성해 CO₂가 다시 방출된다 해도, 그것은 원래 대기에서 온 탄소가 다시 대기로 돌아가는 순환이다. 석회석 광산에서 수억 년 전에 지층에 묻힌 탄소를 새로 꺼내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대기 탄소의 재순환이지 순증가가 아니다. 이 점에서 굴 껍데기는 탄소 중립적 원료 후보로 평가된다. 특히 습식 추출법과 CO₂ 광물화를 결합하면, 굴 껍데기 처리가 탄소 배출 제로에 가깝거나 탄소 포집 효과까지 갖는 공정이 될 수 있다.

굴 껍데기 재활용의 과학은 이미 여러 경로에서 충분히 성숙해 있다. 생체광물화가 만들어낸 정교한 결정 구조, 열분해로 제철 소결에 투입되는 생석회, 습식 추출과 CO₂ 광물화로 얻는 고순도 침전 탄산칼슘까지, 기술적 가능성은 실험실과 일부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금 부족한 것은 과학이 아니라, 그 과학이 만들어낸 원료를 실제로 사줄 시장과 그것을 연결하는 경제적 구조로 해석된다. 어촌 어딘가에 쌓이고 있는 굴 껍데기는, 과학의 시각으로 보면 아직 꺼내지 못한 탄산칼슘 자원이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6-05-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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